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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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수장은 "긴급조정 불가피" 압박‥노동수장은 "대화하자" 호소
◀ 앵커 ▶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이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강행되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며,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청와대도 긴급조정권 발동을 단정 지을 순 없다면서도, 상당한 우려와 걱정의 눈으로 보고 있다며 산업부장관으로서는 할 말을 한 것이라고 힘을 실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직접 노조를 찾아가 대화에 의한 해결을 재차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파업이 다가오자,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이 돌연 어제저녁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 광고 ##"삼성전자는 국가대표 기업으로, 그 실적이 국민 삶에 직결돼 있고, 반도체는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자산"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최대 100조 원대 피해, 1천 7백여 개 협력업체 피해, 신뢰 훼손 등 무형의 국가적 손실"을 열거한 뒤, "산업부 장관으로서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긴급조정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간 노조의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시키는 권한입니다. 공장을 멈춰 회사를 압박해야 하는 노조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뺏는 겁니다. 실제 권한을 가진 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면, 반대편 한 축인 산업수장은 노조를 강하게 압박한 셈입니다. 청와대는 "사전에 보고를 받았다"며 "산업부 장관으로서 할 말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규연/청와대 홍보소통수석] "상당한 우려와 걱정의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든가 이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는 내용입니다." 긴급조정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제한하는 조치인데다, 과거엔 파업이 시작돼 피해가 커진 뒤에만 행사됐던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당장의 큰 이슈는 우리가 좀 봉합을 한다 하더라도 그 노사 관계의 갈등이 계속 이제 곪고 더 이제 구조화될 수가 있다라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초기업노조를 찾아 거듭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초기업 노조는 "사측이 교섭 대표를 교체하고 실질적인 입장 변화가 선행되어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편집: 김하정
뉴스데스크
2026-05-15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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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들이지 마"‥막 오른 로봇과의 전쟁
◀ 앵커 ▶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런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현대차가 이달 초 CES에서 공개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노조 측이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무거운 자동차 문짝을 혼자 들어 운반하고, 다양한 부품들도 알아서 정리합니다. 어깨와 팔꿈치, 손목, 몸통이 360도 회전해, 사람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그룹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로,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 우선 배치됩니다. ## 광고 ##[우승현 / 현대차그룹 GSO 미래전략담당 팀장] "미래에는 아틀라스가 여러 산업에서 다양하게 쓰이면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획기적인 생산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평가 속에 현대차 주가는 8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에게는 위협이자 공포입니다. 1대당 2억원 안팎의 가격에 유지비는 연간 1400만원 수준. 사람과 달리 24시간 일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면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올해 노사 협상 과정에서 로봇 투입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파괴하던 '러다이트' 운동처럼 피지컬AI, 로봇 시대의 도래를 부정할 수 만은 없는게 현실입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의 생산 현장에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돼 있고, 점점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병훈 /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노사 간의 어떤 쟁점이나 갈등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한 큰 충격으로 될 수 있지 않을까. 협상을 통해서 원만하게 기술도 도입하지만 노동 문제도 최소화시키는 그런 방식을(만들어내야 합니다)" 로봇과 인간이 적이 아닌 동반자로 현장에 함께 설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의 틀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MBC 뉴스 이지수입니다.
뉴스25
2026-01-24
이지수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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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뺏는 '아틀라스'?‥현대차 노조 "동의 없이는 한대도 투입 못해"
◀ 앵커 ▶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미 현실에서 로봇과 노동자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올해 CES에서 공개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하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건데요. 로봇과 노동자의 공존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이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무거운 자동차 문짝을 혼자 들어 운반하고, 다양한 부품들도 알아서 정리합니다. 어깨와 팔꿈치, 손목, 몸통이 360도 회전해, 사람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그룹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로,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 우선 배치됩니다. [우승현/현대차그룹 GSO 미래전략담당 팀장] "미래에는 아틀라스가 여러 산업에서 다양하게 쓰이면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획기적인 생산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평가 속에 현대차 주가는 8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에게는 위협이자, 공포입니다. 1대당 2억 원 안팎의 가격에 유지비는 연간 1400만 원 수준. 사람과 달리 24시간 일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아틀라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면 고용 충격이 예상된다"며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올해 노사 협상 과정에서 로봇 투입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광고 ##하지만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파괴하던 '러다이트' 운동처럼 피지컬AI, 로봇 시대의 도래를 부정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의 생산 현장에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돼 있고, 점점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노사 간의 어떤 쟁점이나 갈등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한 큰 충격으로 될 수 있지 않을까. 협상을 통해서 원만하게 기술도 도입하지만 노동 문제도 최소화시키는 그런 방식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로봇과 인간이 적이 아닌 동반자로 현장에 함께 설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의 틀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MBC뉴스 이지수입니다. 영상편집 : 김기우
뉴스데스크
2026-01-23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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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역대 최악' 산불 - 꺼지지 않을 재난의 서막인가?
