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왕사남〉 돌풍 재현되나?‥한가위 극장가 우리 영화 '풍성'
◀ 앵커 ▶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우리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게, 지난 설 명절 연휴 때였죠. 이번 추석 명절에도 이런 흥행작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우리 영화들이 풍성하게 내걸린 한가위 극장가를 임소정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 리포트 ▶ 해고 노동자 부부와 이들을 촬영하려는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 영화 〈가능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지 묻습니다. 투자를 못 받아 넷플릭스 손을 잡았던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을 품고, 2주간 스크린에 오릅니다. [이창동/감독] "(타인의 이야기를) 그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 하는 평생 해 온 질문이었고…" 침체됐던 극장가에 〈왕과 사는 남자〉 돌풍이 몰아쳤던 게 바로 지난 설 명절. 이번 한가위 명절 극장가에도 우리 영화들이 풍성합니다. 먼저, 2015년 할리우드 흥행작을 리메이크한 〈인턴〉이 일주일 만에 50만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열정적인 CEO 한소희, 노회한 인턴 최민식이, 우리 직장의 현실을 그려냅니다. [한소희/〈인턴〉 선우 역] "(우리나라만의) 사회적인 정서 같은 것들을 좀 더 많이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1974년, 암살범은 대통령을 노렸지만, 끝내 영부인이 피살됩니다. 역사적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룬 〈암살자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 호화 출연진이 역사에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유해진/〈암살자(들)〉 철구 역] "왜일까요? 그 '왜'가 쌓여갖고 저희 영화가 된 거 같아요." ## 광고 ##도박을 소재로 한 허영만 화백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타짜〉 시리즈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로 마침표를 찍고, 액션 웹툰 원작의 〈부활남: 더 레드〉도 이어지는 연휴 극장가에 합류합니다. [구교환/〈부활남: 더 레드〉 석환 역] "(우리 영화들은) 사실 다 한 팀입니다. 모두가 다 재밌고 다 보러 오셔요 그러니까. 뷔페처럼." 〈왕사남〉뿐 아니라 〈만약에 우리〉, 〈살목지〉, 〈군체〉까지, 우리 영화들의 선전에 힘입어 올 상반기 극장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42% 늘었습니다. 추석 명절 극장가는 다양한 우리 영화들을 내걸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김해동, 정연철, 위동원 / 영상편집: 나경민
뉴스데스크
2026-09-23
임소정
"해냈다"‥모든 걸 걸었던 무명 선수의 도전
◀ 앵커 ▶ 아시안게임에 처음 도입된 테크볼에선 이준석 선수가 첫 금메달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생업까지 포기한 채, 새로운 종목에 도전해 우리 선수단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나고야에서 조진석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 준결승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던 이준석은 초반 긴장한 듯 몇 차례 실수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강력한 킥과 역동적인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연속 5득점을 몰아친 끝에 12 대 11로 역전하고 격하게 포효했습니다. 상대 선수는 흔들린 기색이 역력했고 이준석은 더 거세게 몰아친 끝에 조별리그 포함 8경기 퍼펙트 승리로 아시아 정상에 섰습니다. [이준석/테크볼 국가대표]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제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K4 리그 선수 출신으로 테크볼에 입문했다 코로나19로 선수 생활이 중단됐던 이준석. 부모님의 도움으로 테이블을 구해,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홀로 훈련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이준석/테크볼 국가대표] "관리사무소에 허락을 받고 공원 같은 데 있잖아요. 그런 데서 테이블 펴서 (연습)했거든요. (그러다가) 자전거 보관함 같은 데 조금씩 부딪히니까 민원이 들어와서‥ 이렇게까지 되니까 그 순간도 참 좋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 광고 ##생계를 위해 대기업 생산직에 뛰어들었다가 지난 2월 테크볼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곧바로 퇴사해 태극 마크를 달았습니다. 이준석은 말없이 응원해 주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준석/테크볼 국가대표] "딱 경기가 끝나고 위에 봤는데 어머니가 울고 계시더라고요.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하는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윤순정/이준석 어머니] "이제 조금 준석이가 숨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금도 준석이가 만약에 뭘 하겠다 그러면 그냥 저는 100% 준석이를 믿어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을 지나 정상에 섰습니다. 새 종목 새 역사를 쓴 이준석은 이제 테크볼의 또 다른 내일을 꿈꿉니다. 나고야에서 MBC뉴스 조진석입니다.
뉴스투데이
2026-09-21
조진석
'테크볼' 초대 챔피언‥"아파트 공원에서 훈련했어요"
◀ 앵커 ▶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도입된 테크볼에서는 이준석 선수가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탁구대에서 축구를 하는 듯한 테크볼은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종목인데요. 이 선수는 홀로 집 앞 공원에서 훈련을 하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습니다. 나고야에서 조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 준결승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던 이준석은 초반 긴장한 듯 몇 차례 실수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강력한 킥과 역동적인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바꿨고, 이후 연속 5득점을 몰아친 끝에 12 대 11로 역전하고 격하게 포효했습니다. 상대 선수는 흔들린 기색이 역력했고 이준석은 더 거세게 몰아친 끝에 조별리그 포함 8경기 퍼펙트 승리로 아시아 정상에 섰습니다. [이준석/테크볼 국가대표] "믿기지 않는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제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K4 리그 선수 출신으로 테크볼에 입문했다 코로나19로 선수 생활이 중단됐던 이준석. 부모님의 도움으로 테이블을 구해, 아파트 인근공원에서 홀로 훈련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이준석/테크볼 국가대표] "관리사무소에 허락을 받고 공원 같은 데 있잖아요. 그런 데서 테이블 펴서 (연습)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자전거 보관함 같은 데 조금씩 부딪히니까 민원이 들어와서… 이렇게까지 되니까 그 순간도 참 좋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생계를 위해 대기업 생산직에 뛰어들었다가 지난 2월 테크볼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자 곧바로 퇴사해 태극 마크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우상이자 테크볼 홍보대사로 참석한 스페인 전설 푸욜 앞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이준석은 말없이 응원해 주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준석/테크볼 국가대표] "딱 경기가 끝나고 위에 봤는데 어머니가 울고 계시더라고요.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하는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윤순정/이준석 어머니] "이제 조금 준석이가 숨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금도 준석이가 만약에 뭘 하겠다 그러면 그냥 저는100% 준석이를 믿어요." ## 광고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작이길 기대합니다. [이준석/테크볼 국가대표] "저희가 테크볼이 아직 실업팀이 없거든요. 정말 미친 듯이 운동하는데 거기에 월급까지 받는 실업팀이 된다고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을 지나 정상에 섰습니다. 새 종목 새 역사를 쓴 이준석은 이제 테크볼의 또 다른 내일을 꿈꿉니다. 나고야에서 MBC뉴스 조진석입니다. 영상취재: 서두범 / 영상편집: 권시우
뉴스데스크
2026-09-20
조진석
짧은 추석 연휴‥연극공연 '풍성'
