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조롱과 혐오‥'위험 수위' 10대 문화
■ '조롱' 응원이 표현 자유? 지난달 29일 열린 서울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청룡기 야구대회. 6대 2로 앞서던 배재고의 공격에서 더그아웃에 있던 배재고 선수들이 단체 율동과 함께 내뱉은 충격적인 응원 구호.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참다못한 광주일고 코치가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광주일고 코치] "야! 적당히 해 이 XX들아! 스타벅스를 왜 가는데! 아까부터 계속 참고 있어! 아까부터!" 불과 한 달여 전 전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킨 스타벅스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문구를, 그것도 광주 소재 학교 학생들을 향해 조롱하듯 외친 행태에 거센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배재고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일부 학생의 일탈로 사건을 축소하고 사과문마저 AI로 작성했단 의혹까지 불거지며 비판은 더 커졌습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스포츠 정신에 반하는 행동으로 경기 진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해, 배재고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권오영/배재고 야구부 감독 (7월 1일)] "무조건 죄송합니다. (선수들도) 다 반성하고 그냥 자숙하고 있습니다." 배재고 측의 자체 조사에서 문제의 표현을 선창했던 학생과, '탱크데이'를 외친 또 다른 학생은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재고 앞엔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국민에겐 민주주의는 과분하다'는 문구 등이 새겨진 근조 화환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스포츠이기 이전에 교육의 장이어야 할 학생 경기에서 나온 충격적인 사태에 반성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 국민의힘은 인사들은 학살 조롱, 지역 비하 메시지가 담긴 응원을 '표현의 자유'라며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이지애/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 (7월 1일, 유튜브 '고성국TV')] "학생들이 '스타벅스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의 부분인데…" [홍석준/국민의힘 전 의원 (6월 30일, 'kbc 박영환의 시사1번지')] "학생들을 징계한다? 이게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이게 스포츠를 할 때 통상적으로 야유를 합니다. 야구나 축구할 때 상대방을 야유하죠. '에이, 촌놈아' 하면서…" 권영세, 주진우, 김재섭 의원 등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은 배제고 선수단에 대한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임명된 부총리급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5.18이 성역이 됐다"며 배재고의 응원을 옹호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배재고 앞에는 극우인사들이 보낸 걸로 보이는 '자랑스럽다', '기죽지 마라'는 응원 화환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는 조롱 응원 피해자인 광주제일고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표현의 자유라며 두둔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에, 조롱 표현을 직접 들은 광주일고 선수들은 물론 해당 지역 학생들은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깊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여기까지 우리가 간신히 합의를 해왔는데 이 합의를 깨는 행동에 대해서 그렇게 우리가 너무 무관심하고 또 무감각하게 나오는 거는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어떤 성과들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도 저는 굉장히 우려해야 되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 신수아 기자 ▶ 10대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이 학살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혐오의 구호를 내뱉은 건 큰 충격을 줬습니다. 설령 어린 학생들이 그 사회적 의미까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건 극우 성향의 '혐오와 조롱'이 청소년들에게 일상적인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단 사실을 말해줍니다.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되는 위험 수위로 보이는데요. 먼저 청소년들이 극우 콘텐츠에 물들고 있는 실태를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 10대 파고든 '극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부정선거! 재선거!"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 자발적인 외침으로 주목받았던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선거 망상론자들의 근거 없는 불법봉쇄로 치달았습니다. [전한길/유튜버 (6월 27일, 유튜브 전한길뉴스)] "부정선거에 관한 많은 결과물들은 이제 그동안 속여왔던 것이, 모든 것이 이제 꼬리가 밟혀서…" [장동혁/국민의힘 대표 (6월 25일, 유튜브 '청년의소리TV')] "비 오는 날도 이렇게 다들 싸우고 계시잖아요. 잠깐이라도 돌아보고 가려고 왔어요." 이 시위에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동참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근거 없는 망상론과, 조롱 혐오의 언어들은 SNS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습니다. [고2 남학생들] "'윤어게인' 이런 거, 집회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거를 다루는 뉴스나 이런 것도 자주 보이고요." [고3 남학생들] "이거는 경찰이 옷 안이랑 옷 밖에 이름이 다르고. " 투표함 반출 과정에서 경찰의 무력 진압으로 20대 청년이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주장. [강준우 (6월 29일, 국민의힘 주최 좌담회)] "진압 과정에서 21살 청년은 코마 상태에 빠졌었습니다. 여러분 정말 진실입니다." 경찰과 소방당국 모두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한 번 퍼진 가짜뉴스는 걷잡을 수 없었고, SNS를 통해 이를 접한 청소년들은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고3 남학생들] "그리고 이번에 무력 진압하는 것도 보도도 안 되고. 지금 20대 코마 상태에 걸렸다고, 코마 상태에 걸렸는데 쾌차하길 기원합니다. 아, 네. 합리적으로 이거 맞는 말이잖아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제 거의 공산당이 돼 가고 있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이유를 기자가 폭로했다는 제목의 한 영상. 란 자막도 새겨 넣었습니다. [조정진/스카이데일리 전 대표] "그래서 이 정부가 세 달 전에 중국인 무비자를 통해서 약 500만 명이 한국에 들어와요. 이 사람들을 훈련 시켜서 이번에 투입을 시켰는데… 그래서 정원오, 오세훈만 두 명만 있는 투표용지를 별도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전혀 근거도 없는 데다, "12.3 비상계엄 당일,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들이 체포됐다"고 허위보도한 인터넷 언론, '스카이데일리' 대표였던 인물의 주장인데, 이 발언자가 나온 같은 내용의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만 백만 명 가까이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극적인 영상들은 '부정선거'와 연관된 알고리즘에 맞춰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됐습니다. [고2 남학생] "투표용지 부족에 관해서도 거기에서 뭐 부정선거다. 그러면서 '윤석열 다시 부르자', 전한길 씨를 옹호한다던가…" [중3 남학생들] "재밌으니까, 재밌으니까 알고리즘을 타죠. 맞죠. 피드 같은데 올라오는 거 위주로. 안 보죠. 도파민이 안 터지잖아요." [정민철/정치 인플루언서·'1020 극우가 온다' 저자] "지금 청년들은 레거시 언론을 보지 않아요. 그냥 '이재명 정부가 선관위를 통해서 부정선거를 하려고 했다'라고 해서 영상을 올리잖아요. 그게 수십 시간 안에 몇천만 명한테 퍼져 나가요. 그럼, 그게 사실이 됩니다. 그걸 팩트체크를 하고, 사실을 뒤집고,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수십만 배의 노력이 필요해요. '누가 먼저 더 선동을 빠르게, 많이 하느냐'의 전쟁이 되어버린 거죠." 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SNS 상에서 유행처럼 퍼져 나갔던 이른바 '주적 챌린지'.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인지'를 기습적으로 묻는 방식이었습니다. [정원오/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 네 감사합니다." [하정우/당시 부산 북구갑 더불어민주당 후보] ""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 후보들은 이 주적 챌린지처럼 주적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 [추경호/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 김부겸/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5월 26일)] " 핵과 미사일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바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적이죠." [하정우/더불어민주당 부산 북구갑 후보 - 한동훈/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 (5월 28일)] " 국방백서에 북한군과 북한 정부라고 나와 있는데 그걸 왜 또 물어보십니까?" 낡은 사상 검증성 질문을 반복하는 냉전 시대의 인습이지만, SNS를 통해 10대들에게 확산되면서,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 대한민국 주적? 내란세력 아니에요?" 이렇게 직접 조롱하고 희화화할 대상을 찾아 나서면서, 또래들에게 극우 세력의 주장을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고3 남학생들] "우리나라 주적이 북한이라고 못 말하는 거. 그러니까 그것도 이상한, 그게 제일 이상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거 인스타에도 많이 뜨는데. 실제로 가서 여쭤봤는데 말을 못 하더라고요. 민주당이요. 당연히 주적이라고 말해야죠. 저는 당연히 북한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왜냐하면 우리랑 전쟁 중인 국가이기도 하니까." [김종우/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반공주의가 거의 그대로 사실 재생산되고 있는 양상들이 보이는데, 극우 이념에서 굉장히 많이 강조하는 것들은 그런 '다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고, 불완전하고, 우리 사회를 위협한다라는 서사인데 민주주의의 어떤 기본 원칙과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배치될 수밖에 없죠." 반란 수괴, 독재자 전두환을 우상화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등, 비뚤어진 극우세력의 역사인식도 SNS 등을 통해 10대들에게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문성호/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기자] "오늘 들은 얘기가 바로 '5·18은 폭동이다' 그 얘기를 진짜 하루에 한 번씩 꼭 외치고 다녀요." [정민철/정치 인플루언서·'1020 극우가 온다' 저자] "인스타그램 자체가 너무나도 기울어져 있어서 온전히 극우적인 주장들만이 퍼져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미 되어 버렸습니다. 민주당은 기득권이고, 또 '좌파 탈출은 능지(지능)순'이라는 거 보이시죠? '진보를 지지하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면 지능이 떨어지는 거다'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놨어요." 특히 남학생의 경우, 마초적인 '남성성'을 과시하는 극우 콘텐츠에 더욱 쉽게 빠져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제가 남고여서 아는데, 실제로 한 80%에서 90%는 영향을 받고 파란색을 지지하는 성향을 갖는 친구들을 조금 약간 비난을 하거나 몰거나…" [고등학생] "제가 여고인데 공학 나왔거든요. (중학교) 공학 다닐 때 좀 (조롱하는 말) 많이 썼어요. 쓰는 걸 들었어요." [김현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저자] "초등학교 5, 6학년 남자애들이 게임하는 형들한테 들어서 '남자라는 존재가 한국에선 되게 불행하고 불평등한 존재'라고 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너무 퍼져 있어요. '남자는 억울하고 남자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 는 요즘 10대들의 정치적 성향과 SNS의 영향 등을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과 함께 만 13에서 18세의 청소년 1,69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극우세력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에 60%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인이 대거 밀입국해 장기매매 범죄를 저지른다"(동의 47%, 비동의 27%), "민주당이 집권하면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다" (동의 42%, 비동의 38%), 이런 근거 없는 음모론적 주장에도 동의한다는 청소년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보다 훨씬 많은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문성호/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기자] "올림픽공원·선관위 부실 선거 이슈에 대해서 '아, 형이 10초 만에 정리해 줄게', '1분 안에 정리해 줄게' 이런 것들이 되게 많이 지금 나오고 있는데, 곱씹어 보면 뭔가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되게 논리적이게 보이게 둔갑해서 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서 '내가 다 정리해 줄게, 너 이것만 보면 너 이거 마스터한 거야'…" 학교에서 주로 나누는 정치 관련 대화를 적어달라는 요청에 763명의 학생이 응했는데, 이 응답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가장 언급 빈도가 높은 주제는 윤석열, 2위는 부정선거였습니다. [김종우/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부정선거'와 '윤석열'을 중심으로 대다수의 지금 단어들이 다 연결되어 있는 걸 보면 어떤 사실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대부분의 이슈들이 부정선거를 어떤 식으로든 거쳐 갈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예상대로 청소년들이 뉴스를 접하는 경로는 SNS가 78%로 압도적이었습니다. SNS에서 정치와 관련된 콘텐츠를 매일 보고 있다는 응답자는 57.6%에 달했는데, 그중에서도 정치 관련된 콘텐츠를 어디에서 보는지 물었더니 84.5%,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가 인스타그램이라고 답했고, 유튜브가 그다음이었습니다. [권정민/서울교대 교수] "유튜브는 콘텐츠를 설명하는 플랫폼이에요. 그러니까 극우 유튜브에서 빼내 오는 게 가능해요. 인스타는 그게 되지 않아요. 인스타는 콘텐츠만 보는 플랫폼이 아니에요. 자기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곳이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곳이고, 그냥 얘네들의 모든 삶이 거기에 있다고 보시면 되는 거예요." 정치 콘텐츠들을 보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70%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고 답했는데, 그렇게 접하는 콘텐츠들이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주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권정민/서울교대 교수] "결론은, 음모론을 다 믿어요.