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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봉 연대'로 푼 남태령 밤샘 대치‥"경찰 누구 지키나" 공권력에 분노
◀ 앵커 ▶ 지난 주말 트랙터를 몰고 올라온 농민들과 경찰의 밤샘 대치는,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사실상 큰 충돌 없이 풀렸습니다. 대통령 탄핵안을 시민들의 목소리로 통과시켰다는 연대의 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난 현장이었는데요. 이렇게 마음을 모은 시민들 사이에선,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을 두고 분노가 커지는 모습입니다. 송서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농민 트랙터 시위대를 경찰이 차벽으로 막아서며 영하 8도 한파 속에 밤샘 대치가 이어진 현장에 시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대통령이 탄핵되기까지 매일 여의도에서 모였던 응원봉 물결이 이번엔 남태령 고개로 이어졌습니다. [이수빈] "12·3 내란 사태 그날 밤 당시에도 두려움 무릅쓰고 나오신 분들 덕에 저희가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탄핵 집회를 통해 농민 같은 약자와의 연대의식이 자라났습니다. [임샛별] "저희라도 가서 막아야 된다 해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모습 보여줘야 된다." 특히나 시민들 사이에선 대통령 파면과 체포를 요구하는 시위를 막는 공권력에 대한 분노가 크게 터져 나왔습니다. [최연우] "국민을 어쨌든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 지금 국민한테 등을 돌린 거고. 이들은 대체 누구를 지키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기 때문에 참담하고…" 경찰 수뇌부가 내란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에 '시민이 아닌 권력자만 지키는 게 아니냐'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커졌습니다. [연하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잘못된 힘에 의해서 지금 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서예인] "어디서 명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통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유도 정확히 안 알려져 있고 어느 쪽을 보호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 광고 ##여기에 차일피일 미뤄지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수사는 민심의 분노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승수] "여전히 내란 수괴가 저기에 버티고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체포라든지 구속이라든지 처벌이라든지 전혀 진행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점." 탄핵안 가결 직후 집회 규모는 조금 줄었지만, 그건 분노가 수그러든 게 아니라 응축되고 있고, 주말 농민시위에서 보듯 언제든 폭발적으로 분출될 수 있습니다. [설동훈/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계엄이라든지, 탄핵안 가결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 헌재의 서류를 수령 안 하고 있는 사정까지 분노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표출된 것으로 봐야 됩니다." 참고 또 참고 있는 시민들의 분노가 넘치지 않도록 내란 단죄의 속도를 내야 하는 건 수사기관 그리고 정치권의 당면 과제입니다. MBC뉴스 송서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김창인 / 영상편집: 김현수
뉴스데스크
2024-12-23
송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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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세월호·이태원참사 세대가 나섰다
◀ 앵커 ▶ 요즘 대통령 탄핵촉구 집회에서 특히 주목받는 시민들이 바로 응원봉을 앞세운 10대, 20대 이른바 MZ세대인데요. 이들은 이렇게 사회문제에 침묵하지 않고 적극 나서게 된 배경으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꼽았습니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두 번의 대형참사를 겪고 부조리를 느끼면서 불의를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체화하게 됐다는데요. 남효정 기자가 집회 현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국회 앞 집회 현장. 형형색색 응원봉과 함께 노란색 리본과 깃발들이 등장했습니다. 세월호참사를 추모하던 노란 리본을 다시 들고 나온 건 주로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들. 학창시절 세월호참사를 겪은 이들은 국가가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내란 사태를 지켜보며 침몰하는 뱃속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세월호참사를 떠올렸습니다. [이수빈] "저도 (희생자들과 동갑인) 97년생인데 스무살 때부터 박근혜 국정농단 때 집회에 나왔던‥ 국민을 농락하고 위협하는 것들을 지켜보며 집회에 참가하고." [김은총] "또래 친구들이 많이 죽는 걸 보면서 '국가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구나'라는 경험을…" 서울 한복판에서 하룻밤에 159명의 청춘이 스러져간 이태원참사는 또 다른 세월호참사였습니다. 국민을 지켜주지 않은 국가. 묻혀버린 진실 규명. 이뤄지지 않은 책임자 처벌. 똑같이 재연된 참사의 모습은 불의한 국가 권력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김준호] "이태원 참사가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책임을 지지 못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는 생각에 정말 분노했던 것 같습니다." ## 광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국가로부터 외면받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은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내란 앞에서 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습니다. [왕태운] "역사 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화 정신같은 걸 공부하게 되면서 이렇게 국민이 참여를 해야 정치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국가를 똑바로 바로 세울 수 있겠구나." 