◀ VCR ▶ "그날따라 또 바람이 셌어, 상당히. 태풍급이라, 그때가." "이거 심각하다, 진짜. 오! 오! 오! 이거 차에…" [조쌍규/경남 산청군 시천면 주민] "집 쪽으로 확 넘어오는 거야, 불이. 그래가지고 막 보니까 얼마 안 지나서 막 다 번져버리네. 불이 날아다녀, 날아다녀." [이분경/경북 영덕군 지품면 주민] "말하니까 아직도 벌벌벌 떨린다. 막 불안해. 여기 가슴이 저릿저릿하고." [김강두리/경북 영덕군 지품면 주민] "벌렁벌렁 뛴다고요." [이분경/경북 영덕군 지품면 주민] "얼마나 놀랐는지. 불덩어리가 막 튀니까 정신이 없지." [김차랑/경북 안동시 풍천면 주민] "지금 싹 다 타버리고 뭐 쓸 것도 한 개도 없어요. 다 폭삭 다 타가지고 내려 앉았잖아. 참 살 길이 막막해요, 앞으로." ■ '이런 산불은 처음'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영남 지역을 초토화시킨 이번 산불의 피해를 살펴보고, 우리의 대응 체계를 점검합니다. 임명찬, 이지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임기자, 먼저 산불 피해 현황부터 알아볼까요. ◀ 임명찬 ▶ 네, 직접 찾아간 화재 현장은 전쟁터와 다름없는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산불이 어떻게 경남과 경북을 할퀴고 갔는지 취재했습니다. ◀ VCR ▶ 영남권 여기저기에서 산불이 이어지던 지난달 말. 22일엔 경북 의성군에서도 3곳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났습니다. 그중 안평면 괴산리에서 시작된 불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성묘객의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었습니다. [김정호/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1리 이장 (3월 24일)] "남자 한 분하고 여자 한 분이 헐레벌떡 뛰어 내려오더라고요. 그래서 밑에 가서 차량이라든지 번호라든지 다 확인하고 절대 현장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불은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졌고, 1시간 반 뒤 인근 마을에 첫 대피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오후 1시 18분에 발령된 산불 대응 2단계는 3시간여 만에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됐습니다. [김성인/경북 의성군 안평면 주민 (3월 22일)] "(안평에서) 불 올라오는 거 보고 이쪽(집 밑 다른 야산)에 불씨가 날아와서 붙어버렸어." [신순자/경북 의성군 의성읍 주민 (3월 22일)] "(내 집은 괜찮은지) 잘 몰라요. 지금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궁금하고 죽겠습니다." 불길이 고속도로 바로 옆까지 접근하면서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고, 급기야 의성군을 넘어 안동시 일부에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하루 뒤인 23일 오전 10시. 불길이 번지고 있는 경계, 즉 화선이 67km에 걸쳐 형성됐습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세운 천년 고찰인 운람사가 잿더미가 됐습니다. 진화 속도가 무시무시하게 번지는 불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진화율은 점점 더 떨어졌습니다. ----- 이틀 뒤인 24일엔 무려 8천490헥타르가 산불영향 구역에 들었습니다. 매캐한 연기가 민가까지 뒤덮었습니다. [경북 의성군 점곡면 주민 (3월 24일)] "당신이나 타. 난 걸어가면 되니깐. 아, 여기 다리 밑으로‥" 그날 밤 11시, 국가 소방동원령 1호가 최고 등급인 3호로 격상됐습니다. 전국에서 소방대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 25일 정오. 산불 영향 구역은 무려 1만 4천4백여 헥타르로 확대됐고, 화선은 244km로 늘어났습니다. 강풍은 진화대원들의 안전까지 위협했습니다. [김우영/산림청 특수진화대원 (3월 25일)] "바람이 여기로 불고 지금 골 바람으로 저렇게 올라오고 있어서 엄청 위험한 상황이라 가지고 일단 대피 명령을 시켰고…" 안동 전역과 청송군 일부 지역까지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고, 경북 전역에 갑호 비상이 발령됐습니다. 