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를 않고 그냥 자기가 들은 거를 자기가 머릿속에 넣고 그걸 자기 생각이라고 착각을 하는데, 비판적 사고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자기가 비판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지금 착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 신수아 기자 ▶ 이렇게 극우 성향 콘텐츠 영향을 받게 되면서, 10여 년 전부터 청소년들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 상징적 인물이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외모와 말투,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을 조롱하는 다양한 영상과 밈들이 지금까지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되고 있는데요. 이들은 당연히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경험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요? ■ '노무현 조롱'‥도대체 왜? 지난 2006년 12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연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자주국방에 대한 소신을 격정적으로 담아낸, 명연설로 꼽힙니다. [노무현/전 대통령 (2006년 12월 21일)]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나 국방부 장관이요' 직무 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미국한테 매달려서, 바짓가랑이 매달려서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 형님' 형님 빽만 믿겠다. 이게 자주 국가 국민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극우 커뮤니티들은 노 전 대통령의 연설 중 한 단어, 즉 엉덩이의 사투리식 발음을 부각시킨 영상을 퍼뜨렸습니다. 기존 음악에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덧씌운 뮤직비디오 형태로, 노 전 대통령을 'MC무현'이라고 칭했습니다. 이 노래는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려는 의도로 집단 떼창을 할 때 쓰이더니, 10여 년이 지난 지금, 청소년들 사이에서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상징처럼 돼 버렸습니다. 학교 음악 시간에 이 노래를 대놓고 부르는가 하면, '무현 고등학교 밴드부'라고 제목을 단 영상에선 노 전 대통령의 몸동작까지 흉내 냅니다. 지난해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주며 고인을 조롱했습니다. "여긴 응디시티~ 응디 응디" 이뿐만이 아닙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 하나 하나가 그들만의 조롱과 희화화 코드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1 남학생]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관련해서 '운지'라고 하던가 어쩌다 전파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좀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중3 남학생] "노무현, 노무현 드립치고 막 미쳤어요. 그냥 애들이. '운지'랑, '우흥'이랑, '북딱', '노알라' 이런 거 뜨고…" [조수진/노무현재단 이사·변호사] "운지버섯 음료가 있었어요. 그 음료의 CF가 '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것처럼 뛰어내리는 그런 장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돌아가신 분이 떨어져서 돌아가신 걸 조롱할 때 '운지했다'라는 말이 생겨난 거예요." 고인이 서거한 날짜와 장소도 조롱의 대상입니다. '무현 중학교'란 제목의 영상. [교사 - 학생] " 네. 부엉이요. "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야~ 기분 좋다" "자, 부엉이 바위로 가자. 아, 오늘 경치 좋네. 딱 좋다, 기분 좋다! 으악! 운지!" 10대들은 스스로를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의 이니셜을 딴 'MH 세대'로 일컫기까지 합니다. [정민철/정치 인플루언서·'1020 극우가 온다' 저자] "'MH세대'는 지금 보통 10대 학생들이에요. 한 06년생부터 15년생. 더 내려가도 되겠죠. 근데 이거는 자기들이 부르는 이름이에요. 자칭. 콘텐츠에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상이 올라와요. 그럼 댓글에 달려요. '역시 MH세대ㅋㅋㅋㅋㅋ'" 이들의 행위는 더 노골적인 형태로, 더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봉하마을 찾아 기념관 곳곳에서 비웃는 인증 영상을 남긴 한 남학생. 5월 23일을 '중력절'이라 칭하며, 추락하는 시늉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성지 순례하듯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조롱을 인증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 올해 추모식엔 2백 명 가까이 몰려왔습니다. [조수진/노무현재단 이사·변호사] "한 50여 명이 넘어 보이는 그런 까만 옷을 입은 아니면 일베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남녀가 우르르 몰려서 들어온 거예요, 입장을. 곳곳에서 키득키득하면서 일베 모양 손가락질을 하면서 인증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거예요. 억장이 무너지는 게 (이들을) 끌어낼 방법이 없는 겁니다." 사정을 모른 채 어린 학생들이 추모식에 참여한 걸 기특하게 지켜보던 시민들은 이들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슬기/봉하마을 전시교육팀 PD] "여기에서 저 위로 올라가면 부엉이바위가 보이거든요. 지나가면서 '부엉이바위로 가자~!'라든지 '야 기분 좋다~' 저 산에서 '야 기분 좋다'라고 소리를 지르면 사실 여기 밑에 있으면 들리거든요." 방명록에서조차 조롱의 표현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임고은/봉하마을 전시교육팀 매니저] "(직원분 자녀가) '엄마, 내 나이대의 친구들이 기념관 가는 건 대통령 좋아해서 가는 게 아니라, 대통령님을 조롱하고 놀잇거리로 (삼으러) 가는 애들이 간다…' 도장깨기식 아니면 성지순례처럼 그런 친구들이 오기 시작하고 있거든요." 노 전 대통령의 정치를 직접 경험하지도 못한 어린 청소년들에게 왜 이런 현상이 확산된 걸까? 먼저, 노 전 대통령 다음에 집권한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 등을 동원했던 광범위한 댓글 조작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은 이미 수사와 재판을 거쳐 확인된 사실. 이때 만든 이른바 극우, 일베식 콘텐츠가 지금의 10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입니다. [황희두/노무현재단 이사] "인위적인 공작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랑 군 정보기관을 동원해서 아예 작정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돌아가신 이후에도 사이버 심리전을 벌입니다. '젊은 층을 우리의 우군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일베를 통한…" 노 전 대통령은 일베 등 극우 세력으로부터 가장 많은 공격을 당했던 대통령인 만큼, 사후에도 극우 세력의 집요한 표적이 돼 온 게 사실입니다. [김종우/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일베라고 하는 어떤 하나의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밈'들이 하나의 상징처럼 돼 버린 것 같아요. 일종의 상징적 자원이 된 거죠. 우리의 어떤 그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또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던 시기, 극우 세력이 온라인상에서 극단적인 음모론과 관련 콘텐츠를 마구 양산했고, 기성 체제에 저항하는 경향을 보이는 10대들이 이런 콘텐츠에 쉽게 빠져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정민철/정치 인플루언서·'1020 극우가 온다' 저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냐면 기성세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좋아하는 그리고 사랑하고 가장 아끼는 정치인이에요. 그러면 그런 정치인을 무너뜨리고 희화화하고 조롱할수록 카타르시스와 쾌감을 느끼기도 하는 거거든요." 여기에 그 누구보다 구술 자료가 많고, 이미 고인이 된 상태여서 조롱했을 때 법적 처벌이 어렵단 점도 표적이 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위험 수위를 넘어선 10대들의 극우적 '조롱과 혐오' 문화. [조수진/노무현재단 이사·변호사] "표현을 계속하다 보면 그게 어느 순간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오면 행동까지 나아간다는 겁니다. 지금 일베나 이런 사이트들에서 조롱하고 혐오하는 것의 공통점을 보면 다 '죽음'입니다. 그런데 그 죽음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추도하고 추모하는 죽음이에요. 세월호라든지, 이태원 참사라든지 이것도 또 조롱을 그러니까 계속 옮겨붙고 있어요. '모두가 추도하니까 나는 조롱할 거야, 이게 저항정신이지' 그런데 그 자체를 조롱해 버리면 역사의식이고 뭐고 가질 필요가 없는 거예요." 지금 상황이 더욱 위험한 건 극우 콘텐츠들이 밈이나 유머, 패러디 등 놀이의 형식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방식으로 10대들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3 남학생] "진짜 힘들어 보이는 친구들한테 막 '부엉이바위' 그러거든요. 일종의 문화죠, 문화." [고2 남학생] "서로 장난치는 과정에서 또래 사이에 약간 심하게 나타나는, 극우화라기보단 그냥 잘못된 방향의 또래 문화…" 극우세력이 노리고 있는 것도 이른바 '모호성', 그리고 그들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화' 방식으로 '조롱과 혐오'를 쉽게 확산시키는 것, 그리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끝없이 재생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김종우/연세대 사회학과 연구교수] "놀이가 위험한 이유는 그걸 '문제야'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너 왜 이렇게 진지해. 이거 농담인데'라고 다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근거로 쓰인단 말이죠. 그걸 놀이라고 사회에서 뭔가 수용하는 어떤 하나의 흐름이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된 집단들의 관점에서는 심각한, 사실 위협이고 폭력인 거예요." ◀ 신수아 기자 ▶ 극우 세력들은 혐오나 조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 '표현의 자유'라며 가해자를 더욱 두둔했고, 더 공격적으로 극우 콘텐츠를 생산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청소년들은 이런 콘텐츠에 더 쉽게 노출됐고, 이제 일선 교실엔 혐오와 조롱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 현장은 물론 사회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방관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 심각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건지, 당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 '속수무책' 교실‥해법은 남녀의 특성을 주제로 한 수업. "남녀의 특성을 하나씩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걸 가지고 싶은지 적어보세요." "제육 잘 볶아야 된다. 내 이상형은 제육 잘 볶는 여자." '제육'을 볶아오라는 말, 몇 년 전 한 게임 방송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이라면서 밝힌 여성 비하성 표현입니다. 남성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하나의 '밈'으로 통용돼 왔고, 지난해 몇몇 대학 축제에서 이 문구로 주점 메뉴를 만들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여성들이 지켜야 할 규율집을 가리키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여자 목소리는 80데시벨을 넘어선 안 된다', '여자는 남자 말에 말대꾸하지 않는다', 어린 두 남학생이 든 손팻말 문구는 혐오와 조롱에 물든 학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그릇된 행동을 교실에서 제지해야 할 교사들은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입니다. [최고울/고등학교 국어 교사] "학생 유도를 위해서 게임 같은 거 많이 진행해요. 그러면서 쓰는 닉네임들이 이렇습니다. 'MC무현, 부엉부엉, 이기야, 앙XXX, 산업화, 홍어 무침, 운지, 전 장군, 드럽노, 북어 망치' 워낙 이런 식의 입에 담지 못할 표현들이 많이 일상화돼 있죠. 그래서 저는 그 수업을 접었습니다, 아예."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지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송수연/고등학교 역사교사] "'4.3이 국가 폭력이다'라는 학술적으로도, 사실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이미 정해진 이야기를 했을 때도 '공산당의 폭동으로 시작한 거 아닙니까?'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선생님은 정치 편향 교육을 하고 있다' 교과서가 '좌파가 쓴 교과서 아니냐'는 거예요." [최고울/고등학교 국어 교사] "항일운동 배경이 중국이고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짱깨'라고 하면서 특정 아이를 보기 시작해요. '너희 나라로 가. 공산주의 XX들은 다 없어져야 돼' 마치 깔때기처럼 (말 할) 거리만 있으면 그리로 가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과거에도 이런 학생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최근엔 아예 교실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희정/교사노조연맹 대변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 안에서 존재감 없는 남학생들이 주로 일베라고 저희가 많이 얘기했었고 그 아이들이 하는 말들에 대해서 '쟤 또 저러네' 이런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런 존재감 없는 아이들이 아니라 정말로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도 잘살고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고 반에서 1~2등 하는 아이들이 요즘은 되게 일베를 선도하고…" [최고울/고등학교 국어 교사] "진짜 너무 그렇게 주목을 끄는 아이가 있어서 '그래 수업 집어치워. 이리와 얘기를 한 번 해보자' 얘기를 하다 보니까 '선생님 왜 저한테 스트레스 주시냐'라는 거예요. '이거 아동학대예요' 그렇게 나와요. 아동학대라는 말에 정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아동학대래요. 정서적 학대라고 하고…" 올해 초, 전국 초중고 교사 177명을 상대로 진행된 설문 결과, 90%가량이 교실 내 극우화된 표현을 심각한 상태로 진단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극우,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들을 직접 목격했다는 교사도 80%에 달했습니다. [박태훈/일베 폐쇄 서포터즈 단장·진보당 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 "일베식 문화가 겨누는 건 결국 약자, 소수자, 그리고 학살의 역사·비극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거거든요. '여기까지는 국민이고, 여기는 국민이 아니야' 이렇게 나누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막 대해도 되고, 이 사람들은 심지어 탱크를 가지고 진압해서 학살해도 되는 사람들이 되는 세계관인 거거든요." 사정이 이런데도 교사들이 개입하길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 요구 때문입니다. [이지예/고등학교 사회 교사] "12.3 (불법 계엄) 다음 날 조회에 들어가신 한 담임 선생님이 '얘들아, 참 소중한 아침이야 그렇지?' 이렇게 말했다가 민원이 들어왔어요. 그게 무슨 뜻이냐. 어떤 가치관이 들어간 거 아니냐. 그렇게 담임이 편향적인 사고를 가져서 애들을 어떻게 교육하겠냐…" 이 때문에 교실에서는 정치적 사안은 물론이고 현대사의 경우 역사적 사건에 대한 토론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송수연/고등학교 역사 교사] "같이 토론하고 공부를 하고 살펴볼 수 있어야지만 학생들의 시민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질 텐데 '정치 중립성'이라는 사슬이죠. 그것이 옥죄면서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교사들이 두려워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과연 뭘 가리키는 걸까. 우리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교사에게 요구하는 게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가치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법률은 교육기본법입니다. 교육기본법 제14조에는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학살 피해자나 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 행위를 제지하는 것이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행동이 될 수 없습니다. 