계엄선포 직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만 18세부터 29세까지의 탄핵 찬성 여론은 다른 모든 세대를 압도하는 86.8%. [정유진] "청년을 위한 사업같은 것도 많이 없애버리기도 했고. 그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병후] "국가가 너무나도 국민에 대해서 소홀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닌가. 젊은 세대들이 겪는 고통을 이렇게 묵과하고." 취업도, 결혼도, 내집 마련도, 무엇 하나 버겁지 않은 게 없는 이들은 이제 문제를 스스로 바로잡고자 합니다. [구정우/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국가가 무능하다, 무책임하다' 이런 거를 느끼면서 성장한 세대예요. 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을 보는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또 확장시키는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으며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는 걸 체화한 이들은 이제 당당히 행동하는 민주주의 세대가 되어 거리의 맨 앞에 서 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송지원
뉴스데스크
2024-12-12
남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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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박하준 은메달 2개‥조정도 동메달
◀ 앵커 ▶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회 이틀째입니다. 우리 선수단이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돌입했는데요. 오늘 오전 사격과 조정 등에서 값진 메달이 나왔습니다. 박철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사격 남자 공기소총 10m 예선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박하준은 중국 선수와 팽팽한 접전을 벌인 끝에 총점 251.3점을 쏘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박하준은 단체전에서도 김상도, 남태윤과 함께 1809.1점을 쏘면서 2위를 차지해 은메달 2개를 획득했습니다. ===== ## 광고 ##조정 대표팀은 동메달을 추가했습니다. 이수빈·김하영 조는 여자 무타페어 결승에서 7분 51초 54를 기록하며 중국, 홍콩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메달로 우리나라는 여자 무타페어에서 3회 연속 메달을 수확했습니다. ===== 수영에서는 남자 계영 800m 대표팀이 금메달을 향한 순항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팀 중 유일하게 이 종목 결승에 진출해 한국신기록을 세웠던 대표팀은 예선에서 황선우와 이호준에게 휴식을 주고도 전체 1위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남자 자유형 50m 예선에서는 지유찬이 21초 84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메달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MBC뉴스 박철현입니다. "본 영상은 저작권 관계로 MBC 뉴스 홈페이지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2시뉴스
2023-09-25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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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조정 여자 무타 페어 이수빈·김하영 동메달 획득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정 대표팀이 마지막 날 동메달 하나를 획득하고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정 대표팀의 이수빈·김하영 조는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무타 페어 결승에서 7분 51초 54를 기록하며 중국, 홍콩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조정 대표팀은 출전한 9개 종목 중 5개 종목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여자 무타 페어에서만 메달을 따냈습니다.
스포츠
2023-09-25
송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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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비극의 대한민국, 영아살해와 저출생
경기도 김포의 한 텃밭에서 갓난아기의 유골이 발견됐습니다. 40대 여성이 구속됐습니다. 낳은 지 일주일된 딸을 살해하고 묻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정OO /'영아 살해' 피의자] 엄마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키우기 힘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웃 주민] "혼자 사는 여자니까 참 살기가 빈곤하죠. 아들이 고등학교 다니는데. 딱하긴 딱해요." 이번에는 2~30대 부모가 함께 구속됐습니다. 지난해 9월 생후 5일 된 아기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고 일어났더니 아기가 죽어 있었다고 했습니다. 경찰 50여 명이 대규모 수색에 나섰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이 추궁하자 아기를 살해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결혼을 안 했는데, 출산 사실을 부모가 알면 헤어지라고 할까 봐 그랬다고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살해한 걸 이제 벌 받을까 봐 그랬겠죠. 살해한 걸 자백하기에는 바로." ## 광고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안 된 아이들. 경찰이 수사 중인 사라진 아기들은 전국적으로 1천 명에 육박합니다. 34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11명은 친부모가 살해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형법은 영아살해죄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251조)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또는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 영아를 살해한 경우 적용됩니다. [승재현/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영아살해죄, 매우 끔찍한 범죄죠. 산모가 아이를 살해한 범죄입니다. 