◀ 앵커 ▶ 추석 연휴가 한 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코미디부터 시대극까지 무대에 오른 다양한 연극들을, 임소정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 리포트 ▶ 1965년 일본의 탄광 마을에서 언젠가 자신만의 미용실을 열겠다는 꿈을 품고, 낡은 이발소를 지키며 살아가는 재일 교포 수미. "가게 이름도 정해놨어. 내 이름을 따서 스미레 미용실." 언니와 여동생, 아버지와 남편, 다리를 다친 시동생까지 모두 한데 모여 가난을 견뎌내던 어느 날,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납니다.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 2.5세 극작가 정의신의 '자이니치 3부작'.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과 '야끼니꾸 드래곤'에 이은 마지막 작품, 이 막을 올렸습니다. [정의신/극작가] "이 이야기를 한국 관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 들여주기를 희망합니다." *** 이탈리아 북서부의 작은 시골 마을. 의문의 사고로 갑자기 남편들이 몽땅 사라지고, 아직 채 마치지 못한 사망 보험 가입 심사를 위해 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을 나옵니다. 보험금은 무려 20만 유로, 네 명의 주부는 남편으로 변장하기로 결심합니다. ## 광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쭉 최대한 자제를 하고 내일은 웬만하면 자스민이 대표로 얘기하게 해." 장진 감독의 연극 . 이번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남자 배우들이 여자 역할에, 여자 배우들이 남자 역할에 도전합니다. [장 진/감독] "쓸 때부터 아 이건 남자들이 여장을 한 채로 시작을 하자가 계획이었거든요. 이번 공연 때 좀 용기를 냈어요." *** 신문사에서 부고 기사를 쓰며 소설가를 꿈꾸는 댄. 어느 날 길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앨리스의 인생을 글로 써 소설가로 데뷔합니다. 지난 2005년 초연해 벌써 열한 번째 시즌을 맞은 연극 도 무대에 다시 올랐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정오뉴스
2026-09-18
임소정
[스트레이트] 조롱과 혐오‥'위험 수위' 10대 문화
■ '조롱' 응원이 표현 자유? 지난달 29일 열린 서울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청룡기 야구대회. 6대 2로 앞서던 배재고의 공격에서 더그아웃에 있던 배재고 선수들이 단체 율동과 함께 내뱉은 충격적인 응원 구호.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참다못한 광주일고 코치가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광주일고 코치] "야! 적당히 해 이 XX들아! 스타벅스를 왜 가는데! 아까부터 계속 참고 있어! 아까부터!" 불과 한 달여 전 전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킨 스타벅스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문구를, 그것도 광주 소재 학교 학생들을 향해 조롱하듯 외친 행태에 거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배재고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일부 학생의 일탈로 사건을 축소하고 사과문마저 AI로 작성했단 의혹까지 불거지며 비판은 더 커졌습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스포츠 정신에 반하는 행동으로 경기 진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해, 배재고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권오영/배재고 야구부 감독 (7월 1일)] "무조건 죄송합니다. (선수들도) 다 반성하고 그냥 자숙하고 있습니다." 배재고 측의 자체 조사에서 문제의 표현을 선창했던 학생과, '탱크데이'를 외친 또 다른 학생은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재고 앞엔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국민에겐 민주주의는 과분하다'는 문구 등이 새겨진 근조 화환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스포츠이기 이전에 교육의 장이어야 할 학생 경기에서 나온 충격적인 사태에 반성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 국민의힘은 인사들은 학살 조롱, 지역 비하 메시지가 담긴 응원을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이지애/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 (7월 1일, 유튜브 '고성국TV')] "학생들이 '스타벅스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부분인데…" [홍석준/국민의힘 전 의원 (6월 30일, 'kbc 박영환의 시사1번지')] "학생들을 징계한다? 이게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이게 스포츠를 할 때 통상적으로 야유를 합니다. 야구나 축구할 때 상대방을 야유하죠. '에이, 촌놈아' 하면서…" 권영세, 주진우, 김재섭 의원 등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은 배제고 선수단에 대한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임명된 부총리급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5.18이 성역이 됐다"며 배재고의 응원을 옹호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배재고 앞에는 극우인사들이 보낸 걸로 보이는 '자랑스럽다', '기죽지 마라'는 응원 화환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는 조롱 응원 피해자인 광주제일고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표현의 자유라며 두둔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에, 조롱 표현을 직접 들은 광주일고 선수들은 물론 해당 지역 학생들은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깊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여기까지 우리가 간신히 합의를 해왔는데 이 합의를 깨는 행동에 대해서 그렇게 우리가 너무 무관심하고 또 무감각하게 나오는 거는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어떤 성과들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도 저는 굉장히 우려해야 되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 신수아 기자 ▶ 10대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이 학살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혐오의 구호를 내뱉은 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설령 어린 학생들이 그 사회적 의미까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건 극우 성향의 '혐오와 조롱'이 청소년들에게 일상적인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단 사실을 말해줍니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위험 수위로 보이는데요. 먼저 청소년들이 극우 콘텐츠에 물들고 있는 실태를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 10대 파고든 '극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부정선거! 재선거!"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 자발적인 외침으로 주목받았던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선거 망상론자들의 근거 없는 불법봉쇄로 치달았습니다. [전한길/유튜버 (6월 27일, 유튜브 전한길뉴스)] "부정선거에 관한 많은 결과물들은 이제 그동안 속여왔던 것이, 모든 것이 이제 꼬리가 밟혀서…" [장동혁/국민의힘 대표 (6월 25일, 유튜브 '청년의소리TV')] "비 오는 날도 이렇게 다들 싸우고 계시잖아요. 잠깐이라도 돌아보고 가려고 왔어요." 이 시위에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동참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근거 없는 망상론과, 조롱 혐오의 언어들은 SNS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습니다. [고2 남학생들] "'윤어게인' 이런 거, 집회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거를 다루는 뉴스나 이런 것도 자주 보이고요." [고3 남학생들] "이거는 경찰이 옷 안이랑 옷 밖에 이름이 다르고. " 투표함 반출 과정에서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20대 청년이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주장. [강준우 (6월 29일, 국민의힘 주최 좌담회)] "진압 과정에서 21살 청년은 코마 상태에 빠졌었습니다. 여러분 정말 진실입니다." 경찰과 소방당국 모두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한 번 퍼진 가짜뉴스는 걷잡을 수 없었고, SNS를 통해 이를 접한 청소년들은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고3 남학생들] "그리고 이번에 무력 진압하는 것도 보도도 안 되고. 지금 20대 코마 상태에 걸렸다고, 코마 상태에 걸렸는데 쾌차하길 기원합니다. 아, 네. 합리적으로 이거 맞는 말이잖아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제 거의 공산당이 돼 가고 있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이유를 기자가 폭로했다는 제목의 한 영상. 란 자막도 새겨 넣었습니다. [조정진/스카이데일리 전 대표] "그래서 이 정부가 세 달 전에 중국인 무비자를 통해서 약 500만 명이 한국에 들어와요. 이 사람들을 훈련 시켜서 이번에 투입을 시켰는데… 그래서 정원오, 오세훈만 두 명만 있는 투표용지를 별도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전혀 근거도 없는 데다, "12.3 비상계엄 당일,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들이 체포됐다"고 허위보도한 인터넷 언론, '스카이데일리' 대표였던 인물의 주장인데, 이 발언자가 나온 같은 내용의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만 백만 명 가까이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극적인 영상들은 '부정선거'와 연관된 알고리즘에 맞춰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됐습니다. [고2 남학생] "투표용지 부족에 관해서도 거기에서 뭐 부정선거다. 그러면서 '윤석열 다시 부르자', 전한길 씨를 옹호한다던가…" [중3 남학생들] "재밌으니까, 재밌으니까 알고리즘을 타죠. 맞죠. 피드 같은데 올라오는 거 위주로. 안 보죠. 도파민이 안 터지잖아요." [정민철/정치 인플루언서·'1020 극우가 온다' 저자] "지금 청년들은 레거시 언론을 보지 않아요. 