즉, 교육기본법에 위배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법 조항과는 별개로,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성'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정치적으로 한 어떤 분파의 이익을 대변하지 말라는 것이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갖지 말라는 건 아니거든요. 현대사의 그런 어떤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 더 이상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유로 이것을 가르치거나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은 정말 좀 아니지 않을까…" 여기에 중립성을 문제 삼은 민원까지 자주 발생하다 보니 교사들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경진/중학교 국어 교사] "겁이 난다고 해야 될까… 스스로 자기방어 기제가 발동하는 것 같아요. 분명 고인에 대한, 죽음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것에 대해서 지도하고자 하지만 그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 이념'으로 인식하고 공격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불안감이, 고민에 빠지죠." 따라서 교사들이 역사 왜곡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혐오나 조롱의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을 적극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구체적인 지침과 확실한 교권 보호 조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권정민/서울교대 교수] "학생들과 교실 안에서 토론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건 어쨌든 선생님이 해야 되는 일인 거고 선생님들한테 제일 직접적인 어려움은 민원이거든요. 법으로 교사를 보호해줘야 되는 거죠." 더 나아가 '혐오' 표현을 더 확실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 그리고 극우 콘텐츠에 대한 알고리즘 규제도 시급한 과제로 꼽힙니다. 오는 7일부터 고의적으로 허위 조작 정보를 유통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긴 하지만, 여기엔 조롱과 혐오에 대한 제재 방안, 그리고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 규제 등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진응/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불법은 아니지만 좀 유해한 콘텐츠라면 이게 애매한 거잖아요. 그럼 이런 거는 이용자의 접촉을 줄이는 게 필요하거든요. 그게 알고리즘이에요. 해외 같은 경우는 플랫폼 사업자가 해야 될 조치에 채널 정지, 수익 창출 정지, 알고리즘 조정까지 있는 거거든요. 그런 조치에 대해서 법률에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죠." 10대들이 극우콘텐츠에 물들게 된 1차적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5.18 조롱 이벤트 때도, [장동혁/국민의힘 대표 (5월 31일, 유튜브 '국민의힘TV')] "커피 한 잔의 자유, 6월 3일 기호 2번 국민의힘에 투표해 주십시오." 이번 배재고 응원 사태에도, [홍석준/국민의힘 전 의원 (6월 30일, 'kbc 박영환의 시사1번지')] "학생들을 징계한다? 이러면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닙니다. 이게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들은 피해자의 상처를 어루만지기에 앞서 가해자를 두둔했습니다. 이렇게 정치적 '논란'의 모양새가 갖춰지면 어김없이 극우 세력들은 '가해자'를 탄압받는 피해자로 치켜세웠고, 더 공격적으로 가해자를 옹호하고, 더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조롱했습니다. ## 광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논란이 있을 수 없는 영역에 논란을 만든 정치인들의 행태는 극우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를 더욱 높였고, 여기에 10대 청소년들도 더 쉽게 빠져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그 정도 얘기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가게 되면 우리가 5.18 문제, 또 혐오 표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태까지 쌓아온 성과들을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정치권에서만큼은 이 문제에 대해서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선을 그어줘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이 부분을 정치적 유불리로 이렇게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좀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비극을 희화화하고, 피해자와 약자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를 놀이로 즐기는 지금의 청소년 문화.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피땀 흘려 이룩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차별과 혐오로 가득 찬 '암흑' 그 자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이트
2026-07-05
신수아
'황금 연휴' 어린이 관객 잡아라‥공연 '봇물'
◀ 앵커 ▶ 어린이날 황금 연휴를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이 마련돼있습니다. 이번 주 문화계 소식, 임소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980년대, 구조조정이 단행되던 영국 북부의 탄광촌. 남자 아이들은 으레 권투를 배우는 보수적인 마을에서, 빌리는 발레에 빠져듭니다. 시대가 변하고 산업이 무너지면서, 붕괴된 일상 틈에서 빌리의 춤이 피어납니다. 26년 전, 원작 영화 를 본 엘튼 존의 제안으로 탄생한 뮤지컬. 오래 전 석탄 위주 제조업이 저물던 시대의 이야기는, AI의 발전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지금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스티븐 달드리/오리지널 연출] "사람들이 극장에서 함께 공연을 보는 그런 경험은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5년 영국 런던 초연 이후 5개 대륙에서 약 1,200만 명이 관람한 글로벌 흥행작이 5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 무대를 찾습니다. 5명의 빌리가 약 50:1의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올랐고, 1대 빌리였던 발레리노 임선우가 '성인 빌리' 역으로 함께 합니다. [김승주/빌리 역] "춤을 출 때는 모든 걸 잊게 되고 정말 그 상황에만 집중해서 순간만이 남는 것 같은…" *** 반짝이는 커다란 눈망울에 핑크색 머리. ## 광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캐치! 티니핑'과 영화 '사랑의 하츄핑' OST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날 수 있는 '블링블링 캐치 티니핑 심포니'. 또, 과거로 세계 여행을 떠나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들과, 그들이 남긴 명곡을 만나는 서울시향의 키즈 클래식 콘서트까지. 가족의 달을 맞아 아이들이 쉽게 클래식을 만날 수 있는 공연들도 마련됐습니다. *** 1,380장의 고해상도 LED로 마치 만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무대. 일본 만화 원작 뮤지컬 공연은 흥행에 힘입어 2주 연장됐고, 스페셜 공연에는 김준수, 고은성 등이 무대에 오릅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정오뉴스
2026-04-30
임소정
'과부가 뭐?' 멜라니아 폭발‥트럼프도 "당장 잘라"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가 열리기 이틀 전. 방송인 지미 키멀은 자신의 토크쇼에서 다가올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을 가상으로 패러디했다며 다음과 같이 발언했습니다. [지미 키멀 라이브쇼(지난 23일)] "그리고 물론 멜라니아 영부인도 와 계십니다. 정말 아름답네요. 트럼프 여사님, 마치 남편이 죽기를 기다리는 과부처럼 빛이 납니다." ## 광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틀 뒤 진행된 만찬에서 실제 총격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당 발언이 급격히 재조명됐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SNS에 직접 입장문을 내고 "증오와 폭력을 동원하는 키멀의 수사는 미국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며 "키멀 같은 사람들이 매일 저녁 우리 가정에 들어와 증오를 퍼트릴 기회를 가져선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 "비겁한 키멀은 방송사 뒤에 숨어있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ABC 경영진은 얼마나 더 공동체를 희생시키며 키멀의 끔찍한 행동을 방조할 것인가"라며 해고를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역시 해당 발언을 '폭력 선동'으로 규정하며 "키멀의 발언은 완전히 선을 넘었고 즉시 해고돼야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백악관 대변인(지난 27일)]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아내가 사랑하는 남편의 살해 가능성 앞에서 빛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과 영부인, 그리고 그 지지자들에 향한 이런한 언사는 명백한 광기이며, 미국 국민이 밤마다 이걸 소비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지미 키멀은 자신의 토크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 세력을 겨냥해 지속적인 조롱과 풍자를 해온 인물입니다. [지미 키멀(지난 14일)] "'도널드 예수'가 치유하고 있는 남자는 엡스타인과 매우 닮았어요. AI도 그의 '절친'이 엡스타인이란 점을 부정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 사망 당시에는, 그의 죽음이 트럼프 지지자들과 연계됐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가 일주일 가량 방송 중단 사태를 겪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ABC 방송국과 모기업인 디즈니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고 요구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 출처: 유튜브 'Jimmy Kimmel Live')
국제
2026-04-28
박소희
대피 때 옷 그대로 직접 브리핑‥"이게 용의자" 사진 공개
한 남성이 상의가 벗겨져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바닥에 엎어져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올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 총격 용의자 체포 사진입니다. 총성 이후 워싱턴 힐튼 호텔 만찬장에서 긴급 대피했던 트럼프는 행사 참석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나와 백악관 기자들 앞에 서서 직접 브리핑하며 용의자의 신상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그 남자는 체포되었습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것으로 보이고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 매우 아픈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외신에 따르면 용의자의 신원은 캘리포니아 출신의 31살 남성 콜 토머스 앨런입니다. 정확한 범행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당국은 그의 단독범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나도 그렇게 여긴다"고 말했습니다. 또 범행 동기가 '이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단 선을 그은 뒤 "하지만 알 수 없다. 우리는 수사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는 SNS에 호텔 만찬장 주변에 있던 보안문을 향해 누군가가 돌진하고 요원들이 바로 총을 꺼내 대응하는 영상도 함께 올렸습니다. ## 광고 ##이와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한 요원이 총에 맞았지만, 매우 좋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덕분에 살 수 있었다"며 "매우 용감한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의해 제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안 당국은 용의자가 산탄총, 권총, 칼 여러 자루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대통령은 매우 위험한 직업"이라면서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아무도 저에게 이 직업이 이렇게 위험하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마르코가 저에게 말해줬더라면, 아마 저는 출마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어 트럼프는 그럼에도 "이 나라를 사랑하며 매우 자랑스럽다", "우리는 위대한 일들을 해낼 것이지만 그와 함께 위험이 따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현지시간으로 25일 토요일 밤 8시 반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 주변에서 총성이 울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등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100년 넘게 이어진 유서 깊은 행사인데, 비판 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2기를 통틀어 이번 만찬에 처음으로 참석해 주목을 받았고 당시 상황은 여러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국제
2026-04-26
고은상
김기민의 '볼레로', GD가 반한 작가 '베르디'
◀ 앵커 ▶ 세계적인 발레단 마린스키의 간판, 김기민이 평생을 꿈꿔온 작품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배우 김선호의 연극과 GD가 사랑한 작가, 베르디의 첫 개인전 소식도 만나보시죠. 임소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어둠 속 조용히 시작된 멜로디에 악기 소리가 하나 둘 더해지며 음악이 고조되면, 붉은 원탁 위 무용수의 몸짓도 점점 격정적이 되더니 이내 절정으로 내달립니다. '발레 혁명가'로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음악을 바탕으로 만든 걸작 '볼레로'. 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발레단의 간판스타, 발레리노 김기민이 25년 만에 내한하는 발레단 베자르 발레 로잔과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김기민/발레리노] "이 발레는 제 선생님, 블라디미르 김 선생님과 같이 꿈을 키웠던 작품이고…" 볼레로 외에도 베자르 발레 로잔의 대표작 '불새'와 '햄릿',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 등의 작품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입니다. *** 낯선 방에 두 남자가 마주 앉아 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당혹감. 방 안에 빼곡히 꽂힌 수많은 책을 읽으며 단서를 찾아 나가야 합니다. "이 방에 왔을 때 떨어진 이 책들이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일 거예요. " 일본의 대표적 극작가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희곡 '허점의 회의실'을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한 연극 . ## 광고 ##무대와 여러 매체를 오가며 사랑받는 김선호, 양경원, 김성규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어, 공연 막바지까지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가수 GD와 그룹 블랙핑크가 사랑하는 세계적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의 첫 개인전이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낭비된 청춘은 없다" 등 메시지가 담긴 타이포그래피와 귀여운 캐릭터의 조합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그의 이번 전시 제목은 'I believe in me'. [베르디(VERDY)/작가] "젊은이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90년대 일본 '우라하라' 문화와 스트리트 감성을 바탕으로 창작된 2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뉴스투데이
