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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수술 내년 3월"‥'응급실 뺑뺑이'보다 심각한 암환자
의료대란 상황에서 '응급실 뺑뺑이'에 온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만큼, 어쩌면 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암환자'들입니다. ━ ■ "서울대암병원 일부 진료센터 '신환' 안 받아‥암 수술 축소돼 있던 환자도 다른 병원 보내" 한세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서울대암병원 일부 진료센터(종양내과센터 등)는 전공의들이 사직한 이후 '신환'(신규 환자)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얼마 안 되는 교수진 만으로는 기존 환자들을 돌보기도 버거워 수술이 대폭 축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한세원 교수는 "암 수술은 한 달 이상 지연되면 안 되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환자들도 다른 곳을 소개해주고 2차 병원으로 전원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암 치료는 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이 다학제 협진으로 한 팀을 이루어야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암의 병기를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암 크기를 줄이는 방사선 치료를 할지 아니면 수술을 먼저 할지, 수술 후 보조적 항암은 얼마 동안 할지 등을 다학제 연구, 진료과들이 모여 협진을 통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 중 어느 한 과라도 빠지면 암 환자를 치료할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이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해온 각 진료과의 전공의들이 모두 빠져나간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총제적 난국입니다." '응급실 뺑뺑이'와 '암환자', 어느 쪽이 더 심각한 상황이냐는 우문을 던지자 한세원 교수는 "뭐가 더 눈에 드러나냐의 차이일 뿐, 다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암 환자들은 오늘 당장 돌아가시지는 않으니까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응급실 뺑뺑이'와는 달리 체감하지 못할 뿐,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피해보는 환자 수는 훨씬 더 많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 ■ "명의 기다리지 말고 바로 수술받으라는 암인데‥아산병원 췌장암 외래 1년 연기"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암으로 꼽힙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재발도 잘 되는데다 5년 생존율은 15%로 10대 암 중 가장 낮습니다. 되도록 건강검진 등을 통해 일찍 찾아내고, 발견되면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한 암입니다. 그런데 의정 갈등이 8개월 이어지면서 췌장암은 진단부터 줄줄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췌장염이 반복돼 췌장암이 의심되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동네 병원의 이야기를 들은 50대 남성은 6개월 전 'BIG 5' 가운데 하나인 서울 아산병원 내과에 외래 진료예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의정갈등으로 인해 외래 진료가 연기되었으니 1년 후에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미 6개월을 대기했는데 다시 1년이 밀린다니 답답하고 불안하지만 다른 병원들 사정도 대동소이할 것 같아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 "일부 췌장암 환자 지방 보내고 있다..수술 늦어지면 예후 안 좋아" 췌장암 수술을 맡고 있는 간담도췌외과의 사정도 심각합니다. 전공의가 없어 교수 혼자 PA간호사들과 수술을 해야 하고, 수술 후 환자가 회복되는 경과까지 다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수술방을 많이 열어서 하루에 여러 건의 수술을 해낼 수가 없습니다. 의정 갈등이 시작된 이후 췌장암 수술 예약은 2달, 3달 점점 늦어졌고 의정 갈등이 8개월째로 접어든 현재는 췌장암 수술을 받으려면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BIG 5’ 병원에 근무하는 간담췌외과 교수는 “환자들에게 췌장암은 명의 찾지 말고 빨리 수술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 지방에서 가능한 병원이 있으면 거기서 받으시라고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꼭 제게 수술받아야겠다는 분들은 내년까지 기다리셔야 한다고 설명드리고 있는데 췌장암은 특히 수술이 늦어지면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 교수는 “전공의가 빠져버리면서 그동안 숨어 있었던 필수의료의 구조적 문제가 다 드러난 것인데, 거의 '대기 없이 빨리 진료받고 빨리 수술받았던'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 "췌장암 한 달 안에 수술 안 받으면 사망률 1.23배 증가 " 암 수술을 빨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실제 연구 결과로도 나와 있습니다. 서울의대 윤영호, 노동영, 허대석 교수팀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암 진단 후 1개월 이상 수술을 기다린 환자는 1개월 이내 수술을 받은 환자에 비해 유방암은 1.59배, 직장암 1.28배, 췌장암은 1.23배 사망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미국에서 나온 연구 결과도 비슷합니다. (시카고대, 아이오와 의대) 은 대장암· 폐암 · 위암이 5주, 유방암은 최대 6주였고, 췌장암은 3주로 가장 짧았습니다. 웬만하면 한 달 안에는 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의정갈등 때문에 췌장암 수술을 올해 연말도 아니고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니...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고,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의료공백 사태가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고 넘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 ■ "암 환자 '회피가능사망률' 2~3년 후에‥그땐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텐데.."