그냥 '이재명 정부가 선관위를 통해서 부정선거를 하려고 했다'라고 해서 영상을 올리잖아요. 그게 수십 시간 안에 몇천만 명한테 퍼져 나가요. 그럼, 그게 사실이 됩니다. 그걸 팩트체크를 하고, 사실을 뒤집고,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수십만 배의 노력이 필요해요. '누가 먼저 더 선동을 빠르게, 많이 하느냐'의 전쟁이 되어버린 거죠." 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SNS 상에서 유행처럼 퍼져 나갔던 이른바 '주적 챌린지'.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인지'를 기습적으로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정원오/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 네 감사합니다." [하정우/당시 부산 북구갑 더불어민주당 후보] ""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 후보들은 이 주적 챌린지처럼 주적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 [추경호/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 김부겸/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5월 26일)] " 핵과 미사일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바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적이죠." [하정우/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후보 - 한동훈/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 (5월 28일)] " 국방백서에 북한군과 북한 정부라고 나와 있는데 그걸 왜 또 물어보십니까?" 낡은 사상 검증성 질문을 반복하는 냉전 시대의 인습이지만, SNS를 통해 10대들에게 확산되면서,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 대한민국 주적? 내란세력 아니에요?" 이렇게 직접 조롱하고 희화화할 대상을 찾아 나서면서, 또래들에게 극우 세력의 주장을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고3 남학생들] "우리나라 주적이 북한이라고 못 말하는 거. 그러니까 그것도 이상한, 그게 제일 이상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거 인스타에도 많이 뜨는데. 실제로 가서 여쭤봤는데 말을 못 하더라고요. 민주당이요. 당연히 주적이라고 말해야죠. 저는 당연히 북한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왜냐하면 우리랑 전쟁 중인 국가이기도 하니까." [김종우/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반공주의가 거의 그대로 사실 재생산되고 있는 양상들이 보이는데, 극우 이념에서 굉장히 많이 강조하는 것들은 그런 '다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고, 불완전하고, 우리 사회를 위협한다라는 서사인데 민주주의의 어떤 기본 원칙과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배치될 수밖에 없죠." 반란 수괴, 독재자 전두환을 우상화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등, 비뚤어진 극우세력의 역사인식도 SNS 등을 통해 10대들에게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성호/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기자] "오늘 들은 얘기가 바로 '5·18은 폭동이다' 그 얘기를 진짜 하루에 한 번씩 꼭 외치고 다녀요." [정민철/정치 인플루언서·'1020 극우가 온다' 저자] "인스타그램 자체가 너무나도 기울어져 있어서 온전히 극우적인 주장들만이 퍼져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미 되어 버렸습니다. 민주당은 기득권이고, 또 '좌파 탈출은 능지(지능)순'이라는 거 보이시죠? '진보를 지지하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면 지능이 떨어지는 거다'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놨어요." 특히 남학생의 경우, 마초적인 '남성성'을 과시하는 극우 콘텐츠에 더욱 쉽게 빠져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제가 남고여서 아는데, 실제로 한 80%에서 90%는 영향을 받고 파란색을 지지하는 성향을 갖는 친구들을 조금 약간 비난을 하거나 몰거나…" [고등학생] "제가 여고인데 공학 나왔거든요. (중학교) 공학 다닐 때 좀 (조롱하는 말) 많이 썼어요. 쓰는 걸 들었어요." [김현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저자] "초등학교 5, 6학년 남자애들이 게임하는 형들한테 들어서 '남자라는 존재가 한국에선 되게 불행하고 불평등한 존재'라고 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너무 퍼져 있어요. '남자는 억울하고 남자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 는 요즘 10대들의 정치적 성향과 SNS의 영향 등을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과 함께 만 13에서 18세의 청소년 1,69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극우세력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에 60%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인이 대거 밀입국해 장기매매 범죄를 저지른다"(동의 47%, 비동의 27%), "민주당이 집권하면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다" (동의 42%, 비동의 38%), 이런 근거 없는 음모론적 주장에도 동의한다는 청소년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보다 훨씬 많은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문성호/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기자] "올림픽공원·선관위 부실 선거 이슈에 대해서 '아, 형이 10초 만에 정리해 줄게', '1분 안에 정리해 줄게' 이런 것들이 되게 많이 지금 나오고 있는데, 곱씹어 보면 뭔가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되게 논리적이게 보이게 둔갑해서 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서 '내가 다 정리해 줄게, 너 이것만 보면 너 이거 마스터한 거야'…" 학교에서 주로 나누는 정치 관련 대화를 적어달라는 요청에 763명의 학생이 응했는데, 이 응답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가장 언급 빈도가 높은 주제는 윤석열, 2위는 부정선거였습니다. [김종우/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부정선거'와 '윤석열'을 중심으로 대다수의 지금 단어들이 다 연결되어 있는 걸 보면 어떤 사실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대부분의 이슈들이 부정선거를 어떤 식으로든 거쳐 갈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예상대로 청소년들이 뉴스를 접하는 경로는 SNS가 78%로 압도적이었습니다. SNS에서 정치와 관련된 콘텐츠를 매일 보고 있다는 응답자는 57.6%에 달했는데, 그중에서도 정치 관련된 콘텐츠를 어디에서 보는지 물었더니 84.5%,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가 인스타그램이라고 답했고, 유튜브가 그다음이었습니다. [권정민/서울교대 교수] "유튜브는 콘텐츠를 설명하는 플랫폼이에요. 그러니까 극우 유튜브에서 빼내 오는 게 가능해요. 인스타는 그게 되지 않아요. 인스타는 콘텐츠만 보는 플랫폼이 아니에요. 자기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곳이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곳이고, 그냥 얘네들의 모든 삶이 거기에 있다고 보시면 되는 거예요." 정치 콘텐츠들을 보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70%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고 답했는데, 그렇게 접하는 콘텐츠들이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주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권정민/서울교대 교수] "결론은, 음모론을 다 믿어요.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를 않고 그냥 자기가 들은 거를 자기가 머릿속에 넣고 그걸 자기 생각이라고 착각을 하는데, 비판적 사고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자기가 비판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지금 착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 신수아 기자 ▶ 이렇게 극우 성향 콘텐츠 영향을 받게 되면서, 10여 년 전부터 청소년들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 상징적 인물이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외모와 말투,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을 조롱하는 다양한 영상과 밈들이 지금까지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되고 있는데요. 이들은 당연히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경험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요? ■ '노무현 조롱'‥도대체 왜? 지난 2006년 12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연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자주국방에 대한 소신을 격정적으로 담아낸, 명연설로 꼽힙니다. [노무현/전 대통령 (2006년 12월 21일)]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나 국방부 장관이요' 직무 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미국한테 매달려서, 바짓가랑이 매달려서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 형님' 형님 빽만 믿겠다. 