2026-04-24
임소정
[스트레이트] '4·3'과 빼앗긴 '이름'
■ '4·3' 그리고 '내 이름은' 촌스러운 이름을 바꾸고 싶은 고등학생 아들 '영옥'과, 절대 그 이름을 버릴 수 없는 엄마 '정순'. "왜 남자아이 이름을 영옥이라고 지으셨어요?" 영화는 어린 시절의 충격에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엄마가 이름에 얽힌 비극적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제주 4·3. 오랜 시간, 입 밖에 꺼낼 수조차 없었던 이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 [내 이름은]. 지난달 베를린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자, "비극적 역사가 남긴 트라우마를 세대를 넘어 섬세하게 비추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울림을 줬다"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다리우스 샤히디파어/관객] "한국 사회가 과거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매우 고통스러운 과거죠. 이 영화도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매우 좋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우리 현대사의 비극, 제주 4·3의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 상처의 치유를 모색합니다. [정지영/감독] "저는 이 영화를 4.3을 찾아가는 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4.3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정확하게 이 영화에서 규명하는 것이 아니고, '4.3이 어떤 거지?'하고 찾아가서 '아, 이런 거야? 그럼 더 알아야겠다' 이것이 이 영화의 목적입니다." ◀ 김정인 기자 ▶ 해방 직후 수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학살된 제주 4·3. 이 비극적인 국가폭력은 살아남은 이들의 삶마저도 송두리째 흔들어 놨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자신의 뿌리를 지키지 못한 채 살아야 했는데요. 가족이 학살당하는 끔찍한 피해를 입고도 그 사실조차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이름까지 잃어버려야 했던 사연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 빼앗긴 '이름'들 4·3 당시, 열다섯 소년이었던 김명원 할아버지. 아흔세 살이 된 지금까지도 그날의 충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창고가, 관사 되어 있는 여기, 이제 창고였어요. 창고였고 이 안에 이제 한 5, 60명 되는 인원이 이 안에 감금이 돼 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는 진압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나머지 가족들도 동네 초등학교에 감금됐고, 이튿날 진압군은 어머니마저 끌고 나갔습니다. 어머니 품에 있던 갓난아기를 억지로 떼어냈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군인들이 그 애를 어머니 품에서 빼가지고, 발 두 개를 이렇게 들고 나한테 던져주더라고 애를. 그 핏덩이를. 어머니가 하는 얘기가, 계속 아기를 보고 날 보고 울면서 '아기는 살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살 때까지는 데리고 있어라' 이래 놓고 이제 어머니는 나가 가지고 한 15분쯤 되니까 총소리가 요란하게 나요." 태어난 지 보름 남짓했던 막내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어머님(유해)을 찾았으면 모르겠는데 찾지를 못했어요. 그래가지고 이렇게 합장묘에…" 한 순간에 부모와 막내 동생까지 잃은 그는 남겨진 세 동생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끼니라도 챙겨 먹길 바라며 어린 여동생을 다른 집에 맡겼는데, 그 집의 호적에 올라가면서 동생의 성도 바뀌게 됐습니다. 남매는 남이 돼 버렸고, 되돌릴 수조차 없었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내가 참 그 호적을 미리미리 못 본 게 내가 잘못이 있죠. '김씨 성을 가진 나를 정씨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그러니까 나를 원망하는 거죠." 본인도 4·3 당시 총상을 입었지만, 총에 맞은 그 상처보다 동생을 동생으로 지켜주지 못했던 죄책감이 더 큰 고통으로 남았습니다. "어머니 나 누군지 알겠어요? 나 누구예요? 나 정희예요. 나 딸…" 4·3 당시 진압군에 의해 남편을 잃은 엄마. 엄마는 정희 씨를 뱃속에 품은 채로 총까지 맞았지만, 다행히 모녀는 살아남았습니다. 아버지 사망 신고를 한 이후에 정희 씨가 태어나자, 할아버지는 가상의 인물인 다른 아들 호적을 만들어 어머니와 혼인신고를 했고, 손녀인 정희 씨를 호적에 올렸습니다. 그렇게 정희 씨는 친아버지 '김 순'이 아닌 존재하지도 않았던 '김 홍'이라는 사람의 딸로 살았습니다. 어머니 역시 누군지 모를 이름의 아내로 평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김정희/제주 4·3 유족] "(사람들이) '허천베세기' 하고 산다고. 헛사람하고 산다고. 그 가짜 이름을 만드니까 얼마나 진짜 고통이 심했겠어요." 가족관계를 바로잡아 진짜 남편의 이름을, 딸의 진짜 아버지 이름을 되찾아주는 게 어머니의 평생소원이었습니다. [김정희/제주 4·3 유족] "(가족관계가 정정된다면) 어머니가 진짜 마음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어머니가 젊을 때부터 그거 한이기 때문에…" 혈육이 학살당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이름과 가족의 뿌리까지 잃어버린 경우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바로잡을 기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빨갱이'란 무서운 낙인 속에 피해자들은 4·3을 입에 올릴 수조차 없었습니다. 1978년, 4·3의 실상을 다룬 최초의 대중적 소설 을 쓴 현기영 작가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강요된 침묵 속에서 가족관계를 바로잡는 일은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김창범/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4·3으로 인해 가지고 제주 공동체가 송두리째 파괴됐잖아요. 어떤 물질적인 것만 파괴된 것이 아니라 더욱더 중요한 것은 제주에 살고 있는 분들의 영혼 자체도 파괴된 상황이었어요. 그때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폭력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이후,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가족의 이름을 되찾을 기회가 열렸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소송을 통해 가족임을 확인받으려면 유전자 검사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했는데, 유해를 찾지 못한 유족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문성윤/제주4·3유족회 고문 변호사] "무덤을 파서 이제 입증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현실적으로 이제 많이 생길 수는 없었습니다. (희생자분들)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23년 특별법을 개정해 소송 없이 정부 조사를 통해서도 가족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했지만, 진척 속도가 느린 탓에 지금까지 정정된 건 단 4건에 불과합니다. 4·3으로 아버지가 숨진 뒤 작은아버지의 호적에 올라 있던 고계순 씨. 오랜 기다림 끝에 아버지를 되찾았습니다. [고계순/제주 4·3 유족] "아빠… 할 도리 다 했으니까 훌륭한 딸이지요? 내가 이렇게 귀먹어 말 못 알아먹어 이렇게 해도 할 도리 다 했으니까… 사랑해요." 내 이름을, 내 가족을 되찾는 일. 끔찍했던 국가폭력의 부당함을 알리고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서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애순/제주 4·3 유족]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밝혀지지만 우리 아버지도 그래도 이 세상에 왔다 간, 그 젊은 청춘에 억울하게 가셨는데 호적이 만들어짐으로 해서 그래도 이런 사람이 여기 이 세상에 왔다 갔다는 그게 있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접수된 가족관계 정정 신청은 5백여 건. 신청자 대부분은 여든을 훌쩍 넘은 고령입니다. [문성윤/제주4·3유족회 고문 변호사]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 관계를 정리를 해야 그분들도 그동안 가슴에 쌓인 한을 조금이라도 풀고 돌아가실 거 아니겠습니까?" *** 학살 트라우마를 겪는 엄마를 지키며, 그 역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영옥'을 연기한 유준상 배우. [ 유준상/배우] "배우로서 항상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연기할 때 '내가 진짜 이런 상황이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그렇게 됐을 때 느껴지는 그 감정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고…" 4.3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들의 가족과 이름을 되찾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길 희망하게 됐습니다. [유준상/배우] "며칠 동안 계속 그 4·3 관련된 장소를 다 찾아다녔고, 그냥 그런 곳에서 추모를 좀 하고 싶었어요. 끊임없이 결국 기억해 준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엄마, 이제 엄마 이름으로 살아갑서." ◀ 김정인 기자 ▶ 4·3은 명백한 국가폭력이었지만 민간인 대량학살을 초래한 진압 책임자들은 과거 정부에서 각종 훈장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4·3 강경 진압을 주도했던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족들이 거세게 반발했는데요. 4·3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지 12년이 흘렀지만 진상규명을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 갈 길 먼 '책임' 규명 제주를 '레드 아일랜드', 붉은 섬으로 규정한 미군정이 진압 책임자로 내려보낸 인물. 1948년 5월 조선경비대 9연대장에 임명된 박진경 중령은, 남로당을 색출하겠다며 무차별 토벌 작전을 주도했습니다. 부임 한 달여 만에 대령으로 초고속 승진했지만, 그의 강경 진압에 반대했던 부하 군인들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당시 박진경 대령을 살해한 부하들에 대한 재판에선, "박 대령이 조선 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또 박 대령이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는 3회 정지 명령에 불응하면 총살하라고 명령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과거 정부에서 박 대령에 대한 예우는 극진했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무공훈장을 수여했고, 그의 시신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제주도엔 추도비가 남아 있고, 경남 남해엔 그의 동상까지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12.3 내란을 극복하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서 보훈부가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행법상 과거 무공훈장을 받았을 경우, 후손이 신청하면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4·3 유족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백경진/제주 4·3 범국민위원회 이사장 (2025년 12월 12일)] "어떻게 국민 주권 정부 이름으로 박진경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까?"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이 나서서 재검토를 지시했고, 보훈부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등록의 근거가 됐다는 무공훈장 자체도 잘못됐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이재명 대통령 (2025년 12월 18일)] "이분이 48년에 사망했는데 6·25 참전 유공자로 훈장을 받았다는 게 팩트예요?" [이두희/국방부 차관 (2025년 12월 18일)] "6·25라는 것은 아니고, 국가안전보장과 전몰장병에 대한 훈장으로…" [이재명 대통령 (2025년 12월 18일)] "6·25로 특정된 건 아니다?" [이두희/국방부 차관 (2025년 12월 18일)] "그렇습니다. 특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정말 그런지 국가기록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1950년 생산된 '6·25 을지무공훈장' 기록. '박진경'이란 이름이 적시돼 있습니다. 또 다른 문건에서도 박 대령의 공적 요지에 '6·25 참전 유공'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1948년에 사망했는데도 2년 뒤 발발한 6·25 참천 무공훈장을 받은 겁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참전유공자법상 6·25의 범주를 1948년 8월 15일 이후부터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박진경 대령의 사망 시점은 이보다 두 달 빠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훈부 장관은 무공훈장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권오을/국가보훈부 장관 (3월 13일)] "고민을 했습니다. 그 문제는 일단 덮자. 덮고. 그게 취소 다 돼버리면 국립묘지 묻힌 것을 다 파묘를 해야 합니다." [양성주/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 (3월 13일)] "그것을 덮자 말자, 화해하자는 것은 저희들이 판단하겠습니다. 그걸 왜 국가에서 덮자고 말씀하십니까." 1948년 계엄령 선포 이후 제주에 투입돼 민간인을 대량 살상한 조선경비대 2연대. 그 책임자는 연대장이었던 함병선 대령이었습니다. 김명원 할아버지의 어머니 등 동네 주민 80여 명을 초등학교에 몰아넣고 학살한 것도, 함병선이 이끈 2연대였습니다. [김명원/제주 4·3 유족] "어린아이고 할머니, 할아버지고 할 거 없이 그대로 데리고 가가지고 한 구덩이에서 매장시켜버렸어요. 총살시켜 가지고…"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너븐숭이' 학살 역시, 2연대의 소행이었습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본격적인 학살은 함병선이가 내려와서 훨씬 더 이제 잔인한 학살이 시작되는 겁니다. 대표적인 학살이 제주도 북촌에 가면 '너븐숭이 학살'이라고 있죠. 우리 현기영 선생, 의 모델이 됐었던 그 학살도 바로 이제 함병선 부대가 들어온 다음에 일어난 거죠." 그런데도 그의 이름은 제주도에 세워진 공적비에 새겨져 있고, 그는 국립현충원에 묻혔습니다. 공적비의 문구 하나하나에 유족들의 가슴은 미어집니다. [김종민/전 4·3 평화재단 이사장] "'한라산이 비록 높으나 장군의 공적보단 낮고 남해가 비록 깊으나 장군의 혜택보다는 낮도다. 옅도다' '한라산이 무너지고 남해가 마르도록 장군을 기념하리로다' 기가 막히죠. 이러한 공적비를 세워서 찬양을 한다는 거? 아직도? 그건 있을 수가 없는 거죠." ## 광고 ##군과 경찰은 물론 우익단체 서북청년단까지 가세하면서 최소 3만 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됐지만 민간인 학살에 대해 그 누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죽은 사람은 수두룩한데 죽인 사람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들(민간인 학살 책임자)의 이름을 불러줘야 합니다."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우리는 희생자들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이 4·3을 공산폭동으로 매도하며 유족들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정지영/감독] "4·3 기록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했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국민의 많은 수가 4·3을 '이름만 들었어', 혹은 '4·3 이런 사건이 있었대' 이렇게만 알고 있어요. 조금 더 깊이 넓게 공유하고 토론하고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미래를 향한 어떤 발돋움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민간인 학살 책임소재를 밝혀내고 명명백백하게 역사에 기록해야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에 우리 사회가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스트레이트
2026-03-22
김정인
[스트레이트] 건폭몰이와 짓밟히는 '노동권'