하지만 산모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는 범죄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분명히 국가가 이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는데 그걸 국가가 방기하고 내버려둠으로써 발생한 사회적인 문제, 그게 지금 발생하고 있는 영아살해죄입니다."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출생 신고도 안 된 채 사라진 아기들. 이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정부가 이번 주에 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아기를 버리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책임을 따져봅니다. 남재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남 기자, 이번 수사가 예방접종 관리 시스템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 남재현 ▶ 그렇습니다. 감사원이 이 시스템을 들여다봤더니, 태어나자마자 예방접종은 맞았는데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들이 2천 명 넘게 드러났습니다. 시스템이 만들어진 게 2015년이니까 그전에 얼마나 많은 아기들이 사라졌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이휘준 ▶ 그렇게 조사가 시작됐는데, 살해당한 아기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는 거군요? ◀ 남재현 ▶ 수사가 계속되면 아마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도 아기들이 버려지고 있다는 겁니다. 아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봤습니다. ◀ VCR ▶ 늦은밤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길. 한 여성이 커다란 짐가방 2개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하얀 이불로 감싼 아기를 안고 있습니다. 건물 벽에 설치된 작은 문을 열고 아이를 넣은 뒤 다시 닫습니다.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두고 여성은 사라졌습니다. 아직 캄캄한 새벽. 누군가가 공사 자재들 사이에 아기를 두고 갔습니다. 아기를 감싸 안아 구조했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바로 옆에 베이비박스가 있었습니다. [이종락 / 주사랑공동체 이사장, 베이비박스 운영] "(엄마가) 잘 몰랐대요. 기능을 잘 몰랐대요. 그냥 베이비박스가 있으면 아이를 보호하는 줄만 알고 그렇게 갖다 놓고 바로 갔다고. 그날이 비가 와서 추웠어요. 참 안타깝죠." 이 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로 오는 아기들은 해마다 100명이 넘습니다. 생모는 20대가 절반으로 가장 많습니다. 10대도 10% 가까이 됩니다. (2022년 기준, 10대 9.4%, 20대 51.9% 등) 10명 중 7명은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비혼모입니다. (68.9%) [황민숙/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장] "10달 동안 힘들었을 텐데 잘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그동안 누구한테도 지지받지 못 하고 너무 힘들었을 텐데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면 엄마들이 엄청 울거든요." 교회에는 5명의 아기가 있었습니다. 상황판에는 아기들 이름이 없습니다. 번호로만 분류됩니다. 가장 최근에 들어온 여자 아이는 2089번. 베이비박스 문을 연지 13년만인 지난해, 2천번을 넘어섰습니다. 번호 옆에는 위탁, 입양, 시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갈 곳입니다. 시설은 보육원을 말하고 위탁은 엄마가 곧 다시 데려갈 거라는 뜻입니다. [황민숙/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장] "이 엄마는 처음에 본인이 데리고 가려고 그랬는데 지금 그런 상황이 안 돼서 지자체랑 상담하고 있어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간 26살 엄마를 만났습니다. 아이를 갖고 6개월이 돼서야 알게 된 임신. 남자 친구는 떠났습니다. 누구 하나 축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임수미(가명) / 비혼모] "아기 아빠도 싫어했고 아직 제가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 부모님도 그때 몸이 좀 편찮으셨어서 얘기를 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용기를 내 혼자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지만 미혼이냐는 질문에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습니다. [임수미(가명) / 비혼모] "그냥 여쭤보셨을 것 같은데 그때 막 시선이 집중되니까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 시선이 그래서 그 뒤에 병원을 못 갔어요." 비혼모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병원 기록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임신 8개월만에 갑자기 산통이 찾아왔고, 출산도 집에서 혼자 했습니다. [임수미(가명)/ 비혼모] " 다 찾아서. 인터넷 찾아보고 어떻게 해야 될지 보고 그렇게 하고 나서." 갓난 아기와 함께 좁은 방에서 지냈던 5일은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임수미(가명) / 비혼모] "무인도에 떨어진 느낌인데 당장 애는 울고 있지 솔직히 너무 두렵고 무섭고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이 상황도 이런데 내가 나중에 가서도 나중, 나중, 나중 돼서도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그래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꾸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아기를 보러 3번 찾아갔습니다. 그러다 한 달 만에 직접 키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임수미(가명) / 비혼모] "한 달 동안 많이 연락도 많이 해주시고 사진도 많이 보내주시고. 아기를 막상 낳으면 그 엄마의 마음이 진짜 다르거든요. 그 마음도 물론 많이 컸지만 여기서 많이 정말 마음을 많이 바꿀 수 있게 해주셨어요." 베이비박스는 그나마 낫습니다. 인터넷으로 불법 거래가 되는 아기도 많습니다. 수미 씨도 베이비박스에 가기 전 인터넷으로 입양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아기를 대신 키워주겠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취재진이 그 중 한 명에게 연락해 봤더니, 자기가 대신 키워주거나 입양 기관을 연결해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단속을 피하는 방법까지 알려줬습니다. [인터넷 입양 상담] "그러니까 입을 맞추든가. 아는 동생인데 그 동생이 와서 집에 몸조리하러 왔었는데 키우기 힘들어서 놔두고 가버렸다." 