이게 자주 국가 국민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극우 커뮤니티들은 노 전 대통령의 연설 중 한 단어, 즉 엉덩이의 사투리식 발음을 부각시킨 영상을 퍼뜨렸습니다. 기존 음악에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덧씌운 뮤직비디오 형태로, 노 전 대통령을 'MC무현'이라고 칭했습니다. 이 노래는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려는 의도로 집단 떼창을 할 때 쓰이더니, 10여 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들 사이에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상징처럼 돼 버렸습니다. 학교 음악 시간에 이 노래를 대놓고 부르는가 하면, '무현 고등학교 밴드부'라고 제목을 단 영상에선 노 전 대통령의 몸동작까지 흉내 냅니다. 지난해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주며 고인을 조롱했습니다. "여긴 응디시티~ 응디 응디"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 하나 하나가 그들만의 조롱과 희화화 코드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1 남학생]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관련해서 '운지'라고 하던가 어쩌다 전파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좀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중3 남학생] "노무현, 노무현 드립치고 막 미쳤어요. 그냥 애들이. '운지'랑, '우흥'이랑, '북딱', '노알라' 이런 거 뜨고…" [조수진/노무현재단 이사·변호사] "운지버섯 음료가 있었어요. 그 음료의 CF가 '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것처럼 뛰어내리는 그런 장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돌아가신 분이 떨어져서 돌아가신 걸 조롱할 때 '운지했다'라는 말이 생겨난 거예요." 고인이 서거한 날짜와 장소도 조롱의 대상입니다. '무현 중학교'란 제목의 영상. [교사 - 학생] " 네. 부엉이요. "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야~ 기분 좋다" "자, 부엉이 바위로 가자. 아, 오늘 경치 좋네. 딱 좋다, 기분 좋다! 으악! 운지!" 10대들은 스스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의 이니셜을 딴 'MH 세대'로 일컫기까지 합니다. [정민철/정치 인플루언서·'1020 극우가 온다' 저자] "'MH세대'는 지금 보통 10대 학생들이에요. 한 06년생부터 15년생. 더 내려가도 되겠죠. 근데 이거는 자기들이 부르는 이름이에요. 자칭. 콘텐츠에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상이 올라와요. 그럼 댓글에 달려요. '역시 MH세대ㅋㅋㅋㅋㅋ'" 이들의 행위는 더 노골적인 형태로, 더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봉하마을 찾아 기념관 곳곳에서 비웃는 인증 영상을 남긴 한 남학생. 5월 23일을 '중력절'이라 칭하며, 추락하는 시늉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성지 순례하듯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조롱을 인증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 올해 추모식엔 2백 명 가까이 몰려왔습니다. [조수진/노무현재단 이사·변호사] "한 50여 명이 넘어 보이는 그런 까만 옷을 입은 아니면 일베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남녀가 우르르 몰려서 들어온 거예요, 입장을. 곳곳에서 키득키득하면서 일베 모양 손가락질을 하면서 인증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거예요. 억장이 무너지는 게 (이들을) 끌어낼 방법이 없는 겁니다." 사정을 모른 채 어린 학생들이 추모식에 참여한 걸 기특하게 지켜보던 시민들은 이들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슬기/봉하마을 전시교육팀 PD] "여기에서 저 위로 올라가면 부엉이바위가 보이거든요. 지나가면서 '부엉이바위로 가자~!'라든지 '야 기분 좋다~' 저 산에서 '야 기분 좋다'라고 소리를 지르면 사실 여기 밑에 있으면 들리거든요." 방명록에서조차 조롱의 표현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임고은/봉하마을 전시교육팀 매니저] "(직원분 자녀가) '엄마, 내 나이대의 친구들이 기념관 가는 건 대통령 좋아해서 가는 게 아니라, 대통령님을 조롱하고 놀잇거리로 (삼으러) 가는 애들이 간다…' 도장깨기식 아니면 성지순례처럼 그런 친구들이 오기 시작하고 있거든요." 노 전 대통령의 정치를 직접 경험하지도 못한 어린 청소년들에게 왜 이런 현상이 확산된 걸까? 먼저, 노 전 대통령 다음에 집권한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 등을 동원했던 광범위한 댓글 조작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은 이미 수사와 재판을 거쳐 확인된 사실. 이때 만든 이른바 극우, 일베식 콘텐츠가 지금의 10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입니다. [황희두/노무현재단 이사] "인위적인 공작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랑 군 정보기관을 동원해서 아예 작정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돌아가신 이후에도 사이버 심리전을 벌입니다. '젊은 층을 우리의 우군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일베를 통한…" 노 전 대통령은 일베 등 극우 세력으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당했던 대통령인 만큼, 사후에도 극우 세력의 집요한 표적이 돼 온 게 사실입니다. [김종우/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일베라고 하는 어떤 하나의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밈'들이 하나의 상징처럼 돼 버린 것 같아요. 일종의 상징적 자원이 된 거죠. 우리의 어떤 그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또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던 시기, 극우 세력이 온라인상에서 극단적인 음모론과 관련 콘텐츠를 마구 양산했고, 기성 체제에 저항하는 경향을 보이는 10대들이 이런 콘텐츠에 쉽게 빠져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정민철/정치 인플루언서·'1020 극우가 온다' 저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냐면 기성세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좋아하는 그리고 사랑하고 가장 아끼는 정치인이에요. 그러면 그런 정치인을 무너뜨리고 희화화하고 조롱할수록 카타르시스와 쾌감을 느끼기도 하는 거거든요." 여기에 그 누구보다 구술 자료가 많고, 이미 고인이 된 상태여서 조롱했을 때 법적 처벌이 어렵단 점도 표적이 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위험 수위를 넘어선 10대들의 극우적 '조롱과 혐오' 문화. [조수진/노무현재단 이사·변호사] "표현을 계속하다 보면 그게 어느 순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오면 행동까지 나아간다는 겁니다. 지금 일베나 이런 사이트들에서 조롱하고 혐오하는 것의 공통점을 보면 다 '죽음'입니다. 그런데 그 죽음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추도하고 추모하는 죽음이에요. 세월호라든지, 이태원 참사라든지 이것도 또 조롱을 그러니까 계속 옮겨붙고 있어요. '모두가 추도하니까 나는 조롱할 거야, 이게 저항정신이지' 그런데 그 자체를 조롱해 버리면 역사의식이고 뭐고 가질 필요가 없는 거예요." 지금 상황이 더욱 위험한 건 극우 콘텐츠들이 밈이나 유머, 패러디 등 놀이의 형식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방식으로 10대들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3 남학생] "진짜 힘들어 보이는 친구들한테 막 '부엉이바위' 그러거든요. 일종의 문화죠, 문화." [고2 남학생] "서로 장난치는 과정에서 또래 사이에 약간 심하게 나타나는, 극우화라기보단 그냥 잘못된 방향의 또래 문화…" 극우세력이 노리고 있는 것도 이른바 '모호성', 그리고 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화' 방식으로 '조롱과 혐오'를 쉽게 확산시키는 것, 그리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끝없이 재생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김종우/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놀이가 위험한 이유는 그걸 '문제야'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너 왜 이렇게 진지해. 이거 농담인데'라고 다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근거로 쓰인단 말이죠. 그걸 놀이라고 사회에서 뭔가 수용하는 어떤 하나의 흐름이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된 집단들의 관점에서는 심각한, 사실 위협이고 폭력인 거예요." ◀ 신수아 기자 ▶ 극우 세력들은 혐오나 조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 '표현의 자유'라며 가해자를 더욱 두둔했고, 더 공격적으로 극우 콘텐츠를 생산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청소년들은 이런 콘텐츠에 더 쉽게 노출됐고, 이제 일선 교실엔 혐오와 조롱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 현장은 물론 사회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방관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 심각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건지, 당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 '속수무책' 교실‥해법은 남녀의 특성을 주제로 한 수업. "남녀의 특성을 하나씩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걸 가지고 싶은지 적어보세요." "제육 잘 볶아야 된다. 