■ 尹정권 '노조와의 전쟁' "화물 파업,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 "건폭 방치하면 국가 아니다" [윤석열/전 대통령 (2023년 2월 21일)]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 행위를 공공연하게…" [윤희근/전 경찰청장 (2022년 12월 16일)] "건설 현장의 집단적 불법 행위를 뿌리 뽑고 법치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을 국민 체감 3호 약속으로 선언합니다." "지난 석 달간 건설 현장의 불법 행위를 집중 수사해 온 경찰은 건설노조원 등 2천8백여 명을 단속했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 5월 1일, MBC 뉴스데스크)] "노동절인 오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던 건설노조 간부가 법원 앞에서 분신해서…" [홍성헌/부지부장·분신 목격자] "(고 양회동 씨가) 형님, 저는 억울합니다. 공갈 협박범이래요. 애들이 알까 봐 무섭습니다." 조선일보 '분신 방조' 월간조선 '유서 대필' [김선희/고 양희동 씨 부인] "자기 권력을 취하기 위해서 힘든 사람들을 내몰고 핍박하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지?" ◀ 김태윤 기자 ▶ 우리 국민 대다수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입니다. 2천만 명이 넘습니다. 헌법은 노동을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하고,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동자들 시위는 시끄럽고, 파업은 불편하며, 노조는 기업을 망친다는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과거 경제성장이 지상가치였던 시절부터 확산돼 온 이런 시각은 지난 정권에서 노골적으로 이용했고, 2023년 노동절에 한 노동자가 분신으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억울하다.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 유서를 남겼습니다. 스트레이트는 고 양회동 씨의 마지막 행적이 담긴 영상과 가족에게 남긴 유서를 단독 입수했는데요. 먼저 그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과정과 배경을 취재했습니다. ■ 죽음 부른 '건폭몰이' 지난 2023년 4월 30일, 강원도 속초의 한 할인용품 매장. 중년 남성이 무언가를 찾는 듯 둘러보더니, 편지봉투와 노트를 샀습니다.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입니다. 분신하기 전날, 아내가 일하는 마트 건물에 있는 매장에 들러 유서를 남길 준비를 했던 모습입니다. [김선희/고 양회동 씨 부인] "그날 화장실에 있었는데 다른 직원분이 '누가 담당님을 찾아. 어떤 남자분이 담당님을 찾아' 해서 '나를 찾을 사람이 없는데?' 그랬죠." 근무 중인 아내를 잠깐 만나 저녁에 가족 식사를 하자고 했습니다. [김선희/고 양회동 씨 부인] "남편이 '우리 오늘 소고기 먹으면 안 될까? 소고기 먹을까?' 그랬는데 남편이 '돈도 못 벌어다 주는데 먹자 해서 미안하다'라고…" 다음날인 5월 1일 노동절 아침, 양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집을 나섰고, [김선희/고 양회동 씨 부인] "저 안아주면서 '잘 다녀올게' 그랬거든요. 그런데 저는 못 안아주겠더라고요. 괜히 그날 실질 심사 청구했으니까 또 안아주면 구속돼서 못 올까 봐…" 법원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김선희/고 양회동 씨 부인] "한 20분 지나서 남편한테 전화가 왔어요. 근데 남편이 아니었어요. 경찰이 전화했더라고요." 전날 구입한 편지지와 노트에 양 씨는 다섯 통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동료와 노조 등에 보낸 유서에서 그는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업무 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마지막 유서를 유가족이 스트레이트에 보내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으로 시작한 글머리에서 그는 가족 한명 한명의 이름을 꼭꼭 눌러썼습니다. 이어 "먹고 살려고 노조에 가입했고, 떳떳하게 바르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구속영장 청구라니 정말 억울하다"며, "못된 생각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고 적었습니다. 아내에겐 "행복하게 해준다 약속했는데, 못 해주고 가 미안하다"며 두 자녀를 부탁했고, 자녀들에겐 "엄마를 지켜주라"는 당부를 전하며 '못난이 양회동'이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한때 작은 사업체를 운영했던 양 씨는 2017년부터 건설 노동자로 일해왔습니다. 일감을 찾아 전국을 떠돌아야 했는데 임금을 체불하거나 떼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건설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보려 2022년부턴 지역 간부를 맡았습니다. [김선희/고 양회동 씨 부인] "그러니까 남편의 일자리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노조원들의 일자리까지 알아봐야 되는 거예요. 구하러 다녀야 되고 계속 교섭하러 다녀야 되는… 그래서 많이 말렸었죠." 그런데 그해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노조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2022년 말 화물연대 파업을 진압하며 지지율까지 오른 정권. 다음 타깃은 건설노조였습니다. 당시 부동산 PF 문제 등으로 많은 건설사들이 위기에 내몰리면서 경제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었고, 정부는 여러 지원책을 내놓던 상황이었습니다. 건설사들에게 눈엣가시 같던 건설노조에 정부는 불법 딱지부터 붙였습니다.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2023년 1월 12일)] "불법을 뿌리 뽑지 않고는 이런 후진국 같고 무법지대의 조폭들이 설치는, 이런 것들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건설노동자를 '폭력배'로 규정했습니다. [윤석열/전 대통령 (국무회의, 2023년 2월 21일)]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최고 권력자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이른바 '건폭몰이'. "아 사람 죽는다! 아 사람 죽는다!" 2023년 1월부터 약 2년 동안 민주노총 건설노조 압수수색 22차례. 건설노조원 2,250여 명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43명이 구속, 657명이 기소됐습니다. [강한수/건설노조 사무처장]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 지금도 엄청나게 많고, 과거의 노가다를 더 넘어서서 아예 '건폭, 폭력배, 건설 폭력배' 이렇게 완전히 낙인찍어 버리는 부분에서 정말 이게 자존심에 심각한 치욕을 받았고요." 건설노조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주로 업무방해와 공동 공갈, 강요였는데, 임금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한 행동이 건설사들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건설사에 조합원 채용 등을 요구해왔던 양회동 씨에게 적용된 혐의도 공갈과 업무 방해였습니다. [노중기/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대통령이 혐오 발언을 아주 선동한 거죠. 그 효과야 뭐 말할 수 없이 강력합니다. 그래서 이들을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고 혐오하고…" '건폭' 낙인찍기에 언론들도 가세했습니다. [탁종열/노동인권 저널리즘센터 소장] "'삥을 뜯는다'라는 표현도 노골적으로 제목에 사용을 하고. 반면에 그러한 이제 건설 현장에 그 배경이 어떻게, 왜 그러한 배경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보도는 일절 없었고요." 건설 노조와 노동자들은 분노와 혐오의 대상으로 몰아갔습니다. 구속까지 됐다 무죄로 풀려나 누명은 벗었지만, 짙게 남은 사회적 혐오는 지금도 상처가 됩니다. [김 진/건설노조 조합원 ('업무방해'로 구속)] "현장에 이제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따가울 정도까지 느껴졌어요. '우리가 하는 일들이 이렇게 나라에서까지 나서서 국가 권력들이 나서서 이렇게 지탄받고 해야 될 일인가?'" 양 씨의 분신을 놓고 음모론까지 나왔습니다. 조선일보는 분신 장소 옆 검찰청사 CCTV 화면을 독자가 제보해왔다며 지면에 싣고는, 옆에 있던 노조 간부가 분신을 막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보도에 국토부 장관도 거들었습니다. [원희룡/당시 국토부 장관 (2023년 6월 13일)] "왜 수수방관했느냐, 왜 말리지 않았느냐. 저는 지금도 역시 석연치 않은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심지어 월간조선은 고인의 유서가 일부 조작 또는 대필 됐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이런 보도에 노조와 유족이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고발했지만, 경찰 수사는 사실상 '면죄부'로 끝났습니다. 조선일보 보도는 "허위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고, 고의로 보도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고, 월간조선 보도는 유서 필적 감정을 통해 오보임이 드러났지만, 유족에게 사과만 했을 뿐 법적 책임은 피했습니다. [탁종열/노동인권 저널리즘센터 소장] "분신 방조, 분신 기획, 또 유서 대필. '왜 이런 보도를 했을까?'라고 생각을 해보면 저는 그 어떤 의도를 사전에 어떤 의도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그 의도를 이제 의도에 맞추어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리고 조선일보가 독자 제보라고 공개했던 검찰청사 CCTV 영상은, 누가 유출했는지 수사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김선희/고 양회동 씨 부인] "저는 남편을 잃었잖아요. '남편의 명예 회복, 남편의 무죄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라고 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 김태윤 기자 ▶ 노동조합에 덧씌워진 혐오는 지난 정부 때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건폭몰이'처럼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찍는 노골적인 공격들은 그런 혐오를 한층 강화했고,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았습니다. 나와 내 가족, 이웃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그런 시선 속에 인권 같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위협받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뿌리 깊은 '노조 혐오' 지난해 12월,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식당가. 인근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 참석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밥을 먹으러 왔습니다. 칼국수를 먹으려 자리를 잡자, 노조 조끼를 벗으라고 제지하고 나섰습니다. [이김춘택/금속노조 조합원] "우리가 조끼 입었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아야 되겠어요?" '공공장소'라며 다른 고객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안전요원 - 이김춘택/금속노조 조합원] " 우린 공공장소에 이러고 다 다녀요. 청와대 앞에도 다니고…" 거부하자 이번에는 '사유지'라며 조끼를 벗을 것을 재차 요구합니다. [안전요원 - 이김춘택/금속노조 조합원] " 그러니까 결국 백화점이 정한 기준이라는 건데. 노동자를 혐오한다는 거예요 그게. 예 그러니까." 고객 누구도 항의하지 않았지만, 조끼를 입은 노조원은 '백화점에 피해를 준다는 혐오'와 '받고싶지 않은 고객이란 차별'이 깔려있는 겁니다. [이김춘택/금속노조 조합원] "처음에는 좀 황당했고, 그다음에 어쨌든 이게 혐오나 차별의 경험을 당한 거기 때문에 기분이 좋을 수 없죠. 좋을 수 없고 약간의 그 모멸감도 좀 느꼈고" 논란이 커지자, 롯데백화점은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노동자인 안전요원을 탓했습니다. [이김춘택/금속노조 조합원] "결국에는 '보안 노동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라는 식으로 자신들이 져야 될 책임을 이제 그 일하는 노동자들한테 전가하려고 하는 그런 모습이어서 한편으로 괘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서글프기도 하고 왜냐하면 그게 저희가 조선소에서 맨날 겪는 일이거든요." 일본의 다국적기업인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업무가 미숙한 노동자에게 '징벌용 조끼'를 입혀 차별하는 등 회사의 처우가 부당하다며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설립 한 달 만에 노조원 178명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했습니다. 이때 해고된 노조 지회장 차헌호 씨. 회사와 소송을 벌여온 차 씨는 지난 2022년 뜻밖에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출입을 제지당했습니다. 판결문을 떼러 갔는데, 법원 직원들이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노조 조끼를 문제 삼은 겁니다. [차헌호/아사히글라스 지회장] "(조끼 문구가) 집회 시위의 물품이라고 보는 거죠. 저희는 '집회 시위하러 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민원을 보러 왔고, 뭐 빨리 바로 나간다'라고 계속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출입을 이제 통제하니까‥" 차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청사 내에서 집회 시위 가능성이 없거나 낮음에도 복장을 이유로 청사 출입을 차단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차헌호/아사히글라스 지회장]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고된 사람들인데 법원에서 사건을 바로잡아주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데, 도리어 조끼를 벗으라고 했을 때 오는 절망감이나 실망감은 굉장히 큰 거죠." 하지만 법원은 아직도 관련 규정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차헌호/아사히글라스 지회장] "우리 사회가 여전히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좋지 않다. 우리 사회가 훨씬 더 발전하고 사회가 나아지는 만큼 인식도 훨씬 높아져야 되는데 도리어 혐오를 조작하고…"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왕복 6차선 도로 한가운데 놓인 10미터 높이의 철탑.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인 고진수 씨가 335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진수/세종호텔 노조 지부장] "20년 딱 이제 일식 요리사로 입사해서 일하다가 21년 코로나를 어쨌든 핑계로 이제 정리해고 당하고…" 세종호텔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고 씨를 포함해 12명을 정리해고했는데, 모두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었습니다. 노조는 직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데 반대해온 노조원들을 해고한 건, 노조를 파괴하려는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지만, 2024년 대법원은 호텔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호텔은 이후 적자에서 벗어났지만, 복직은 거부했습니다. [고진수/세종호텔 노조 지부장] "'다시 복직은 안 된다'라고 얘기하는 게 '아, 이거는 목적 자체가 정말 어려워서 한 게 아니라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서 했다'라는 것을 계속 증명하고 있구나…" 여성긴급전화1366 서울센터. 상담 노동자들은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다, 주말도 휴일도 없는 24시간 365일 '3교대 근무'인데, 정원 16명은 채워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노조를 설립하고, 정상적인 근무를 위해 정원을 채워달라며 단체교섭에 들어갔습니다. [상담원 A] "저희가 직원을 뽑지 않아서 1년 동안 많게는 6명, 적게는 지금은 세 자리가 비어 있거든요. 교섭 자리에서 이걸 왜 안 뽑냐 했더니…(사측은) '다른 센터는 더 없는 데도 있다. 상담원이.'" 또 CCTV를 직원 감시용으로 쓰지말라, 센터장이 쓰는 컵을 씻는 일을 거부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도 요구했습니다. [상담원 B] "아침에 오면은 센터장님 문을 열어줘야 되고 또 이제 (단체) 인사, 컵 씻고. 이런 것들을 그때 이야기를 했던 거예요." 하지만 사측의 입장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노조에 대한 적대감만 드러냈습니다. [상담원 B] "출근을 해서 상담을 하다가 교섭 시간에 잠깐 나가서 교섭을 하고 다시 들어와서 이제 업무를 한 거예요. 근데 그 시간이 측정이 가능하잖아요. 1시간 47분을 급여 삭감을 한 거예요." 노조에 가입하면 재계약이 안 될까, 노조를 멀리하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현재 노조원은 2명만 남았습니다. 