불법 입양을 미끼로 돈도 뜯기고 협박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 브로커는 피하라는 조언도 합니다. [인터넷 입양 상담] "'신이 이거 불법 입양한 거 다 신고한다' 이렇게 협박하고 막 그래." 하지만 이런 인터넷 상담은 모두 불법입니다. 입양특례법은 허가받은 입양기관을 통해서만 입양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로 온 아기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보육원입니다. 경기도의 한 보육원. 갓 태어난 아기부터 18살까지 모두 31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원장은 잘 키우려고 애를 쓰긴 하지만 보육원이 최선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박명희/아동양육시설 신망원 원장] "'가정으로 가는 것만큼의 더 좋은 대안은 없다'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그러지 못할 때 여기서 저희가 잘 키우는 게 차선이지만 그게 이제 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아무리 저희가 노력을 해도." 지금도 3살과 11살 아이가 입양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박명희/아동양육시설 신망원 원장] "그냥 엄마라고 부르고 아빠라고 부르는 상대가 있다, 그게 다죠. 그거 외에는 저는 없는 것 같아요. 그게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존재잖아요 존재. 엄마라는 존재, 아빠라는 존재." 입양 아동의 인권 보호를 규정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은 태어난 가정에서 키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국내 입양, 그것도 어려우면 그 다음이 해외입양입니다. 보육원 같은 시설은 권장 사항에 아예 빠져 있습니다. 북유럽 같은 복지국가들에는 보육원 같은 장기 보호시설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도 보육원으로 가는 아동이 극히 드뭅니다. [변미희 /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미국은 한 100년 전부터 가정위탁을 강조를 했고 그룹홈이나 시설 같은 경우에는 청소년이나 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만 입소하는 걸로." 하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베이비박스 아동들 중 65%가 보육원으로 갑니다. 엄마가 다시 데려가는 경우는 22%, 입양은 13%에 불과합니다. 전국 보육시설에 머물고 있는 아동은 2019년 기준 1만 1천 명이 넘습니다. [김지영/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 "시설은 뭐냐하면 민간 보육 시설이거든요. 민간에다가 책임을 다 떠넘겨버리고 국가는 그냥 나 몰라라 해버린 거죠, 사실상. 왜? 그게 행정적으로도 너무 편하거든. 더이상 행정적으로 이 아이를 핸들링할(다룰) 이유도 없고. 그러니까 그냥 관행적으로 시설로 해서 끝내버린 거예요." ◀ 이휘준 ▶ 베이비 박스에만 한 해 100명이 넘는 아기들이 들어온다니 정말 많네요. ◀ 남재현 ▶ 베이비박스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전국에 두 곳밖에 없습니다. 작년 1년 동안 발생한 보호조치 아동은 2천200명이 넘는데요. 학대가 1,100여 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비혼 부모나 혼외 출생도 250명이 넘습니다. (보건복지부 2022 보호대상아동현황) ◀ 이휘준 ▶ 아기를 두고 가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닐 텐데 원인이 뭡니까? 원인을 좀 알아야 저런 일을 막거나 줄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남재현 ▶ 대부분은 키울 형편이 안 될 만큼 가난하거나 사회적 편견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아기를 키우고 있는 비혼 엄마들을 만나봤습니다. ◀ VCR ▶ 서울 서대문구의 한 비혼모 생활시설입니다. 갈 곳 없는 비혼모 15명이 아기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26살 김지우 씨는 돈이 없어서 아이를 입양보냈다, 2주 만에 다시 데리고 왔습니다. [김지우(가명) / 비혼모] "우선적으로는 돈이 없어서요. 혼자 키우는 것도 인식도 아직 그렇기도 해서 입양을 그렇게 보냈는데."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지만, 시설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얻고 있습니다. 분유와 기저귀가 제공되고 매주 5만 원씩 식비도 나옵니다. [김지우(가명) / 비혼모] "만약에 밖에 살면서 애 혼자 키웠으면 진짜 힘들었을 텐데 여기서 되게 많이 도와주셔서 '아기 다시 보내야겠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본 거 같아요." 하지만 내년에는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시설이 부족해 2년까지만 머물 수 있습니다. [김지우(가명)/ 비혼모] "그게 제일 부담이에요. 집 구하는 돈이 저한테는 큰돈이다 보니까. 그걸 모으기도 조금 힘들고. 나가서 살려면 또 공과금 이런 것도 다 제 부담이잖아요." 비혼모 생활시설은 전국에 63곳. 그런데 비혼 출산은 해마다 6천여건. 정부나 지자체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그 공백을 민간단체들이 메웁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주택. 활동가들과 함께 아기용품을 들고 찾았습니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기가 자고 있습니다. 20대 수빈 씨가 도와달라며 간밤에 아기를 안고 이 집을 찾아왔습니다. 가진 건 10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이수빈(가명)/ 비혼모] "다 힘든데 그래도 애 보면서 애 웃고 이러면 다시 괜찮아지고 좋아지는 것 같아요." 당장 분윳값도 없어 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합니다. 담당 공무원은 비혼모는 긴급복지지원법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중한 질병도, 학대도, 실직도 아니어서 지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주민센터 직원] "제가 이거 다 찾아보고 다 이거 보고 했거든요. 학대도 어쨌든 해당이 안 되고, 또 실직도 해당 안 되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보면, 임신, 출산 6개월 이내로 생계가 어려워도, 취학 전 아동 양육으로 생계가 어려워도,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 " 여기 있구나, 이거구나." 전국 거의 모든 지자체가 이런 긴급지원 제도를 갖고 있지만, 정작 공무원들이 잘 모릅니다. 수빈 씨는 긴급지원금 103만 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긴급지원제도는 같은 사유로 2년에 한 번만 받을 수 있습니다. 네 살과 세 살짜리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22살 대학생 엄마. 