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턱 밑까지 접근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국가유산 재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가 발령됐습니다. [이연옥/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주민 (3월 25일)] "불이 들어오지 말아야지. 큰일 났지, 뭐. 나이 구십 넘도록 살다 첨 봤어." [류한욱/경북 안동시 병산서원 운영부위원장 (3월 25일)] "지금 5km나 7km 정도 (거리가) 있다 그러지만 이건 바람 한 번 순식간에 불어버리면 10분 만에…" -----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밤 9시 무렵. 초속 20m로, 태풍이 올 때만큼 강해진 바람을 탄 산불은 80km가량 떨어진 동해안 어촌마을까지 덮쳤습니다. [임승태/경북 영덕군 영덕읍 주민 (3월 27일)] "마치 휘발유에 불붙인 것처럼 바로 확 붙어가지고 저희가 어떻게 끌 수가 없어서 그냥 맨몸으로, 그냥 맨몸으로 차만 몰고 바로 뛰쳐나갔어요." 불길을 피해 방파제로 피신했던 주민들은 해경에 겨우 구조됐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1명이 숨졌습니다. [우지성/경북 영덕군 축산면 주민 (3월 26일)] "불이 붙어가지고 양쪽으로 다 막혀서 어디 대피할 데가 없었어요. 그래서 바닷가에서 다 모여 있던 것 같아요." 산불은 더 이상 태울 것을 찾지 못했고 그제서야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27일 오후부터는 영남 지역에 비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28일 오후 5시경 산림청은 마침내 주불을 잡았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149시간 만이었습니다. [이수민/경기 고양소방서 소방대원 (3월 28일)] "잔불을 빨리 정리해 놔야 오후에 강풍이 불더라도 더 추가적인 확산 피해가 없도록… 네, 살아납니다." 경북 의성 산불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는 경남 산청에서도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곧바로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됐고, 이 불은 하동과 진주, 지리산 국립공원 쪽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손경모/경남 하동군 옥종면 주민 (3월 26일)] " 한 10분, 바람 따라왔으니까 바람만큼 빠른 거죠."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진화작업 투입 2시간 만에 불길에 갇혀 결국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박남규/경남 창녕군청 산림녹지과장 (3월 24일)] "(진화대원) 올라갈 때는 불이 없었습니다. 올라가는 도중에 밑에서 옆에서 돌풍이 불어서 산불이 밑에서 올라온 거로. 그래서 가운데 고립된 거로…" 열흘 간의 사투 끝에 소방당국은 산청 산불의 주불을 잡았습니다. 무려 213시간 34분. 역대 두 번째로 긴 산불이었습니다. ----- 이번 산불로 가장 피해가 컸던 경북 지역을 찾아가 봤습니다. 전체 주민 대피령까지 내려졌던 안동.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주던 숲은 시커멓게 사라졌고 집들은 전부 무너져 내렸습니다. [김차랑/경북 안동시 풍천면 주민] "지금 싹 다 타버리고 뭐 쓸 것도 한 개도 없어요. 다 폭삭 다 타가지고 내려앉았잖아. 지금 현재는 참 살길이 막막해요, 앞으로." 벽돌집은 마치 폭탄을 맞은 것 같았고, 집 앞에 세워뒀던 오토바이는 뼈대만 남아있습니다. [김정규/경북 안동시 일직면 주민] " 네, 전부 불 먹어 가지고 열로 인해서 터진 거예요." ----- 불이 시작된 곳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의성군 점곡면의 한 마을. ◀ 임명찬 ▶ 집이 완전히 다 사라져 버렸어요. 저기 보시면 세탁기가 있던 자리. 저것 빼고는 탈 수 있는 건 다 타버린 상태예요. 암 투병을 위해 5년 전 귀향한 70대 부부는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 주민] "방광을 다 들어냈어요. 수술을 해서… 여기 공기가 참 좋거든요. 그런데 모든 게 다 사라졌죠." [경북 의성군 안평면 주민] "작년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는데, 그 유품을 제가 여기 다 갖다 놨어요. 엄마 유품을 여기 와서 다 태워 버린 거예요. 사진 하나 다 꺼내보지 못하고 다 태워 버린 거예요. 그게 너무 가슴 아프고‥." ----- 해안 절벽에 집들이 마치 따개비처럼 붙어 있다고 해서, '따개비 마을'로 불리는 영덕군의 한 어촌 마을.