임금인상과 최저임금제 도입을 비롯해 주5일제, 주52시간제 등 근로조건 개선. 고용안정과 4대 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까지. ## 광고 ##노동운동이 일궈낸 성과에서 노동조합은 중심적 역할을 해왔지만, 한 때는 국가의 적 '빨갱이로 그리고 이제는 폭력배 범죄자라는 낙인까지, 노조를 향한 편견과 혐오는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중기/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노동조합에 대해서 혐오 표현을 그냥 언론과 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시민들이 성찰하지 않고 발언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내란이나 우리 사회의 극우화나 이런 것을 불러 일으키고 또 '빈부 격차나 비정규직의 차별 이런 것들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라고 하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최경재 기자 ▶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수십 년째 10%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법·제도가 부족하고 기업들이 노조 설립을 꺼린 탓이 크지만, 노조에 대한 편견의 영향도 작지 않습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면서 노조는 정규직들의 '귀족 노조'라고 공격받았고, 노조의 울타리 밖에 있는 더 많은 노동자들은 더욱 심각한 차별과 멸시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근무 조건과 환경이 열악할 뿐 아니라 갑질과 폭언 폭행에도 시달리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법은 여전히 멀리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일상 된 '갑질' '폭언' 지난해 8월, 경기도의 한 농수산물시장. 70대 청소노동자 김 모 씨는 평소처럼 폐기물을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한 남성이 폐지를 바닥에 버렸습니다. [김OO/청소 노동자] "여기다 넣어야 되거든. 그런데 안 넣고 버리길래 '왜 버리냐고, 여기다 버리냐' 하니까 '당신네들이 돈 받고 팔아먹으니까 당신들이 치워. 왜 우리한테 시키냐?' 그러더라고." '지정된 장소에 버려달라'는 말 한마디에, 이 남성은 김 씨의 모자를 벗겨 얼굴로 던지고 손을 들어 때릴 듯 위협했습니다. [김OO/청소 노동자] "멱살을 잡고 막 흔들고 막 그러니까 어지러워서 이제 리어카에 앉았는데…"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김 씨가 앉은 손수레를 이리저리 밀더니 구석에 처박아 버렸습니다.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은 김 씨. 다섯 달 전 일이지만, 마음속 상처는 씻기질 않습니다. [김OO/청소 노동자] "내가 이거 한 지금 6년, 7년 다 돼 가는데 처음이에요. 약까지 올리더라고요. 뭐 '자식 같은 애한테 맞으니까 어떠냐'고…" 언제 누구에게 비슷한 피해를 당할까 걱정이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고 그렇다고 일을 쉴 수도 없습니다. [김OO/청소 노동자] "여기도 바쁘고 지금 이거(폐지) 끌어올 사람이 또 없어요. 또 그런 놈이 나타날지 모르죠. 그 사람 또 있는지, 오는지 그걸 자꾸 보는 거지. 없어요. 경찰서 가는 거나 고소하는 거밖에 할 게 없는 거지." 이른바 '감정 노동자'인 콜센터 여성 상담 노동자들은 갑질과 폭언, 성희롱에 시달립니다. 고객의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반말에 욕설이 쏟아집니다. [OO 보험사 콜센터 통화 (2025년 8월, 녹취)] "아 XX 기사가 전화도 안 하고 아니 고객이 전화해야 되겠어? 니도 XX 뭐 사기, 니 내한테 사기 치나? 어? 쌈 싸 먹어, 이 XXX아. 개 같은 X아" 노골적인 성희롱을 계속해도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 건 상담 노동자입니다. [□□ 금융사 콜센터 통화 (2024년 8월, 녹취)] " 마스터XXX은? 그러니까 마스터XXX이 된다?" [김현주/콜센터 상담사] "말 한마디, 인사 한마디, 숨소리 한마디까지 저희는 점수를 매겨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고객들은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그거의 지위를 이용한 뭐 폭언과 같은 상황들은 저희가 항상 노출이 되어 있습니다." 고객을 응대하다 당하는 폭언·폭행 등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지난 2018년 시행됐습니다. 사업주는 노동자가 폭언·폭행에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고, 피해를 입으면 업무를 일시 중단시키거나 휴게시간을 늘려줘야 합니다. 그러나 지침을 안 만들거나 교육 등 예방조치를 안 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지침이 있다 해도 성희롱이나 폭언에 적게는 2번, 많게는 5번까지 고객에게 자제를 요청한 뒤에야,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피해 즉시 전화를 끊을 수도 없습니다. [한인임/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그러면 그 사이에 세 번 네 번 욕을 먹거나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거거든요. 더 먹어야 됩니까? 이러면 이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라고 하는 법의 취지와 오히려 역행한, 취지를 역행하는 형태의 매뉴얼들이 보급되고 있다는 거죠." 법이 생겼어도 감정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감정노동자 실태 조사에서 68%가 "고객 악성 행위가 여전하다"고 답했고, 71%는 "사업주가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자들의 불안한 고용에 있습니다. 비정규직인 상담 노동자들은 주로 2년마다 계약을 합니다. 재계약하려면 전화를 받는 콜 수 목표치를 채워야 합니다. [김현주/콜센터 상담사] "하루에 채워야 하는 목표 콜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그 목표 콜을 채워야 제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아 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을 고용한 콜센터는 대부분 하청업체입니다.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의 재계약 기준이 되는 '고객 만족도'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상담 노동자들은 갑질과 폭언을 감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김현주/콜센터 상담사] "2년에 한 번 또는 3년에 한 번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상황을 알고 저희가 재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용역 회사들은 끊임없이 저희를 협박하고 있습니다. '너 혼자만의 계약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저희 회사 전체에 있는 상담사들이 계약이 안 될 수 있다' 이렇게 합니다. 연대 책임에 대한 부분을 끊임없이 요구하고요." 이런 구조 속에 갇혀있는 탓에 법이 보장해준다는 권리를 주장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은성/노무사] "원청과의 관계에서는 용역업체가 '을'이잖아요. '왜 고객한테 그런 식으로 뭐 했냐', '너 자꾸 이런 클레임 같은 것들이 해결이 안 되면 내년에는 바꾼다' 또는 '다음에 너희랑 계약하지 않겠다' 이런 관계에서 당연히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죠. 결국에는 (법이) 그 소속돼 있는 나의 근로 계약 상대방에게만 책임을 묻기 때문에." 최근 5년 동안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감정노동자보호법 위반 처분 건수는 한 해 평균 40건 수준. 산업 구조상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는 약 1천2백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 최경재 기자 ▶ 더 심각한 건, 노동자라는 걸 인정받지도 못해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입니다. 플랫폼 종사자·대리기사·프리랜서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들인데 무려 870만 명. 전체 임금 근로자 10명 중 4명에 달합니다. 이들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요. 현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자세히 따져봤습니다. ■ 보호 못하는 '보호법' 지난해 8월 경기도 군포의 한 네거리. 배달노동자가 몰던 오토바이 앞으로 택시 한 대가 불쑥 끼어듭니다. 깜짝 놀라 경적을 울리자 택시기사는 차를 세우더니, 창문을 열고 욕설을 퍼붓습니다. [택시기사] "니 차로가 어딨어, 이리 가고 있었는데 XXX. XXX야, 찍으라고 XXX아." 길가로 차를 옮긴 택시기사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오토바이로 던집니다. [택시기사] "짜장면이나 배달해 XX아. 그래서 XXXX야, 어린 나이에 배달하고 다니냐?" 배달노동자의 얼굴을 향해 담뱃재를 털고 때릴 듯 위협하기도 합니다. [정현준/배달 노동자]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렇게 부끄럽거나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라이더에 대한 무시고 괄시고 하니까 거기서 조금 이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더라고요." 음식점에서도 갑질과 폭언은 흔하게 당합니다. 배달할 음식이 언제 조리되냐고 물었는데,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기도 합니다. [배달노동자 - OO치킨 점주] " 아 몰라요!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지금 XX 바쁜 거 안 보여? 왜 너만 생각해. XX 이기적이네. 너 XX 안 바쁘면 처맞을 거니까 나가." 참다못해 모욕 혐의로 고소하자 업주는 퇴거불응으로 맞고소했고, 업주만 모욕죄로 벌금 50만 원을 내게 됐습니다. [정현준/배달 노동자] "저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되고… 저희는 중간에 따로 쉬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이거 헬멧 쓰고 있는 것도 상당히 많이 갑갑하고 목도 뻐근하고 덥고 그래서 벗고 쉴 수도 있는 거고 잠깐 이제 화장실을 다녀올 수도 있는 거고요."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고소할 수는 없는 노릇, 임금을 주는 플랫폼업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습니다. [정현준/배달 노동자] "플랫폼에서 어떤 이슈가 있었을 적에 상황들을 전달을 하면 '피드백'이 없으니까요. 라이더 하대하고 막 대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플랫폼에도 아마 이런 내용들이 많이 전달이 되었을 텐데…" 주로 밤시간에 취객을 응대해야 하는 대리운전 기사는 더 심각합니다. 주차장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부부가 대리기사와 실랑이를 벌입니다. 부부는 대리기사를 툭툭 밀더니, 삿대질을 하고 주먹을 들어 위협합니다. 이어 남편이 대리기사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아내는 다가와서 발로 뒤통수를 걷어찹니다. "너는 XXX아 이 XXX아. 뒤질래? 너 오늘 마지막이야?" 대리기사가 도착한 뒤에도 20분 넘게 전화를 받지 않자 항의했다 당한 일입니다. 경찰이 출동해 폭행은 끝났지만, 그날 이후 깊은 트라우마가 남았습니다. [피해 대리기사] "(대리 일) 나갈 때마다 호흡이 갑자기 가빠지고 막 가슴이 쿵쾅거리고. 어쩔 수 없죠. 돈은 벌어야 되고, 먹고 살아야 되니까." 지난해 11월 대전에선, 만취한 고객이 대리기사를 차량에 매단 채 1킬로미터 넘게 달려 숨지게 했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가 덜컹거려 잠을 깨웠다"는 게 이유였는데, 경찰 조사 결과 당시 대리기사는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고에 대해 노동부는 "재해 원인이 사업주의 감정노동자 보호법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아니"어서 노동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이 규정한 노동자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취객을 상대하지만, 감정노동자도 아니고, 일하다 죽거나 다쳐도 산재 처리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필기/대리운전 기사] "도저히 안 돼서 콜센터에 전화를 하니까 '아이, 뭐 술 먹으면 그럴 수 있으니까 기사님이 참으시고 잘 설득해서 어떻게 잘 운행을 잘해주시라'…" 이런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정부는 1호 노동법안으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한 사람은 누구나 '노동자'로 보호한다는 내용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등 8가지 권리를 명시하고, 사용자는 성희롱·괴롭힘 금지, 안전·건강 등 노동자의 기본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됩니다. '노동자 추정제'도 도입합니다. 임금체불같은 민사 분쟁이 생겼을 때,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노동법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첫발을 뗀다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노·사 모두 한계를 지적합니다. 노동계에선 법 조항이 대부분 "노력해야 한다", "지원할 수 있다"처럼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고 평가합니다. 경영계에선 사용자의 자유계약 원칙을 제약한다며 입법 자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법 조항 33개 중 20개는 윤석열 정부가 발의했던 '노동 약자 지원법'과 똑같습니다. 권익 보호를 규정한 조항은 '노동 약자', '영세 사업장'을 '일하는 사람'으로 바꾸면 토씨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오민규/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참고했다' 수준이 아니고 '베껴왔다' 수준으로 볼 수 있는 조항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애초에 철학 자체가 같은 거죠. 선언적인 문구 이상 실제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는 내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실효성을 강제할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박정훈/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특고·플랫폼 배달 노동자들 이런 분들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냐?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는 없어요. 원래 사망 사고가 나면 고용노동부가 사고 원인 조사를 해야 되는데 교통사고라고 처리해서 산재 통계에도 안 나와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정의에 포함시키지 않은 근본적 한계 탓에 역차별 우려도 나옵니다. [윤지영/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 "누군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괴롭힘을 당해도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강한 보호와 어떤 조치가 가능하다면 '일하는 사람'은 그냥 회사가 예방하면 되고 그 예방도 노력하는 정도면 끝나는 그렇게 되는 사람들이 있겠죠." 우리나라와 달리 스페인은 '라이더법'을 제정해 플랫폼에 배달노동자의 정식 고용을 의무화했고, 포르투갈 대법원에선 "플랫폼과 배달노동자 사이에 고용 관계가 성립한다"는 판례도 나왔습니다. [구교현/배달 노동자·라이더유니온 지부장] "비슷한 방식으로 콜을 잡고 급여를 받고 이렇게 하는 건데 사는 나라가 다르다고 해서 어떤 곳에는 그런 노동법의 전부를 보장받고 어떤 나라에서는 노동법의 전부가 배제되는 이런 상황은 좀 납득하기가 어렵죠.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노동자를 바라보는 법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굉장히 후지다. 구시대적이다." 전 세계 1억 6천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 노총은 우리나라의 노동권 보장 수준을 최하위인 5등급으로 분류했습니다. 5등급에는 중국·이집트·이란·캄보디아 등이 포함돼 있는데, "사업주들이 미흡한 법적 규제와 감독을 악용하고 있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노동부는 오는 5월 1일 노동절까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입법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김영훈/고용노동부 장관 (MBC '100분 토론', 지난 6일)] "'미사여구만 늘어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선언이 되어야 구체법에서도 구체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또 자리 잡을 때까지, 권리 밖에 있는 노동자들은 또 하루를 차별과 혐오 속에 아파하고 참아내야 합니다.