소득이 전혀 없습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부모급여를 합쳐 매달 230만 원을 받지만, 늘 빠듯합니다. [두 아이 엄마 (대학생 비혼모)] "보험료 나가고 또 여러 가지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비 그런 거 나가고 생활용품 사고 장보고 하면 어느 순간 돈이 없더라고요." 호텔 조리 전공을 살려 일자리를 찾아보려 해도, 엄두가 안 납니다. 아이 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두 아이 엄마 (대학생 비혼모)] "돈을 조금씩 모으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을 해보는 게 좋겠다 했는데 막상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아요."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 일을 못하는 상황. 가난한 비혼모들이 겪는 악순환입니다. [두 아이 엄마 (대학생 비혼모)] "애들은 온전히 저만 바라봐 주잖아요. 그거 때문에 온전히 내 편이 생기고 가족이 생기고 그런 것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한부모 가정의 아동 빈곤율은 47%. 일반 가정의 4배나 됩니다. 최근 5년간 벌어진 영아 유기와 살해 사건, 58건을 모두 모아 분석해 봤습니다. 범행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39%로 가장 많았습니다. 주위와 가족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30% 가까이 됐습니다. 출산 장소는 화장실이 51%로 가장 많았습니다. 차 뒷좌석과 공원, 길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낳았다는 사람은 8%에 불과했습니다. [김미애 / 국민의힘 의원] "영아살해죄 가해자가 대부분 산모잖아요. 범죄자로 또 만들어야 되죠. 그래서 저는 그게 숫자가 불과 얼마 안 돼도 1%만 돼도 큰 거고. 이분들을 법의 보호 체계 안으로 국가 보호 체계 안으로 넣어야 된다. 그렇게 해줘야 되죠."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독일은 지난 2014년 '신뢰출산제'를 도입했습니다. [독일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홍보 영상] "여성은 신분노출 없이도 의학적으로 안전하게 출산을 할 수 있습니다." 산모의 익명 출산을 보장하고 출생정보는 16년 동안 국가가 봉인합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익명이 아니라 안전한 출산입니다. 독일은 전국에 1,500개 이상의 임신갈등지원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출산과 양육 상담을 해주고, 각종 지원도 주선해줍니다. [김예원 변호사/ 장애인권법센터 대표] "그게 핵심이에요. 그래서 직접 양육이 자신없던 사람이라도 용기를 내서 자기가 낳은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결국 친생 부모와 함께 아이가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는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이 익명 출산제라는, 신뢰 출산을 도입한 거예요." 독일에서는 지금까지 5백 명 넘는 산모가 신뢰출산제를 통해 안전하게 아이를 낳았습니다. ◀ 이휘준 ▶ 정부가 이 문제에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 남재현 ▶ 그렇습니다. 조금 이따 다시 살펴보겠지만, 다른 선진국들은 비혼 출산과 육아에 대해 우리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 이휘준 ▶ 정말 키울 사정이 안 된다면 입양이라는 수단도 있잖아요. 한때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이 너무 많아서 고아수출국으로 비난까지 받았었는데 지금은 좀 어떻습니까? ◀ 남재현 ▶ 여전히 해외 입양 많습니다. 재작년 우리나라는 해외 입양 세계 5위였습니다. ◀ 이휘준 ▶ 세계 5위요? 아. 부끄러운 기록이네요. ◀ 남재현 ▶ 상위 20개 나라를 봤더니 잘 사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 선진국인 한국이 아직도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는 건지 취재했습니다. ◀ VCR ▶ 두 형제를 두고 두 딸을 입양한 50대 여성. 셋째 딸이 너무 예뻐서 동생을 또 입양했습니다. [김 ○○ / 자녀 2명 입양] "(셋째 딸이) 성인이 되면 아무래도 저희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오빠들도 굉장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의지할 만한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입양은 쉽지 않았습니다. 국내 최대 입양기관인 홀트에 1년 사이 3번이나 입양을 신청했습니다. 내건 조건도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셋째보다 어린 동생이면 되고, 성별도 혈액형도 따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아이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김 ○○ / 자녀 2명 입양]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봤더니 베이비박스에 혹시 아이를 데리고 오면 입양기관 통해서 자기들이 절차를 밟아줄 수 있다." 정말 아이가 없었을까? 아닙니다. 지난해 홀트에는 입양 대기 아동이 매달 평균 80명 넘게 있었습니다. (87명) 그런데도 왜 연결해주지 않은 걸까? 홀트 측은 친모가 임신 중 음주나 흡연을 많이 했거나, 건강상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연결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 직원] "아동 의료 문제라든지 친생부모 배경이라든지 이런 부분이죠. 대부분." 하지만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 입양된 아동 1천3백여 명 가운데 건강 이상으로 등록된 아동은 10%뿐이었습니다. [김윤정 / 변호사, 전 서울가정법원 판사] "해외 입양을 보낸다라고 했을 때 다 신체적인 핸디캡(장애)이나 지능적인 핸디캡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시지만 대다수의 사례는 사실 그렇지가 않다라는 거죠." 해외입양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전쟁 고아를 구하겠다고 시작됐습니다. 외국인이 사진만 보고 아이를 고르면 입양기관이 절차를 진행하는 '대리입양제도'가 60년 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1953년~2013년) 해외 입양은 1980년대 정점을 찍습니다. 1985년 한 해에만 8천8백 명이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그해 태어난 아기의 1.3%나 됐습니다. '고아 수출국'이라는 해외 언론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뉴욕타임스 1988년 "Babies for Export") 많이 줄긴 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 5위 아동수출국입니다. 