내 이상형은 제육 잘 볶는 여자." '제육'을 볶아오라는 말, 몇 년 전 한 게임 방송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이라면서 밝힌 여성 비하성 표현입니다. 남성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하나의 '밈'으로 통용돼 왔고, 지난해 몇몇 대학 축제에서 이 문구로 주점 메뉴를 만들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여성들이 지켜야 할 규율집을 가리키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여자 목소리는 80데시벨을 넘어선 안 된다', '여자는 남자 말에 말대꾸하지 않는다', 어린 두 남학생이 든 손팻말 문구는 혐오와 조롱에 물든 학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그릇된 행동을 교실에서 제지해야 할 교사들은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최고울/고등학교 국어 교사] "학생 유도를 위해서 게임 같은 거 많이 진행해요. 그러면서 쓰는 닉네임들이 이렇습니다. 'MC무현, 부엉부엉, 이기야, 앙XXX, 산업화, 홍어 무침, 운지, 전 장군, 드럽노, 북어 망치' 워낙 이런 식의 입에 담지 못할 표현들이 많이 일상화돼 있죠. 그래서 저는 그 수업을 접었습니다, 아예."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지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송수연/고등학교 역사교사] "'4.3이 국가 폭력이다'라는 학술적으로도, 사실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이미 정해진 이야기를 했을 때도 '공산당의 폭동으로 시작한 거 아닙니까?'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선생님은 정치 편향 교육을 하고 있다' 교과서가 '좌파가 쓴 교과서 아니냐'는 거예요." [최고울/고등학교 국어 교사] "항일운동 배경이 중국이고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짱깨'라고 하면서 특정 아이를 보기 시작해요. '너희 나라로 가. 공산주의 XX들은 다 없어져야 돼' 마치 깔때기처럼 (말 할) 거리만 있으면 그리로 가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과거에도 이런 학생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엔 아예 교실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희정/교사노조연맹 대변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 안에서 존재감 없는 남학생들이 주로 일베라고 저희가 많이 얘기했었고 그 아이들이 하는 말들에 대해서 '쟤 또 저러네' 이런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런 존재감 없는 아이들이 아니라 정말로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도 잘살고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고 반에서 1~2등 하는 아이들이 요즘은 되게 일베를 선도하고…" [최고울/고등학교 국어 교사] "진짜 너무 그렇게 주목을 끄는 아이가 있어서 '그래 수업 집어치워. 이리와 얘기를 한 번 해보자' 얘기를 하다 보니까 '선생님 왜 저한테 스트레스 주시냐'라는 거예요. '이거 아동학대예요' 그렇게 나와요. 아동학대라는 말에 정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아동학대래요. 정서적 학대라고 하고…" 올해 초, 전국 초중고 교사 177명을 상대로 진행된 설문 결과, 90%가량이 교실 내 극우화된 표현을 심각한 상태로 진단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극우,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들을 직접 목격했다는 교사도 80%에 달했습니다. [박태훈/일베 폐쇄 서포터즈 단장·진보당 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 "일베식 문화가 겨누는 건 결국 약자, 소수자, 그리고 학살의 역사·비극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거거든요. '여기까지는 국민이고, 여기는 국민이 아니야' 이렇게 나누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막 대해도 되고, 이 사람들은 심지어 탱크를 가지고 진압해서 학살해도 되는 사람들이 되는 세계관인 거거든요." 사정이 이런데도 교사들이 개입하길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 요구 때문입니다. [이지예/고등학교 사회 교사] "12.3 (불법 계엄) 다음 날 조회에 들어가신 한 담임 선생님이 '얘들아, 참 소중한 아침이야 그렇지?' 이렇게 말했다가 민원이 들어왔어요. 그게 무슨 뜻이냐. 어떤 가치관이 들어간 거 아니냐. 그렇게 담임이 편향적인 사고를 가져서 애들을 어떻게 교육하겠냐…" 이 때문에 교실에서는 정치적 사안은 물론이고 현대사의 경우 역사적 사건에 대한 토론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송수연/고등학교 역사 교사] "같이 토론하고 공부를 하고 살펴볼 수 있어야지만 학생들의 시민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질 텐데 '정치 중립성'이라는 사슬이죠. 그것이 옥죄면서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교사들이 두려워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과연 뭘 가리키는 걸까. 우리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교사에게 요구하는 게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가치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법률은 교육기본법입니다. 교육기본법 제14조에는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학살 피해자나 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 행위를 제지하는 것이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행동이 될 수 없습니다. 즉, 교육기본법에 위배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법 조항과는 별개로,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성'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정치적으로 한 어떤 분파의 이익을 대변하지 말라는 것이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갖지 말라는 건 아니거든요. 현대사의 그런 어떤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 더 이상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유로 이것을 가르치거나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은 정말 좀 아니지 않을까…" 여기에 중립성을 문제 삼은 민원까지 자주 발생하다 보니 교사들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경진/중학교 국어 교사] "겁이 난다고 해야 될까… 스스로 자기방어 기제가 발동하는 것 같아요. 분명 고인에 대한, 죽음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것에 대해서 지도하고자 하지만 그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 이념'으로 인식하고 공격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불안감이, 고민에 빠지죠." 따라서 교사들이 역사 왜곡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혐오나 조롱의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을 적극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구체적인 지침과 확실한 교권 보호 조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권정민/서울교대 교수] "학생들과 교실 안에서 토론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건 어쨌든 선생님이 해야 되는 일인 거고 선생님들한테 제일 직접적인 어려움은 민원이거든요. 법으로 교사를 보호해줘야 되는 거죠." 더 나아가 '혐오' 표현을 더 확실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 그리고 극우 콘텐츠에 대한 알고리즘 규제도 시급한 과제로 꼽힙니다. 오는 7일부터 고의적으로 허위 조작 정보를 유통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긴 하지만, 여기엔 조롱과 혐오에 대한 제재 방안, 그리고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 규제 등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진응/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불법은 아니지만 좀 유해한 콘텐츠라면 이게 애매한 거잖아요. 그럼 이런 거는 이용자의 접촉을 줄이는 게 필요하거든요. 그게 알고리즘이에요. 해외 같은 경우는 플랫폼 사업자가 해야 될 조치에 채널 정지, 수익 창출 정지, 알고리즘 조정까지 있는 거거든요. 그런 조치에 대해서 법률에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죠." 10대들이 극우콘텐츠에 물들게 된 1차적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5.18 조롱 이벤트 때도, [장동혁/국민의힘 대표 (5월 31일, 유튜브 '국민의힘TV')] "커피 한 잔의 자유, 6월 3일 기호 2번 국민의힘에 투표해 주십시오." 이번 배재고 응원 사태에도, [홍석준/국민의힘 전 의원 (6월 30일, 'kbc 박영환의 시사1번지')] "학생들을 징계한다? 이러면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닙니다. 이게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들은 피해자의 상처를 어루만지기에 앞서 가해자를 두둔했습니다. 