스트레이트
2026-01-25
김태윤, 최경재
'고증의 끝판왕' 정이랑‥새해 '타깃 캐릭터'는? [모닝콜]
■ 방송 : MBC 뉴스투데이 (월~금 오전 06:00, 토 오전 07:00) ■ 진행 : 정슬기 ■ 대담자 : 정이랑 배우, MBC 17기 공채 개그맨 정슬기> 오늘 투데이 모닝콜에서는 화제의 인물을 모셨습니다. 피아노 학원 원장님부터 미용실 단골 손님까지 우리 주변 어딘가에 꼭 있을 법한 분들을 그대로 복사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계신 분이죠. 요즘 이분 덕분에 웃는다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정이랑 씨 모셨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정이랑> 안녕하세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슬기> 네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 좀 먼저 해 주시죠. 정이랑> 글쎄요. 제가 어떻게 표현을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요. 개그우먼 겸 배우, 개배우 정이랑입니다. 네 너무 감사합니다. 근데 사실 이게 표현이 좀 어감이 조금 그래가지고 정말 이제 개그도 하면서 정말 연기도 이렇게 하는 정통 연기도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을 일컬어 뭐라고 하면 좋을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네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정슬기> 글쎄요. 근데 지금 말씀하신 게 뭐 어감은 조금 그럴 수 있지만 뜻이 좋은 거라서 또 시청자분들도 굉장히 재미있게 받아들이실 것 같습니다. 정이랑> 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래서 약간 골프로 얘기하자면 유틸리티 약간 자동차로 얘기하자면 하이브리드 연기자. 정슬기> 네, 아주 좋네요. 하이브리드. 정이랑> 네 감사합니다. 정슬기> 네 최근 단연 화제가요. 네 피아노 학원 원장님입니다. 그전에는 부티크 사장님도 있었고 자매 다방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내놓는 캐릭터마다 굉장히 화제가 되고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요즘 인기를 좀 실감하시나요? 정이랑> 예나 지금이나 막 이기 이런 적은 별로 없어가지고 근데 다만 그냥 옛날에는 이제 전에는 SNL 어디에 나왔어던 사람. 욕쟁이 할머니 했던 사람 이랬는데 이제는 이제 정이랑 씨 이렇게 해 주시니까 이름 석 자 불러주시는 거에 되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슬기> 뿌듯하시겠어요. 정이랑> 네 감사합니다. 정슬기> 네 현실 고증의 끝판왕이라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장면들 먼저 잠시 보시고요. 그다음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슬기> 네. 방금 지금 방금 보신 피아노 학원 장면이요. 정말 화제가 많이 됐습니다. 정이랑> 너무 감사합니다. 정슬기> 저도 보면서 그때 그 시절을 좀 떠올리게 됐거든요. 많은 시청자분들도 그러셨을 것 같은데 이 캐릭터를 연기하시기 위해서 좀 참고했던 실존 인물이 있나요? 정이랑> 사실 제가 형편이 별로 안 좋았어 가지고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못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저희 유튜브 팀들하고 이런저런 회의를 했었을 때 옛날 그 시절 피아노 학원 선생님을 연기해 볼까 이런 얘기했을 때 고민을 진짜 많이 했었거든. 저는 아예 그 분위기를 잘 몰라서. 그래서 이제 그 시절 때 학창시절에 음악 선생님을 좀 한번 입혀볼까 해가지고 그때 선생님이 ‘데크레셴도 크레셴도로 소리를 내는 거야’ 이러면서 뭐 ‘어깨 펴 손머리 올려’ 약간 이런 거 그런 바이브를 조금 입혀봤는데 얼추 좀 이렇게 잘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합니다. ## 광고 ##정슬기> 학교 그러면 음악 선생님을 모티브로 하신 건가요? 정이랑> 예 정슬기> 그렇군요. 그럼 오늘 뉴스에 출연하신 소감을 부티크 사장님이나 아니면 피아노 원장님이 소감을 말씀하신다면 어떻게 하실까요? 정이랑> 섞어서 해볼까요? 정슬기> 편하신 대로‥ 정이랑> 윤정아 서윤정 선생님이 이렇게 MBC 뉴스에 나온 건 정말 뉴스에 날 일이야. 알아들어 정말 가문의 영광이야. 이건 반드시 엄마한테 얘기해야 되는 거야. 알았어. 선생님이 여기 나온 건 기분이 정말 으뜸이야. 다 섞었네. 정슬기> 네. 방금은 부티크 사장님이셨나요? 정이랑> 피아노 선생님이랑 다 섞었습니다. 부티크 사장님이랑. 정슬기> 이른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뉴스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정이랑 씨 덕분에 굉장히 즐겁게 준비를 하실 것 같아요. 정이랑>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합니다. 정슬기> 한 번만 더 다른 거 한 번 그러면 돼요 한 마디만‥ 정이랑> 뭐가 좋을까요? 오늘 하루는 저 정이랑 때문에 여러분들이 정말 기분이 정말 좋았으면 좋겠어요. 정말이야. 정슬기> 네 너무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수지 씨와 함께한 미용실 단골 손님 영상이 그야말로 화제가 됐었죠 아주 연기 천재들이 만났다 이런 평가들이 많았는데요. 대본이 있는 건가요? 정이랑> 예 그거는 대본이 있습니다. 있고요. 그리고 또 이제 거기에다가 이런 이런 대사를 좀 추가하는 건 어떨까 이렇게 개인적으로 얘기해 주면 이제 좋다 재미있다 하면 이제 그렇게 합을 맞춰가지고‥ 정슬기> 애드리브를 준비를 해가시나요? 정이랑> 준비를 좀 하기도 하고 또 이제 워낙에 호흡이 잘 맞으니까 현장에서 그렇게 맞춰서 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정슬기> 내가 생각해도 이 애드리브 대사나 혹은 그런 건 너무 잘한 게 있다. 딱 생각나시는 게 혹시 있나요? 정이랑> 몇 가지 있는데 이제 뉴스에서 할 그런 단어들이 아니어가지고 그러면 그럼 정말 뉴스에 날 일이라 그래요. 유튜브나 이런 방송을 통해서 봐주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정슬기>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이랑 씨의 연기가 단순히 웃기다 이런 걸 넘어서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정말 지독하게 잘한다 이런 평가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정이랑>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한데요. 그냥 제가 어떤 누군가를 따라 하기 위해서는 그분을 직접 찾아가서 녹음을 또 하기도 하고 이런 대사 있는데 한번 해달라고 부탁도 드려보고 심지어 이제 좀 고증을 하기 위해서 그분이 입었던 옷이나 모자 이런 거를 좀 빌려오기도 하고 막 그러거든요. 그래서 이제 좀 더 현실감 있게 봐주시는 것 같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정슬기> 그러면 정이랑 씨는 노력형이신가요? 아니면 좀 태어나기를 이렇게 좀 끼가 많게 태어나신 건가요? 정이랑> 저는 정말 노력해 온 것 같아요.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정슬기>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을 하신 건가요? 정이랑> 근데 뭐 가지고 태어난 것도 워낙에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고 거기에 대해서 이제 포부를 갖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제 그걸 잘 해내기 위해서 하고 싶어서 잘하고 싶어서 정말 노력을 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정슬기> 어떤 노력들을 하세요? 정이랑> 직접 찾아가서 녹음도 그분의 목소리 녹음도 하고 아니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는 정말 찜질방이나 이런 데 가서 우리 어머님들이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하시는지 들어보기도 하고 그리고 또 영감이 되는 건 이제 메모해가지고 좀 기억하려고 하고합니다. 정슬기> 네 그 수많은 캐릭터들 연기를 하셨잖아요.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좀 가장 애정이 가는 최애 캐릭터가 있으십니까? 정이랑> 네 그냥 일단 떠오른 거는 이제 어떤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제 욕쟁이 할머니 했었을 때 또 임팩트 있게 많이 봐주셨기 때문에 그것도 애정이 가고 또 최근에는 이제 수지 양의 유튜브에 초대되어서 이렇게 가볍게 했던 것이 또 이제 많이 되게 재미있게 봐주셨기 때문에 그것도 또 애정이 많이 가고 합니다. 사실 그 부티크 원장 그 역할은 제가 어디 딴 데서 이제 하고 싶었는데 친구 어머니 흉내를 내는 거였거든요. 근데 그런 거 재미없어 아무도 몰라 하지 막 이런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 인기 있는 수지의 유튜브에 가서 또 이렇게 녹여서 했을 때 좋은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또 애착이 가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정슬기> 네 그러면 이 부티크 사장님하고 피아노 원장님을 뛰어넘을 또 준비하고 계신 다음 타겟이 있습니까? 정이랑> 네 지금 사실 남자 역할 같은 것도 좀 한번 해보고 싶어서 전에 살짝살짝 했었는데 좀 이번에는 좀 또렷하게 어떻게 하면 또 이렇게 안 보여드렸던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즐거움을 드릴까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슬기> 네 현재 아주 최고의 스타 반열에 사실 오르셨잖아요. 정이랑> 네 그러고 싶어요. 정슬기> 정말 많은 대중분들의 사랑을 받고 계신데 앞으로의 또 목표가 궁금하거든요. 정이랑> 저는 이제 얘기하면 되게 누가 들으면 되게 말도 안 돼 할 정도로 조금 목표랑 이런 걸 되게 좀 꿈을 좀 크게 갖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좀 뭐하지만 어쨌든 그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 진짜 정말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최선을 다해서 또 즐기면서 하다 보면 결국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 생각이 들어서 정말 기쁘게 감사하게 일을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상투적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습니다. 정슬기> 마지막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짧게 새해 인사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이랑> 네 여러분들 이렇게 정말 훌륭한 프로그램에 저를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정말 안 믿기지만 정말 정말 안 믿깁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또 제가 이런 사람이 이런데 나오는 게 낫나 송구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여러분들께서 저를 통해서 또 이렇게 많이 웃어주시고 행복해해 주시고 또 힐링을 느끼신다면 저는 정말 열심히 더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슬기> 오늘 출연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앞으로 더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정이랑>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슬기> 감사합니다. # 인터뷰 전문은 MBC뉴스 홈페이지(imnews.imbc.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MBC & 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정부AI 학습 포함) 금지
뉴스투데이
2026-01-06
[스트레이트] '비혼출산' 차별과 편견을 넘어
■ '비혼출산'‥여전한 편견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인 가족 형태.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이런 가족을 '정상'이라고 규정해왔습니다. 그리고 이 틀과 다르게 사는 이들을 차별해온 게 사실입니다. [진서연/비혼모] "만삭 사진을 찍는데, 아빠가 없어서 만삭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김수진] "'언젠가 결혼해야지', '언젠가 결혼을 해서…그게 진짜 가족이야' 라는 어떤 사회적인 틀이 있잖아요." [서수인] "가족이란… 제가 '있는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라고 느낄 수 있는 존재가 가족인 것 같아요." [노치혜] "같이 살고 같이 밥을 먹고 생활 전반을 같이 나누면서 이제 서로의 정신적인 면이나 재정적인 면이나 함께 돌볼 수 있는 관계…"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만 출산하는 비혼출산. [이소정(가명)/비혼모] "결혼 생활이란 게 여자가 조금 희생을 해야 되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그러한 거를 하지 않고 그냥 '아이만 키워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가졌었어요." 정자은행을 통한 비혼출산도 늘고 있습니다. [이샘나/비혼모] "나는 노산이 되기 전에 아이를 낳고 싶은데, 지금부터 남자친구를 만나서 연애를 해가지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그 과정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비친족가구도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제도적 차별, 사회적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 신수아 기자 ▶ 지난해 한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23만 8천 명 가운데 1만 4천 명 정도는 결혼하지 않은 산모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즉 100명 중 6명은 비혼 출산 자녀라는 뜻인데, 역대 최고 수치입니다. 작년 통계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대의 약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젊은 층의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건데요. 스트레이트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이들을 만나,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막혀버린 '비혼 출산' 권리 할머니, 삼촌, 이모, 온 가족이 아이의 백일을 축하하러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엄마 이샘나씨와 아들 두 명, 세 명으로 이뤄진 가족입니다. [이샘나/비혼모] "이로빈, 그리고 저기 방에서 자고 있는 백일 된 이제로미의 엄마 이샘나고요. 그렇게 세 명입니다. 얘는 세 살입니다." 이샘나 씨는 덴마크 정자은행을 통해 남편 없이 아이를 가졌습니다. 이런 선택을 한 건 내가 원하는 시기에 아이를 낳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샘나/비혼모] "'결혼이라는 형태가 아닌', 이렇게 제한을 둔 건 아니고 그냥 아이를 가져야겠다. 그런데 나는 아이를 좀 건강하게 가져서 오래 잘 키우고 싶다, 좋은 체력일 때. 거의 이제 노산의 경계에 와 있을 때 결혼으로 가는 거는 너무 불확실하니까 그래서 확실한 방법을 찾다 보니까 '비혼출산'이란 길이 있다…" 한국에선 시술해주겠다는 병원이 없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정자 은행이 있는 덴마크로 날아갔습니다. [이샘나/비혼모] "덴마크에 오전 8시~9시 그즈음에 떨어져요. 11시 반에 시술을 해요. 그리고 3시 반에 (한국 오는) 비행기를 타요. 한 6시간~7시간 있는 거죠, 덴마크에. 19시간. 직항도 없어요." 이렇게 얻은 귀하고 소중한 두 아이. 두 아이를 키우는 요즘, 하루하루가 이샘나씨에겐 행복입니다. [이샘나/비혼모] "아이가 이렇게 두 명이 생겼잖아요. 너무 좋아요. 너무 귀여워요. 저희 둘째 지금 계속 저기 안에 있어서 못 보셨을 텐데 너무 귀여워요. 진짜 너무 귀엽고 얘는 얘대로 너무 귀엽고… 아주 삶이 귀여움으로 가득 차 있어요." 이샘나씨는 15년 차 내과 의사입니다.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자마자 직장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가고, 둘째 아이를 봐주는 아이 돌보미를 고용해 홀로 육아를 해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놀라셨던 부모님도 이젠 샘나씨의 삶을 응원해주고 있고 주변 이웃들도 큰 편견 없이 대해준다고 합니다. [이샘나/비혼모] "처음에 저 여자는 '아이를 혼자 낳았어' 이렇게 만난 게 아니고 '로빈이 엄마가 이렇게 다니네. 