2021년 227명을 해외로 보내, 콜롬비아, 인도, 우크라이나, 태국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에는 세계 3위였습니다. [신필식 / 입양연대회의 사무국장] "한국이 지금 초저출산 국가가 된 지도 오래됐고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모자란 상황에 한국이 계속 해외 입양을 보내고 있다는 거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고 저희가 비교를 해봤을 때도 우리와 같은 수준의 국가가 보내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되는 일이고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입양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뭘까? 홀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노혜련 교수는 수수료 때문일 거라고 말합니다. 입양기관들이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해외입양을 선호한다는 겁니다. [노혜련 /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전 홀트 근무] "해외 입양기관에서는 업무도 적으면서 경제적인 이득은 훨씬 더 큰 사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해외 입양을 선호하게 되죠." 국내 입양 수수료는 1인당 270만 원. 전부 정부가 지원합니다. 반면 해외 입양 수수료는 기관마다 다른데 많게는 2만 달러, 2천5백만 원이나 됩니다. 해외에서 아이를 입양하는 부모가 냅니다. 국내 입양보다 10배를 더 받는 셈입니다. [노혜련 /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전 홀트 근무] "사실 해외 입양이 국내 입양보다 업무도 훨씬 적어요. 그러니까 거의 서류로 부모를 준비하고 심사하고 사후 관리하고 이런 일은 다 해외에서 하잖아요." 입양기관들은 해외 입양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저귀, 분윳값, 인건비가 더 들고, 해외입양으로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입양기관들이 해외입양에 공을 들였던 이유는 정부 공문서에서도 확인됩니다. 1988년 보건사회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 당시 허용된 입양 수수료는 1,450달러였는데, 입양기관들이 이것과 별도로 3~4천 달러의 알선비를 추가로 받는다고 적시했습니다. 뒷돈을 챙긴 겁니다. 또 다른 정부 문건에는 해외로 입양 보낼 아기들을 구하기 위해, 입양기관들끼리 경쟁을 벌인 얘기도 나옵니다. 병의원과 조산소에 금품을 돌려, 인신매매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돼 있습니다. [OO 조산원 원장] "아기 보내준 그 기관에서 시찰을 시켜줘서 미국 갔다왔다는 소리는 한 번 들었어요. '얼마나 애를 보내기에 미국까지 가서 시찰을 하고 오나' 그 생각을 그때 잠시 하기는 했어요." [황준협 / 변호사(해외입양 관련 소송 대리인)] "그때 당시에 보건복지부에서 (입양기관) 허가를 했는데 허가 취소를 하든가 이런 조치가 이뤄졌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건 사실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방조를 하고 묵인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1974년, 두 살 때 덴마크로 입양간 크리스틴 씨. 입양 서류에는 부모가 없다고 돼 있어 자신이 고아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5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자신에게 엄마가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가 서류를 조작해, 자신을 고아로 둔갑시켰던 겁니다. [크리스틴 킴 닐슨 / 덴마크 입양]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저는 제 친엄마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40년을 살아왔어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친부모가 있는데도 호적을 조작해 고아로 만든 사례들이 줄줄이 확인됐습니다. 친부모가 있으면 입양 절차가 복잡하니, 고아로 조작한 겁니다. [전민경 변호사 /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입양 수수료 같은 거를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 최대한 빠른 방법을 생각했던 것 같고. 그리고 그때는 아마 입양인들이 다시 본인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한국에 돌아온다거나 자기 부모를 찾는다거나라고 하는 생각은 입양기관에서 굳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해외로 나간 아이들의 상당수는 학대에 시달렸습니다. 3명 가운데 1명은 신체 학대, 8명 가운데 1명은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지금까지 해외로 나간 아이들은 정부 공식 통계로만 17만 명. 입양기관들은 뒷돈도, 서류 조작도 없었고 수수료 때문에 해외입양에 치중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9년 UN의 권고로 불법 해외 입양에 대한 국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8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가장 먼저 1차 조사를 끝낸 네덜란드는 한국 아동의 입양 과정에서 조직적인 범죄가 있었다고 결론냈습니다. [게이오르 프릭스 / 네덜란드 입양조사위원회 총책임자] "한국의 경우는 보고서를 인용하면 서류들에 근거가 없었어요. 서류들이 조작이 된 거죠. 그리고 사기와 부패가 있다는 것도 발견했고요. 그런 것들이 기록이 됐고 이런 것은 구조적, 체계적인 규모였습니다." ◀ 이휘준 ▶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외 입양의 후유증이 계속 남아 있는 거네요. ◀ 남재현 ▶ 물론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장관도 되고 스포츠 스타가 되는 성공한 분들도 많죠. 하지만 고아로 조작돼서 팔려나가고 학대당한 입양인 앞에서 국가가 정말 책임을 다했는지 반성과 고백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휘준 ▶ 영아 살해도 그렇지만, 해외 입양도 또 시설로 보내지는 아이들도 줄이거나 막을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비혼 부모도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 남재현 ▶ 맞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이 얼마나 이 문제를 무관심하게 방치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VCR ▶ 비혼모 유튜버로 활동 중인 38살 한보영 씨. 4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습니다. 남자친구와는 헤어졌습니다. 