이렇게 정치적 '논란'의 모양새가 갖춰지면 어김없이 극우 세력들은 '가해자'를 탄압받는 피해자로 치켜세웠고, 더 공격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고, 더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조롱했습니다. ## 광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논란이 있을 수 없는 영역에 논란을 만든 정치인들의 행태는 극우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를 더욱 높였고, 여기에 10대 청소년들도 더 쉽게 빠져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그 정도 얘기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가게 되면 우리가 5.18 문제, 또 혐오 표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태까지 쌓아온 성과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정치권에서만큼은 이 문제에 대해서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선을 그어줘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이 부분을 정치적 유불리로 이렇게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좀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비극을 희화화하고, 피해자와 약자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를 놀이로 즐기는 지금의 청소년 문화.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차별과 혐오로 가득 찬 '암흑' 그 자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이트
2026-07-05
신수아
'황금 연휴' 어린이 관객 잡아라‥공연 '봇물'
◀ 앵커 ▶ 어린이날 황금 연휴를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이 마련돼있습니다. 이번 주 문화계 소식, 임소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980년대, 구조조정이 단행되던 영국 북부의 탄광촌. 남자 아이들은 으레 권투를 배우는 보수적인 마을에서, 빌리는 발레에 빠져듭니다. 시대가 변하고 산업이 무너지면서, 붕괴된 일상 틈에서 빌리의 춤이 피어납니다. 26년 전, 원작 영화 를 본 엘튼 존의 제안으로 탄생한 뮤지컬. 오래 전 석탄 위주 제조업이 저물던 시대의 이야기는, AI의 발전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지금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스티븐 달드리/오리지널 연출] "사람들이 극장에서 함께 공연을 보는 그런 경험은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5년 영국 런던 초연 이후 5개 대륙에서 약 1,200만 명이 관람한 글로벌 흥행작이 5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 무대를 찾습니다. 5명의 빌리가 약 50:1의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올랐고, 1대 빌리였던 발레리노 임선우가 '성인 빌리' 역으로 함께 합니다. [김승주/빌리 역] "춤을 출 때는 모든 걸 잊게 되고 정말 그 상황에만 집중해서 순간만이 남는 것 같은…" *** 반짝이는 커다란 눈망울에 핑크색 머리. ## 광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과 영화 '사랑의 하츄핑' OST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날 수 있는 '블링블링 캐치 티니핑 심포니'. 또, 과거로 세계 여행을 떠나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들과, 그들이 남긴 명곡을 만나는 서울시향의 키즈 클래식 콘서트까지. 가족의 달을 맞아 아이들이 쉽게 클래식을 만날 수 있는 공연들도 마련됐습니다. *** 1,380장의 고해상도 LED로 마치 만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무대. 일본 만화 원작 뮤지컬 공연은 흥행에 힘입어 2주 연장됐고, 스페셜 공연에는 김준수, 고은성 등이 무대에 오릅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정오뉴스
2026-04-30
임소정
'과부가 뭐?' 멜라니아 폭발‥트럼프도 "당장 잘라"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가 열리기 이틀 전. 방송인 지미 키멀은 자신의 토크쇼에서 다가올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을 가상으로 패러디했다며 다음과 같이 발언했습니다. [지미 키멀 라이브쇼(지난 23일)] "그리고 물론 멜라니아 영부인도 와 계십니다. 정말 아름답네요. 트럼프 여사님, 마치 남편이 죽기를 기다리는 과부처럼 빛이 납니다." ## 광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틀 뒤 진행된 만찬에서 실제 총격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당 발언이 급격히 재조명됐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SNS에 직접 입장문을 내고 "증오와 폭력을 동원하는 키멀의 수사는 미국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며 "키멀 같은 사람들이 매일 저녁 우리 가정에 들어와 증오를 퍼트릴 기회를 가져선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 "비겁한 키멀은 방송사 뒤에 숨어있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ABC 경영진은 얼마나 더 공동체를 희생시키며 키멀의 끔찍한 행동을 방조할 것인가"라며 해고를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역시 해당 발언을 '폭력 선동'으로 규정하며 "키멀의 발언은 완전히 선을 넘었고 즉시 해고돼야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백악관 대변인(지난 27일)]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아내가 사랑하는 남편의 살해 가능성 앞에서 빛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과 영부인, 그리고 그 지지자들에 향한 이런한 언사는 명백한 광기이며, 미국 국민이 밤마다 이걸 소비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지미 키멀은 자신의 토크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세력을 겨냥해 지속적인 조롱과 풍자를 해온 인물입니다. [지미 키멀(지난 14일)] "'도널드 예수'가 치유하고 있는 남자는 엡스타인과 매우 닮았어요. AI도 그의 '절친'이 엡스타인이란 점을 부정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 사망 당시에는, 그의 죽음이 트럼프 지지자들과 연계됐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가 일주일 가량 방송 중단 사태를 겪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ABC 방송국과 모기업인 디즈니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요구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 출처: 유튜브 'Jimmy Kimmel Live')
국제
2026-04-28
박소희
대피 때 옷 그대로 직접 브리핑‥"이게 용의자" 사진 공개
한 남성이 상의가 벗겨져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바닥에 엎어져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올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 총격 용의자 체포 사진입니다. 총성 이후 워싱턴 힐튼 호텔 만찬장에서 긴급 대피했던 트럼프는 행사 참석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와 백악관 기자들 앞에 서서 직접 브리핑하며 용의자의 신상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그 남자는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것으로 보이고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 매우 아픈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외신에 따르면 용의자의 신원은 캘리포니아 출신의 31살 남성 콜 토머스 앨런입니다. 정확한 범행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당국은 그의 단독범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나도 그렇게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또 범행 동기가 '이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단 선을 그은 뒤 "하지만 알 수 없다. 우리는 수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는 SNS에 호텔 만찬장 주변에 있던 보안문을 향해 누군가가 돌진하고 요원들이 바로 총을 꺼내 대응하는 영상도 함께 올렸습니다. ## 광고 ##이와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한 요원이 총에 맞았지만, 매우 좋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덕분에 살 수 있었다"며 "매우 용감한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의해 제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안 당국은 용의자가 산탄총, 권총, 칼 여러 자루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대통령은 매우 위험한 직업"이라면서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아무도 저에게 이 직업이 이렇게 위험하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마르코가 저에게 말해줬더라면, 아마 저는 출마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어 트럼프는 그럼에도 "이 나라를 사랑하며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는 위대한 일들을 해낼 것이지만 그와 함께 위험이 따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현지시간으로 25일 토요일 밤 8시 반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 주변에서 총성이 울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등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100년 넘게 이어진 유서 깊은 행사인데, 비판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2기를 통틀어 이번 만찬에 처음으로 참석해 주목을 받았고 당시 상황은 여러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국제