그런데 저 사람 우리 아파트에서 인사도 하고 우리 애들한테 가끔 과자도 주고 쟤네 애도 저렇게 귀여운데, 쟤네 엄마가 알고 보니까 사유리처럼 아이를 낳았대'… 거기서 태도가 바뀔 일이 별로 없는 거예요. 그러니깐 그냥 '둘째 낳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20대 여성 김민서(가명)씨도 비혼 단독 출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덴마크 정자은행을 방문해 배아를 얼려뒀고, 2027년쯤 출산을 할 계획입니다. 민서씨 역시 자신이 원하는 때 아이를 낳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김민서(가명)/비혼출산 준비] "(결혼)하기 싫은 건 아니고 남자가 싫은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할 사람이 없는 거죠. 근데 어찌됐든 여자가 출산할 수 있는 나이는 한정적이고 저는 솔직히 노산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방법이 낯선데다, 온통 영어로 되어 있어 통역사를 구하거나 정보를 찾아보는 데만 꼬박 1년, 부모님 반대를 설득하는 데만 1년이 더 걸렸습니다. 출산 이후 아이 아빠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할 양육이 걱정이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아이를 갖고 싶었다고 합니다. [김민서(가명)/비혼출산 준비] "저는 그 정도까지 애가 갖고 싶어요. 상상만 해도 행복하고 '내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내 아이는 얼마나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그런 계속 미래를 꿈꾸는 게 너무 좋아요." 국내에서도 정자은행을 통한 출산은 불법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이샘나 씨와 김민서 씨 모두 머나먼 덴마크까지 가야 했을까요. 바로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자체 윤리지침을 만들어, 혼인 상태가 아닌 비혼 여성에겐 시술을 금지하도록 방침을 세워놨기 때문입니다. [김민서(가명)/비혼출산 준비] "의사들이 안 해주잖아요. 출산율도 안 좋다고 하는데 내가 이것 때문에 외국까지 갔다 와서 돈을 대체 얼마를 쓰는 거냐. 차라리 한국에서 하면 한국에다가 그 돈을 주는 건데…" 여성의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의사단체가 임의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국가인권위의 지적, "비혼자 대상의 체외수정 시술은 생명윤리법상 위법 사항이 아니"라는 보건복지부 입장도 나온 상태. 하지만 의사단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지침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 "그 윤리 지침에 대해서 개정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학회에서 따로 논의된 거는 없어요.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없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의사단체가 비혼 여성의 정자은행 이용을 임의로 막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난임 시술 대상을 부부에서 비혼 여성까지 확대하는, 이른바 '독립출산지원법'입니다. [이재강/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자보건법이 난임 시술 지원 대상을 사실혼을 포함한 부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국가가 시술을 지원하는 대상이 부부라는 것이지, 부부 말고는 시술을 받으면 안 된다고 금지한 게 아닙니다." 비혼출산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소정(가명)/비혼모] "결혼, 혼인 신고 이런 게 좀 구속이었고 압박이었거든요. 이런 걸 좀 깨고 싶었던 거예요. 왜 굳이, 이 틀 안에서…법적으로 그렇게 묶일 필요는 없지 않나? 사실혼으로 아이 낳고 살 수도 있는…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유명 방송인들이 공개적으로 비혼 출산 사실을 알릴 만큼 거부감이 약해진 건 사실이지만 가족에 대한 한국 사회 특유의 고정관념은 여전합니다. [최형숙/비혼모 지원단체 '인트리' 대표] "방송인 허수경 씨인가요? 아나운서분이 이제 처음 하셨죠. 그래서 막 나왔을 때 그분들은 '비혼모'로 불리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저기도 나하고 똑같이 아기 낳아서, 혼자 낳아서 결혼 안 하고 아기 낳아서 키우는 사람인데 왜 저 사람은 '비혼모'라고 부르고 난 '미혼모'라고 부르지? 저 사람은 유명한 사람이고 돈이 많아서 그런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아기를 낳은 걸로 쳐주고, 나는 그게 아닌가 보다…" ◀ 신수아 기자 ▶ 정자은행을 통한 출산뿐만 아니라, 연인 관계에서 아이를 갖게 됐지만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은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와 법무부 등에 "비혼출산과 관련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비혼출산 가정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차별적인 시선을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랫동안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전통적인 가족의 틀을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가족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 차별, 편견‥"그래도 행복하고 싶어요" 연인 관계였던 남성과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출산하기로 선택한 진서연 씨. 아이와 함께 당당하게 살고 있지만 사회 곳곳의 고정관념에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진서연/비혼모] "하혈을 해서 이제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병원에서 긴급으로 수술을 들어가야 되는데 보호자 사인이 필요한 거예요. '아이 아빠가 없다'고 분명히 여러 번 얘기했는데 수술실 들어갈 때까지 '아이 아빠는 언제 오냐'고 다섯 번을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병원에서." 역시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고 있는 감채연 씨. 비혼모의 삶을 산 지 16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이 무심코 건네는 한 마디에 가슴 한구석이 아픕니다. [감채연/비혼모] "(전화 통화하다) '어머님 되시냐. 성함이 뭐냐' 했더니 이름을 얘기했더니 그분도 '어, 설마 아빠는 아니시죠?' 하고 물어보는 걸로 봐서는 아직까지도 그런 거는 엄마 성을 따르지 않고 아빠 성을 많이 따르다 보니까…" 직장을 구할 때도 여전한 편견 탓에 불이익을 당한다고 합니다. [최형숙/비혼모 지원단체 '인트리' 대표] "(한 비혼모가) 과 수석으로 (유아교육학과) 졸업을 했단 말이죠. 어린이집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학부모가 네가 미혼모인 것 때문에 클레임을 걸면 (항의하면) 뭐라고 할 거니'라고 얘기를 했대요. '애 혼자 키우는 거랑 내가 취직해서 아이를 보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답했는데) 그런데 끝내 떨어졌거든요." 단지 사회적 편견뿐만 아니라 비혼 가정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감채연/비혼모] "아이가 뭐 은행 업무를, 금융 업무를 해야 된다거나 내지는 뭐 다른 어떤 행정적인 업무를 했을 때 조금 불편해요. '저는 1인 친권밖에 없다'고 했더니 그분(행정 직원)께서 '정상 가정이었을 때… 정상 가정이었을 때는 전화로 가능하나, 그게 아니면 내방을 해야 된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 가족'이란 단어. 비혼출산 가정을 '비정상적인 가정'으로 몰아붙이는 걸로 들려 큰 상처를 받습니다. [감채연/비혼모] "행정적인 것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고 뭐 '추가적인 서류가 필요하다' 그러면 낼 수는 있는데, 그분께서 '정상 가정'이라고 이렇게 말을 탁 하셨을 때는 엄청 화가 나더라고요." 5.8%의 비혼 출산율. 역대 최고 수치이지만 OECD 국가 중에선 꼴찌 수준입니다. 이미 OECD 국가의 평균 비혼출산율은 40%가 넘었고, 아이슬란드의 경우 첫째 아이의 비혼출산율은 80%를 넘겼습니다. '비혼출산'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초저출생 현상을 해결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자녀 양육 가구'가 중심이 돼야 돼요, 사실은. 그러니까 이 둘이 무슨 관계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러니까요. 아기가 자라고 있는 '미성년자 아동, 아동 청소년이 자라고 있는 가구에 대한 지원으로 나아간다' 라고 하면 기존에 무슨 관계냐. 법률관계냐, 아니냐 이런 것들에 대한 장벽은 완전히 제거될 수 있는 거죠." ## 광고 ##최근에는 아예 새로운 유형의 가족, 즉 가족과 유사한 '생활동반자'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막바지. 2030 여성 일곱 명이 거실에 모여 앉았습니다. "다들 추석 잘 보냈어? 오늘 집에 온 사람도 있어?" 한 달에 한번 여는 가족회의를 시작합니다. "근황을 공유해 볼까요?" 처음엔 창업 스타트업을 꿈꾸는 동료로 만나 같이 살게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의지하며 깊은 친밀감과 신뢰감을 갖게 됐습니다. [서수인]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해주고 그 시간을 기꺼이 내서 나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줄 때 내가 보살핌받고 있구나…" [노치혜] "'같이 산다'라는 어떤 경험 자체가 그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귀했어요. '정상 가족'이라는 그 카테고리 안에서의 영역이 아니어도 이런 방식으로 살아갈 수가 있구나…" 지금 이들은 서로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보다 더 '가족 같다'고 느낍니다.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길 선택했지만 법적인 가족이 아니란 사실 때문에 당장 몸이 아플 때에도 난감한 상황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노치혜] "저희 집에 같이 살던 친구가 한 번 큰 수술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동행을 하고 싶은데 이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그 친구는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여서 나이가 드시고 약간 아프신 어머니께서 서울까지 올라오셔서 동행을 했어야 되는 경우도 있고…"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동거인에게 '생활동반자' 지위, 즉 가족과 비슷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생활동반자법'이 현재 발의돼 있습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지금 노령층의 돌봄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는 주장입니다. [장혜영/전 정의당 의원 (21대 국회 '생활동반자법' 발의)] "노년 세대 그리고 중·장년 세대일수록 이 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더 피부로 느끼시는 경우가 있어요. 가볍게 법적으로 둘을 가족으로 묶어줄 수 있는 어떤 제도가 있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의 끝을 돌봐줄 수 있는 이제 이런 옵션이 생기는 거죠." 프랑스의 PACS, 영국의 시민동반자법, 스웨덴의 동거법. 모두 결혼이 아니더라도 동거하는 성인에게 가족과 유사한 지위를 주는 법안들입니다. 일각에선 재산상속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국내에서 발의된 법안은 생활동반자에겐 재산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동반자 관계 성립 이전에 형성된 고유재산은 분할 대상에서도 제외하도록 했습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22대 국회 '생활동반자법' 재발의)] "가장 많이 받는 비판 중의 하나가 '가족을 해체하는 법이다'라는 이야기였어요. 저는 오히려 정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가족을 이루면서 살아가지만, 법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가족의 틀 안으로 확장하고 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가족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더 확대시키는 방법이라고…" 내가 함께 살고 싶은 사람, 내가 의지할 수 있고, 내가 책임지고 싶은 사람과 가족을 구성하고 싶다는 주장. [이샘나/비혼모] " 사랑과 신뢰로 하나가 되기로 합의한 공동체? 혈통도 중요하긴 하지만 또 입양 가족들이 있잖아요." 빠르게 변하는 세태를 법과 제도가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인식이 변해야지만 법을 만들 수 있어' 뭐 이렇게 얘기를 해요. 그런데 무슨 얘기냐 하면 법이나 정책과 제도가 바뀌면 사람들의 인식이 더 빠르게 변합니다. 이건 별로 안 하고 있는 거죠. 하염없이 그냥 언제까지 기다릴 건지 질문해보고 싶어요. '언제 인식이 변하는데, 어떤 계기로 변하는데' 좀 적극적이어야 되는 거죠. 왜냐하면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정상 가족이 아닌 형태의 가족을 꾸리면서 살고 있어요."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들의 공통된 대답. [노치혜]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한 방식의 관계를 선택할 수 있게…" [이샘나/비혼모] "'나는 행복해'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스트레이트
2025-10-19
신수아
'올림픽 향한 마지막 불꽃' 김창민‥"여자친구 목소리가 매순간 들려요"
◀ 앵커 ▶ 내년 밀라노 동계올림픽 출전을 간절하게 준비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남자 컬링 대표로 선발되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던 김창민 선수인데요. 무슨 사연일까요? 조진석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컬링 대표 선발전에서 남자부 정상에 오른 경북체육회의 김창민. 우승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뜻밖의 눈물을 쏟았습니다. [김창민/컬링 대표팀] "얼마 전에 제 여자친구가 하늘나라로 떠나서 제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렇다고 이 도전을 멈출 수도 없고…"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 직후 접한 믿기 힘든 여자친구의 사고 소식. [김창민/컬링 대표팀] "귀국 이틀 남겨두고 여자친구가 사고났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이 안 돼서 이제 떠나게 됐습니다." ## 광고 ##극심한 정신적 충격 속에 장례식을 정리하다 갈비뼈 부상까지 입자 모든 걸 포기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올림픽 출전을 응원했던 여자친구의 진심이 떠올랐습니다. [김창민/컬링 대표팀] "여자친구가 되게 컬링을 사랑했어요. '오빠는 무조건 올림픽 나간다.' 그 목소리가 매순간 들리고…" 4년 전, 스킵 김수혁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아픔을 달래줬던 김창민은, 이번엔 김수혁의 위로를 받으면서 더 끈끈하게 뭉쳐 결국 국가대표의 자리에 섰습니다. [김창민/컬링 대표팀] "각자 다 그런 '부재의 슬픔, 아픔'이 있고 그걸 딛고 일어난 성공이라서 저희가 팀적으로 더 뜻깊었던 것 같고… 떠나신 분들을 저희 가슴속에 의미를 두고 더 간절하게 경기한 거 같아요." 올림픽 은메달을 땄던 여자 컬링과 비교해 남자부는 올림픽 자력 진출 경험도 없지만, 이제야 컬링의 진면목을 깨달았다며 오는 12월 올림픽 예선 통과를 장담했습니다. [김창민/컬링 대표팀] "(한 팀이 되는 건) 결혼이고 계약이다. 그걸 우리 팀은 너무 늦게 알았거든요. 남자 컬링 되겠냐고 그렇게 우려를 하시는데 아마 저는 잘될 것 같고 해낼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남자컬링 팀 많이 응원해주십시오." MBC뉴스 조진석입니다. 영상취재: 서두범 / 영상편집: 김지윤
뉴스데스크
2025-07-10
조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