비혼모라고 눈총받거나 동정받는 게 싫어서, 혼자 아이 키우는 모습을 당당하게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한보영 / 비혼모(유튜브 '한씨로이' 운영)] "충분히 혼자서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거를 앞으로 한 해 한 해 하면서 기록해 보고 싶었어요." 힘을 얻었다는 다른 비혼모들 연락을 받을 때 보람도 느낍니다. [한보영 / 비혼모(유튜브 '한씨로이' 운영)] "실제로 미혼모인 어린 친구들이 제 영상 보고 '수술을 하지 않겠다'라고 이런 메시지 오는 분도 있고요." 한국의 비혼 가정 출산율은 3% 정도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요? OECD 평균은 41.9%입니다. 아기 10명 중 4명은 비혼 가정에서 태어난다는 뜻입니다. [김영철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이런 비혼 출산을 소위 감행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회적 자살에 가까운 그런 행위다라고 지금 볼 수 있는 거죠. '낙태를 하든지' 아니면 원하지 않더라도 혼인신고를 해서 '기존의 제도'에 내가 타협해서 들어가든지 이 두 개의 선택만이 남아있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부부가 10쌍 중 6쌍이나 됩니다. 마티유와 셀린 씨도 지난 1월 딸을 출산했습니다. 한 집에 세 식구가 살지만 결혼은 생각도 안 해봤습니다. [셀린 페레아르 / 프랑스 비혼 부부]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달라질 게 전혀 없습니다. 쉬잔(딸)을 위한 지원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는 1999년 비혼 부부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팍스'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모든 혜택을 보장받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양육 수당도 받고, 결혼하지 않아도 입양을 할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 같은 세금 혜택도 혼인 가정과 똑같습니다. 결혼과 다른 건 결혼은 양측이 합의해야 이혼이 가능하지만, 팍스는 한쪽이 취소하면 무효가 되고 법적인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겁니다. 마티유 씨 부모도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마티유 고데 / 프랑스 비혼 부부] "우리 부모님은 결혼을 안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난 한 번도 자라면서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없었어." 팍스 제도가 도입된 이후 프랑스는 유럽연합 국가들 가운데 합계출산율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합계출산율은 작년 기준 1.79명. 우리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 셀린 페레아르 / 프랑스 비혼 부부] "친구들 모두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가졌습니다. (아이를 가진) 비슷한 연령대의 30~40대의 친구들 중에 결혼한 사람은 없어요." 덴마크에서는 비혼모도 가난하지 않습니다.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다른 재산 없이 한 달에 100만 원을 버는 24살 비혼모를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먼저 임신. 한국은 100만 원짜리 임신부 바우처를 딱 1번 지원하지만, 덴마크는 임신 12주부터 출산 때까지 매달 213만 원씩 지원합니다. 아이를 낳으면 한국은 생계급여와 아동양육비, 아동수당 등 매달 137만 원을 줍니다. 덴마크는 사회부조와 아동청년수당, 아동양육비, 아동보조금 등 매달 340만 원, 한국의 2.5배를 줍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이 지원금을 다 받으려면 일주일에 4.3시간 이상 일해야 합니다. 자립을 유도하는 겁니다. 덴마크 한부모 가정의 아동빈곤율은 9.7%.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반면 한국은 10명 당 5명이 태어날 때부터 빈곤을 경험합니다. [신경아 /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 경제적인 그런 부담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비혼 출산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그 개인들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엄두를 못 내는 거죠." 비혼 출산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20대, 30대, 40대는 10명 가운데 4명이 그럴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38~39%)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7명. 비혼 출산율이 OECD 국가 평균만큼 오른다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1명으로 올라갈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허민숙 / 국회 입법조사관] "계획을 했든 또는 그렇지 않았든 아이를 가지고선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모든 부모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이 아이를 잘 키워 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조금 노력하면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되어야지만 저희가 그렇게 고심하고 있는 저출산의 문제도 해결에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 드러나고 있는 영아 살해.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아이들. 여전히 너무 많은 해외 입양. 그리고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저는 사실 저출산 측면에서보다 인권 측면에서 비혼 출산을 인정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개인의 선택이고요. 그리고 스스로 그것이 자기의 삶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다라고 생각을 하신 거고요." ◀ 이휘준 ▶ 저출생 재앙과 영아 살해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기와 부모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 건지, 다시 묻게 됩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스트레이트
2023-07-16
남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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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지형' 강남‥툭하면 물바다, 대책은 없나?