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릴 만큼 아름답던 마을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주민] "산에서 불이 날아가지고 오니까 정박해 있는 배에, 배가 다 소실 됐잖아요. 배까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주민] "우리 사촌 형님네도 이렇게 타 버렸어. 저 바닷가인데 네." ----- 이번 영남 지역 산불로 무려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도 52명이나 됐습니다. 불에 탄 면적은 4만 8천여 헥타르로 서울시 면적의 80%에 달합니다. 주택 4천여 동이 소실되면서 3천 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35건의 국가유산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피해액은 2조 원 이상,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강호상/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 "옛날에 민둥산이니까 뭐 시도 때도 없이 그냥 토사가 내려오고 산사태 나고 홍수 났는데 불이 이렇게 대규모로 쾅 터지는 경우는 처음이었고, 이것이 지금까지는 동해안에 계속 나왔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중간에서 시작한 거예요. 그때부터 이제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죠. 특히 산림지역은 대부분 연로하신 분들인데." ■ 모든 걸 잃었다 ◀ 이휘준 ▶ 31명의 사망자. 산림청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숨진 산불이었습니다. ◀ 이지수 ▶ 경북 지역 산불이 시작된 곳은 의성군이었지만,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은 약 80km 떨어진 영덕군이었습니다. 영덕에서 10명이 숨졌는데, 특히 매정리 마을 부근에서만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취재했습니다. ◀ VCR ▶ 40여 가구가 모여 살던 경북 영덕군 매정1리. 100년 동안 마을을 지키던 교회는 시커먼 상처를 입었고, 절반인 23가구가 전소됐습니다. 동네 어귀에 있는 비상소화장치는 제구실을 못 했습니다. 밸브를 최대로 열고 물을 뿌려도 물줄기가 채 10m를 나아가지 못합니다. [이종탁/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주민] "급하니까 이거라도 써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럼 이게 날아가야 말이지, 어느 정도가 뭐. 압이 좋아갖고 날아가야 뭐 소화가 되는데, 안 되니까 막 환장하는 거지." 텅 빈 마을을 주인을 기다리는 개들만 지키고 있습니다. [성중길/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주민] "뭐 연기, 매캐한 연기가 자꾸 이렇게 스며들어 오길래. 밖에 나와 보니까 막 불덩어리 머리통만 한 게 막 날아다녀, 그냥. 전부 다 불덩어리라. 이 마을 전체가 불덩어리라. 그냥 뭐 한참 멍하니 있다가 그냥. 눈물도 안 나더라고. 참 기가 막혀가지고. 기가 차잖아." 강풍을 타고 동진한 산불이 영덕군 경계를 넘어선 지난 25일 밤. 매정리에 있는 요양원에서 필사의 탈출이 시작됐습니다. 입소해 있던 노인은 21명. 차량 여러 대에 나눠 태우고 대피에 나섰지만, 차 한 대가 불길에 고립되면서, 타고 있던 6명 중 3명이 숨졌습니다. 모두 7~80대였습니다. [요양원 관계자] "불이 그냥 이렇게 타가는 게 아니고요. 그냥 진짜 무슨 토네이도도 아니고. 근데 여기서 불이 돌아온 것 같아, 이 마당에. 그러면서 그냥 지나가 버린 것 같아요." 이 요양원에서 7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살던 80대 부부도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김순옥/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주민] "아들 말이 안 주무시고 이 밖에 나와서 돌아가셨대. 그러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노." 이처럼 이번 영남 지역 산불로 희생된 주민 가운데는 노인들이 많았습니다. 산불이 번진 곳이 고령화가 진행된 농촌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정태헌/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고령자들에 맞는 재난 대피에, 대응에 대한 그런 프로그램이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이런 분들한테 재난 문자 아무리 보내본들 확인할 확률은 10% 정도밖에 안 됩니다. 