2026-04-26
고은상
김기민의 '볼레로', GD가 반한 작가 '베르디'
◀ 앵커 ▶ 세계적인 발레단 마린스키의 간판, 김기민이 평생을 꿈꿔온 작품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배우 김선호의 연극과 GD가 사랑한 작가, 베르디의 첫 개인전 소식도 만나보시죠. 임소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둠 속 조용히 시작된 멜로디에 악기 소리가 하나 둘 더해지며 음악이 고조되면, 붉은 원탁 위 무용수의 몸짓도 점점 격정적이 되더니 이내 절정으로 내달립니다. '발레 혁명가'로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음악을 바탕으로 만든 걸작 '볼레로'. 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스타, 발레리노 김기민이 25년 만에 내한하는 발레단 베자르 발레 로잔과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김기민/발레리노] "이 발레는 제 선생님, 블라디미르 김 선생님과 같이 꿈을 키웠던 작품이고…" 볼레로 외에도 베자르 발레 로잔의 대표작 '불새'와 '햄릿',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 등의 작품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입니다. *** 낯선 방에 두 남자가 마주 앉아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당혹감. 방 안에 빼곡히 꽂힌 수많은 책을 읽으며 단서를 찾아 나가야 합니다. "이 방에 왔을 때 떨어진 이 책들이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일 거예요. " 일본의 대표적 극작가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희곡 '허점의 회의실'을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한 연극 . ## 광고 ##무대와 여러 매체를 오가며 사랑받는 김선호, 양경원, 김성규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어, 공연 막바지까지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가수 GD와 그룹 블랙핑크가 사랑하는 세계적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의 첫 개인전이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낭비된 청춘은 없다" 등 메시지가 담긴 타이포그래피와 귀여운 캐릭터의 조합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그의 이번 전시 제목은 'I believe in me'. [베르디(VERDY)/작가] "젊은이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90년대 일본 '우라하라' 문화와 스트리트 감성을 바탕으로 창작된 2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뉴스투데이
2026-04-24
임소정
[스트레이트] '4·3'과 빼앗긴 '이름'
■ '4·3' 그리고 '내 이름은' 촌스러운 이름을 바꾸고 싶은 고등학생 아들 '영옥'과, 절대 그 이름을 버릴 수 없는 엄마 '정순'. "왜 남자아이 이름을 영옥이라고 지으셨어요?" 영화는 어린 시절의 충격에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엄마가 이름에 얽힌 비극적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제주 4·3. 오랜 시간, 입 밖에 꺼낼 수조차 없었던 이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 [내 이름은]. 지난달 베를린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자, "비극적 역사가 남긴 트라우마를 세대를 넘어 섬세하게 비추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울림을 줬다"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다리우스 샤히디파어/관객] "한국 사회가 과거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매우 고통스러운 과거죠. 이 영화도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매우 좋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우리 현대사의 비극, 제주 4·3의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 상처의 치유를 모색합니다. [정지영/감독] "저는 이 영화를 4.3을 찾아가는 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4.3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정확하게 이 영화에서 규명하는 것이 아니고, '4.3이 어떤 거지?'하고 찾아가서 '아, 이런 거야? 그럼 더 알아야겠다' 이것이 이 영화의 목적입니다." ◀ 김정인 기자 ▶ 해방 직후 수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학살된 제주 4·3. 이 비극적인 국가폭력은 살아남은 이들의 삶마저도 송두리째 흔들어 놨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자신의 뿌리를 지키지 못한 채 살아야 했는데요. 가족이 학살당하는 끔찍한 피해를 입고도 그 사실조차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이름까지 잃어버려야 했던 사연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 빼앗긴 '이름'들 4·3 당시, 열다섯 소년이었던 김명원 할아버지. 아흔세 살이 된 지금까지도 그날의 충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창고가, 관사 되어 있는 여기, 이제 창고였어요. 창고였고 이 안에 이제 한 5, 60명 되는 인원이 이 안에 감금이 돼 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는 진압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나머지 가족들도 동네 초등학교에 감금됐고, 이튿날 진압군은 어머니마저 끌고 나갔습니다. 어머니 품에 있던 갓난아기를 억지로 떼어냈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군인들이 그 애를 어머니 품에서 빼가지고, 발 두 개를 이렇게 들고 나한테 던져주더라고 애를. 그 핏덩이를. 어머니가 하는 얘기가, 계속 아기를 보고 날 보고 울면서 '아기는 살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살 때까지는 데리고 있어라' 이래 놓고 이제 어머니는 나가 가지고 한 15분쯤 되니까 총소리가 요란하게 나요." 태어난 지 보름 남짓했던 막내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어머님(유해)을 찾았으면 모르겠는데 찾지를 못했어요. 그래가지고 이렇게 합장묘에…" 한 순간에 부모와 막내 동생까지 잃은 그는 남겨진 세 동생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끼니라도 챙겨 먹길 바라며 어린 여동생을 다른 집에 맡겼는데, 그 집의 호적에 올라가면서 동생의 성도 바뀌게 됐습니다. 남매는 남이 돼 버렸고, 되돌릴 수조차 없었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내가 참 그 호적을 미리미리 못 본 게 내가 잘못이 있죠. '김씨 성을 가진 나를 정씨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나를 원망하는 거죠." 본인도 4·3 당시 총상을 입었지만, 총에 맞은 그 상처보다 동생을 동생으로 지켜주지 못했던 죄책감이 더 큰 고통으로 남았습니다. "어머니 나 누군지 알겠어요? 나 누구예요? 나 정희예요. 나 딸…" 4·3 당시 진압군에 의해 남편을 잃은 엄마. 엄마는 정희 씨를 뱃속에 품은 채로 총까지 맞았지만, 다행히 모녀는 살아남았습니다. 아버지 사망 신고를 한 이후에 정희 씨가 태어나자, 할아버지는 가상의 인물인 다른 아들 호적을 만들어 어머니와 혼인신고를 했고, 손녀인 정희 씨를 호적에 올렸습니다. 그렇게 정희 씨는 친아버지 '김 순'이 아닌 존재하지도 않았던 '김 홍'이라는 사람의 딸로 살았습니다. 어머니 역시 누군지 모를 이름의 아내로 평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김정희/제주 4·3 유족] "(사람들이) '허천베세기' 하고 산다고. 헛사람하고 산다고. 그 가짜 이름을 만드니까 얼마나 진짜 고통이 심했겠어요." 가족관계를 바로잡아 진짜 남편의 이름을, 딸의 진짜 아버지 이름을 되찾아주는 게 어머니의 평생소원이었습니다. [김정희/제주 4·3 유족] "(가족관계가 정정된다면) 어머니가 진짜 마음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어머니가 젊을 때부터 그거 한이기 때문에…" 혈육이 학살당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이름과 가족의 뿌리까지 잃어버린 경우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바로잡을 기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빨갱이'란 무서운 낙인 속에 피해자들은 4·3을 입에 올릴 수조차 없었습니다. 1978년, 4·3의 실상을 다룬 최초의 대중적 소설 을 쓴 현기영 작가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강요된 침묵 속에서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일은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김창범/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4·3으로 인해 가지고 제주 공동체가 송두리째 파괴됐잖아요. 어떤 물질적인 것만 파괴된 것이 아니라 더욱더 중요한 것은 제주에 살고 있는 분들의 영혼 자체도 파괴된 상황이었어요. 