◀ 앵커 ▶ 지난해 수도권에 집중된 폭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물바다가 됐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강남 지역 곳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기습적인 폭우 때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여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골목. 빗물이 급류를 형성해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가게에 들어찬 물을 정신 없이 퍼내는 사이, 입간판 하나가 둥둥 떠내려갑니다. 이 골목은 올해 장마에도 어김없이 물에 잠겼습니다. 물이 종아리 중간까지 차서 바짓단을 걷어붙여야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이수빈/미용사] "비가 너무 많이 와서‥종아리 반 정도. 작년엔 아예 미용실로 물이 넘쳤어요." 최근까지 빗물받이 몇 곳이 추가 설치됐지만, 가게로 물이 들이치는 걸 막아주진 못했습니다. [이윤호/상인] "여기서 물이 솟아올라서. 이리 이제 물이 넘어서. 보다시피 이 안에 물이 가득 차서 뺐어요." 어제 비슷한 시각, 언덕 아래 위치한 언주역 앞 대로도 물바다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김용규/주차관리인] "여기가 (지대가) 낮잖아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완전히 한 이만큼 차서 차가 못 다니지." 여름 내내 침수를 걱정해야 하는 서울 강남. 동네마다 지대의 높낮이가 10미터까지 차이를 보입니다. ## 광고 ##강남역의 경우 비교적 고지대인 인근 신사동과 양재역, 역삼역 쪽에서 계속 빗물이 흘러내리는 이른바 '항아리' 지형입니다. 따라서 저지대에 빗물받이를 집중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원철/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 "강남구청 있는 데서부터 쭉 전부 다 내리막길이잖아요. 현장 조건에 맞춰서 (빗물받이) 시공을 계획하고 해야 되는데‥" 서울시는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자체 관측으로 어제 강남 일대엔 10분당 30mm의 폭우가 쏟아졌다며,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무려 180mm가 퍼부은 상황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2027년 완공되는 강남역 대심도 빗물 터널을 포함해 시간당 처리 강우량을 최고 110밀리미터까지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남은주
뉴스데스크
2023-07-14
김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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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변호사' 이수빈, '주인 살해한 노비' 누명 벗었다...존재감 각인
iMBC 연예
2023-04-30
iMBC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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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 아침밥에 몰린 학생들‥고물가에 '숨통'
◀ 앵커 ▶ 천 원에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와 대학이 밥값을 지원하는 사업 덕분인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정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식당을 가로질러 반대편까지 닿아있습니다. 수업 전에 학교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으려는 학생들입니다. 식판에 김치찌개를 올리고, 깍두기와 고추장아찌, 김과 어묵볶음을 담으면 5가지 반찬의 정식이 완성됩니다. ## 광고 ##[이수빈/대학생] "돈육김치찌개가 나왔는데 사실 이것 때문에 학교 빨리 와서 먹으려고‥" 푸짐하게 골라 먹는 한식 메뉴뿐 아니라 샌드위치와 음료로 구성된 간편식까지, 모두 단돈 1천 원입니다. 이 학교에선 하루 평균 4백 명이 이용 중인데, 5천 원 정도의 원가에도 학생들의 주머니 부담이 적은 건 정부와 대학의 지원 덕분입니다. 아침식사와 쌀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으로 전국 40여개 대학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문을 열기도 전에 학생들이 몰려든 다른 대학 구내식당. 아침식사가 시작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보시다시피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천 원 식권은 모두 매진됐습니다. 학교 측은 '천원 짜리' 식권을 1백장에서 130장까지 늘렸지만, 허탕치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김광현/대학생] "품절이 됐더라고요. 생각보다 되게 다들 빨리 오셔서‥" 이처럼 인기를 끄는 건 턱없이 오른 물가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가성비'로 입소문이 난 대학가 백반집에서도 가장 싼 순두부찌개가 7천원, 다른 메뉴는 9천원 짜리도 수두룩합니다. 그나마 음식 값이 좀 싼 줄 알았던 대학가마저 밥값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정훈입니다.
뉴스투데이
2023-03-23
송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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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만나는 '천원의 행복'‥'밥값 부담' 대학생들 매진 행렬
◀ 앵커 ▶ 요즘 대학교 구내 식당들은 이른 아침부터 아침밥을 먹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붐빈다고 합니다. 이렇게 푸짐한 아침식사를 단돈 천원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높아진 물가에 밥 값 부담이 커진 학생들을 위해서 정부와 대학들이 아침밥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송정훈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식당을 가로질러 반대편까지 닿아있습니다. 수업 전에 학교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으려는 학생들입니다. 식판에 김치찌개를 올리고, 깍두기와 고추장아찌, 김과 어묵볶음을 담으면 5가지 반찬의 정식이 완성됩니다. [이수빈/대학생] "돈육김치찌개가 나왔는데 사실 이것 때문에 학교 빨리 와서 먹으려고‥" 푸짐하게 골라 먹는 한식 메뉴 뿐 아니라 샌드위치와 음료로 구성된 간편식까지, 모두 단돈 1천 원입니다. [강건/대학생] "공짜로 먹는다는 생각하고 오고 있어요. 사실 1천 원이면 뭐 너무 좋지 않나." 이 학교에선 하루 평균 4백 명이 이용중인데, 5천 원 정도의 원가에도 학생들의 주머니 부담이 적은 건 정부와 대학의 지원 덕분입니다. 아침식사와 쌀 소비를 장려하기 위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으로 전국 40여개 대학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 광고 ##문을 열기도 전에 학생들이 몰려든 다른 대학 구내식당. 커다란 대접에 담긴 된장찌개에 돼지불고기, 숙주나물을 곁들인 식단이 입맛을 당깁니다. 아침식사가 시작된 지 한 시간도 안됐는데, 보시다시피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천 원 식권은 모두 매진됐습니다. 학교 측은 '천원 짜리' 식권을 1백장에서 130장까지 늘렸지만, 허탕치는 학생도 적지 않습니다. [김광현/대학생] "품절이 됐더라고요. 생각보다 되게 다들 빨리 오셔서‥" 이처럼 인기를 끄는 건 턱없이 오른 물가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가성비‘로 입소문이 난 대학가 백반집에서도 가장 싼 순두부찌개가 7천원, 다른 메뉴는 9천원 짜리도 수두룩합니다. [민승규/대학생] "만원 밑으로 먹으면 그나마 싸게 먹었다 싶고 저녁을 먹게 되는 경우에는 만삼천원, 만사천원 정도는 각오하고서‥" 그나마 음식 값이 좀 싼 줄 알았던 대학가마저 밥값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정훈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우 / 영상편집 :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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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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