사회
2024-09-25
정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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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서울대병원장 후보에 오병희, 노동영 교수
오는 5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정희원 서울대병원장 후임으로 오병희 순환기내과 교수와 노동영 외과 교수가 복수 추천됐습니다. 병원 이사회가 병원장으로 두 명을 추천함에 따라 교육부 장관은 두 명 가운데 한 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됩니다.
2013-04-29
박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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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건강 지킨다
암이나 고혈압, 비만과 당뇨 등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있을까. 63명의 전문가가 한결같이 꼽은 비결은 '습관'. 생활 속 사소한 버릇이 차곡차곡 쌓여 건강을 지키는 밑거름이 된다는 설명이다.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장, 박상철 가천의과학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장 등 63명의 의사와 전문가가 '건강 도우미'로 변신해 신간 '오래 살고 싶으신가요?'를 펴냈다. 연합뉴스와 서울대 암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책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바른 습관을 질병별로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다. 알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생활 속 건강 수칙을 따라 하기 쉽게 짚어주는 것이 특징. 위암을 예방하려면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보다 나쁜 음식을 피해가는 것이 효과적이며,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체온을 1℃ 정도 높이는 게 좋다는 '살아 있는' 조언을 담았다. 허를 찌르는 의학 상식도 많다. 자녀를 책상 앞보다 운동장으로 내보낼수록 성적이 올라가는 이유, 만성피로를 풀려면 휴식보다 운동이 특효약인 근거 등이 소개된다. 다양한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스트레칭 따라 하기, 허리 근력 운동 등 따라 할 만한 맨손 운동 동작도 알려준다. 송용상 서울대 암연구소장은 머리말에서 "건강 수명의 연장은 적절한 신체활동과 바른 식생활 습관을 생활화함으로써 평소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면서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의 일치는 현대의학의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 국민건강지식센터 감수. 연합북스. 308쪽. 1만2천원.
2012-11-06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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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원인 '염색체 불안정' 비밀 풀었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 분리가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암이 발생하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대 이현숙 교수가 주도하고 최은희·이혜옥 박사후연구원, 박필구 박사과정생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동물(쥐) 실험과 암 환자 샘플 분석 등을 통해 단백질 'BRCA2'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암의 원인인 '염색체 수 이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BRCA2 단백질은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는 데 관여하는 대표적 '항암 유전자'로, 이 단백질이 망가지면 암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방암의 경우 전체의 약 3분의 1이 이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BRCA2 단백질이 세포 분열 시 염색체 수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핵심적인 역할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따라서 BRCA2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손상된 유전자를 고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세포 분열 단계에서부터 이미 염색체 수 이상에 따른 발암 요인을 안게 된다는 얘기다. 연구진이 형질조작을 통해 돌연변이 BRCA2 단백질을 가진 쥐의 세포 분열 과정을 살펴본 결과, 40개씩 똑같은 수의 염색체를 가진 두 개의 정상 세포로 나뉘지 않고 염색체 수가 매우 불규칙하게 분리됐다. 예를 들어 분열 후 한쪽 세포에는 50개의 염색체가, 나머지 한쪽에는 30개의 염색체만 들어 있는 식이다. 'BubR1'이라는 이름의 단백질이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 수를 조절하는데, 정상 상태에서는 BRCA2 단백질이 BubR1의 아세틸화(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사슬에 아세틸 분자가 붙는 것)를 촉진해 이 과정을 돕는다. 그러나 BRCA2가 비정상적인 경우, BubR1의 아세틸화가 위축돼 결국 염색체 수 분배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서울대병원 노동영 교수팀의 도움을 받아 실제 유방암 환자의 병리 샘플에서도 이런 현상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유방암 등 암환자의 BRCA2 단백질 이상 여부를 먼저 살펴본 뒤, 이상이 있다면 부족한 BubR1의 아세틸화를 돕는 방향으로 암 치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02-15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