그때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폭력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이후,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가족의 이름을 되찾을 기회가 열렸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소송을 통해 가족임을 확인받으려면 유전자 검사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했는데, 유해를 찾지 못한 유족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문성윤/제주4·3유족회 고문 변호사] "무덤을 파서 이제 입증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현실적으로 이제 많이 생길 수는 없었습니다. (희생자분들)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23년 특별법을 개정해 소송 없이 정부 조사를 통해서도 가족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했지만, 진척 속도가 느린 탓에 지금까지 정정된 건 단 4건에 불과합니다. 4·3으로 아버지가 숨진 뒤 작은아버지의 호적에 올라 있던 고계순 씨. 오랜 기다림 끝에 아버지를 되찾았습니다. [고계순/제주 4·3 유족] "아빠… 할 도리 다 했으니까 훌륭한 딸이지요? 내가 이렇게 귀먹어 말 못 알아먹어 이렇게 해도 할 도리 다 했으니까… 사랑해요." 내 이름을, 내 가족을 되찾는 일. 끔찍했던 국가폭력의 부당함을 알리고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서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애순/제주 4·3 유족]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밝혀지지만 우리 아버지도 그래도 이 세상에 왔다 간, 그 젊은 청춘에 억울하게 가셨는데 호적이 만들어짐으로 해서 그래도 이런 사람이 여기 이 세상에 왔다 갔다는 그게 있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접수된 가족관계 정정 신청은 5백여 건. 신청자 대부분은 여든을 훌쩍 넘은 고령입니다. [문성윤/제주4·3유족회 고문 변호사]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 관계를 정리를 해야 그분들도 그동안 가슴에 쌓인 한을 조금이라도 풀고 돌아가실 거 아니겠습니까?" *** 학살 트라우마를 겪는 엄마를 지키며, 그 역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영옥'을 연기한 유준상 배우. [ 유준상/배우] "배우로서 항상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연기할 때 '내가 진짜 이런 상황이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그렇게 됐을 때 느껴지는 그 감정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고…" 4.3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들의 가족과 이름을 되찾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길 희망하게 됐습니다. [유준상/배우] "며칠 동안 계속 그 4·3 관련된 장소를 다 찾아다녔고, 그냥 그런 곳에서 추모를 좀 하고 싶었어요. 끊임없이 결국 기억해 준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엄마, 이제 엄마 이름으로 살아갑서." ◀ 김정인 기자 ▶ 4·3은 명백한 국가폭력이었지만 민간인 대량학살을 초래한 진압 책임자들은 과거 정부에서 각종 훈장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4·3 강경 진압을 주도했던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족들이 거세게 반발했는데요. 4·3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지 12년이 흘렀지만 진상규명을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 갈 길 먼 '책임' 규명 제주를 '레드 아일랜드', 붉은 섬으로 규정한 미군정이 진압 책임자로 내려보낸 인물. 1948년 5월 조선경비대 9연대장에 임명된 박진경 중령은, 남로당을 색출하겠다며 무차별 토벌 작전을 주도했습니다. 부임 한 달여 만에 대령으로 초고속 승진했지만, 그의 강경 진압에 반대했던 부하 군인들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당시 박진경 대령을 살해한 부하들에 대한 재판에선, "박 대령이 조선 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또 박 대령이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는 3회 정지 명령에 불응하면 총살하라고 명령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과거 정부에서 박 대령에 대한 예우는 극진했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무공훈장을 수여했고, 그의 시신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제주도엔 추도비가 남아 있고, 경남 남해엔 그의 동상까지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12.3 내란을 극복하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보훈부가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행법상 과거 무공훈장을 받았을 경우, 후손이 신청하면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4·3 유족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백경진/제주 4·3 범국민위원회 이사장 (2025년 12월 12일)] "어떻게 국민 주권 정부 이름으로 박진경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까?"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이 나서서 재검토를 지시했고, 보훈부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등록의 근거가 됐다는 무공훈장 자체도 잘못됐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이재명 대통령 (2025년 12월 18일)] "이분이 48년에 사망했는데 6·25 참전 유공자로 훈장을 받았다는 게 팩트예요?" [이두희/국방부 차관 (2025년 12월 18일)] "6·25라는 것은 아니고, 국가안전보장과 전몰장병에 대한 훈장으로…" [이재명 대통령 (2025년 12월 18일)] "6·25로 특정된 건 아니다?" [이두희/국방부 차관 (2025년 12월 18일)] "그렇습니다. 특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정말 그런지 국가기록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1950년 생산된 '6·25 을지무공훈장' 기록. '박진경'이란 이름이 적시돼 있습니다. 또 다른 문건에서도 박 대령의 공적 요지에 '6·25 참전 유공'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1948년에 사망했는데도 2년 뒤 발발한 6·25 참천 무공훈장을 받은 겁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참전유공자법상 6·25의 범주를 1948년 8월 15일 이후부터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박진경 대령의 사망 시점은 이보다 두 달 빠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훈부 장관은 무공훈장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권오을/국가보훈부 장관 (3월 13일)] "고민을 했습니다. 그 문제는 일단 덮자. 덮고. 그게 취소 다 돼버리면 국립묘지 묻힌 것을 다 파묘를 해야 합니다." [양성주/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 (3월 13일)] "그것을 덮자 말자, 화해하자는 것은 저희들이 판단하겠습니다. 그걸 왜 국가에서 덮자고 말씀하십니까." 1948년 계엄령 선포 이후 제주에 투입돼 민간인을 대량 살상한 조선경비대 2연대. 그 책임자는 연대장이었던 함병선 대령이었습니다. 김명원 할아버지의 어머니 등 동네 주민 80여 명을 초등학교에 몰아넣고 학살한 것도, 함병선이 이끈 2연대였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어린아이고 할머니, 할아버지고 할 거 없이 그대로 데리고 가가지고 한 구덩이에서 매장시켜버렸어요. 총살시켜 가지고…"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너븐숭이' 학살 역시, 2연대의 소행이었습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본격적인 학살은 함병선이가 내려와서 훨씬 더 이제 잔인한 학살이 시작되는 겁니다. 대표적인 학살이 제주도 북촌에 가면 '너븐숭이 학살'이라고 있죠. 우리 현기영 선생, 의 모델이 됐었던 그 학살도 바로 이제 함병선 부대가 들어온 다음에 일어난 거죠." 그런데도 그의 이름은 제주도에 세워진 공적비에 새겨져 있고, 그는 국립현충원에 묻혔습니다. 공적비의 문구 하나하나에 유족들의 가슴은 미어집니다. [김종민/전 4·3 평화재단 이사장] "'한라산이 비록 높으나 장군의 공적보단 낮고 남해가 비록 깊으나 장군의 혜택보다는 낮도다. 옅도다' '한라산이 무너지고 남해가 마르도록 장군을 기념하리로다' 기가 막히죠. 이러한 공적비를 세워서 찬양을 한다는 거? 아직도? 그건 있을 수가 없는 거죠." ## 광고 ##군과 경찰은 물론 우익단체 서북청년단까지 가세하면서 최소 3만 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됐지만 민간인 학살에 대해 그 누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죽은 사람은 수두룩한데 죽인 사람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들(민간인 학살 책임자)의 이름을 불러줘야 합니다."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우리는 희생자들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이 4·3을 공산폭동으로 매도하며 유족들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정지영/감독] "4·3 기록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했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국민의 많은 수가 4·3을 '이름만 들었어', 혹은 '4·3 이런 사건이 있었대' 이렇게만 알고 있어요. 조금 더 깊이 넓게 공유하고 토론하고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미래를 향한 어떤 발돋움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민간인 학살 책임소재를 밝혀내고 명명백백하게 역사에 기록해야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에 우리 사회가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스트레이트
2026-03-22
김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