재난 대응 매뉴얼이 그 지역에 맞는 소규모의 그런 시스템을 갖춰야 되는데…" 사과로 유명한 경북 안동 임하면. 73살 김매화 씨가 종종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합니다. 난리통에 용케도 살아남은 닭들이 이곳이 사람살던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김매화/경북 안동시 임하면 주민] "나와, 나온나. 네. 저쪽에 4마리 저기 댕기잖아. 12마리였는데요. 8마리 죽고 저거, 저것만 살았어요." [김매화/경북 안동시 임하면 주민] "여기는 주방이고. 이거는 큰 방이었고요. 여기는 이제 화장실하고 또 방 한 개 있었고 여기는." 김 씨는 오랜 이웃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김매화/경북 안동시 임하면 주민] "그 옆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우리도 급하다 보니까 못 꺼냈어요." 거동이 불편한 70대 할머니는 순식간에 마을을 덮친 불을 미처 피하지 못했습니다. [임하면 산불 희생자 가족] "나는 여기까지, 여기까지는 설마 했거든. 여기까지는. 근데 이렇게 (산불이) 오니까 그냥 이 상태로 있는 거야 벌써. 안타깝죠. 말로 뭐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어요?" 불길은 강 건너 마을로도 번졌고, 이곳에 살던 80대 노부부의 목숨도 앗아갔습니다. [김시각/경북 안동시 임하면 임하리 산불대책위원장] "여기 지금 노인 분들이, 걸음도 못 걷는 분들이 두 분 계셨거든. 네, 걸음도 억지로 걸어요. 밖에 나오긴 나오시는데. 연세가 많고, 불 나오는 걸 몰랐으니까. 불타는, 불붙은 걸 몰랐으니까." 불과 닷새 전에도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느닷없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잃은 손자뻘 친척은 황망하기만 합니다. [권기범/임하면 산불 희생자 친척] 우리도 집안 어른이 이렇게 돌아가시는 거는 생각도 안 했죠, 사실은. 꿈에도 생각 안 했죠. ----- 초토화된 삶의 터전. 3천 명 넘는 이재민이 마을회관이나 지자체의 공공체육관 같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안동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털실 뭉치를 자르고 묶어 인형을 만드는 데 푹 빠져있습니다. 급한 대로 체육관 한쪽에 아이들 놀이공간을 만들어뒀습니다. [김경순/경북 안동시 일직면 주민] "할머니는 어른이니까 안 해도 된데이." 산불 때문에 김경순 할머니 가족은 3대 7명이 모두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김경순/경북 안동시 일직면 주민] " 7명이지요. 일직면에서 우리가 1등이에요. 손자 3명. 아들, 며느리, 얘들이 5명. 우리 6, 7명…" 첫날엔 7명이 모두 한 텐트 안에서 밤을 지샜습니다. [김경순/경북 안동시 일직면 주민] " 말도 못 하지 뭐. 고생이지 뭐, 집 나오면." 그래도 공간을 분리해 주는 텐트가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30명이 한 공간에서 지내는 곳도 있습니다. [권미자/경북 안동시 임하면 주민] "처음에는 22명이었는데요. 지금 30명 넘어요. 네. 화장실 저거 하나예요. 세수하는 데 물 다 막혀서 물도 안 내려가고." 겨우 목숨을 건질 만큼 황급히 몸만 빠져나와 생필품도, 약도 부족합니다. [조분숙/경북 영덕군 축산면 주민] "아무것도 못 들고나왔지. 이것만 들고나왔지. 이거 약 가방만." [김영호/경북 영덕군 축산면 주민] "이불도 없었고. 왜 안 추웠어요. 많이 떨었어요. 여기 어른들 다." [이순희/경북 영덕군 지품면 주민] "나는 당뇨에다 혈압에다 고지혈증까지 있는데 약이 다 타버려가지고…" 그리고, 평생 일궈온 것들이 바로 눈 앞에서 사라지는 걸 목격한 충격은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김말남/경북 영덕군 지품면 주민] "이래서 어떻게 살아나가나, 눈물만 자꾸 나지." [이옥자/경북 안동시 임하면 주민] "눈물밖에 안 나오지. 눈물도 자꾸 나오니까 안 나오지."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실은 이제 모든 거를 잃었다. 사실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고요. 그러니까 잠을 자면서도 이제 그 끔찍했던 사건들이 계속 떠오르게 되는 거고요. 이러한 트라우마가 1~2년 가지고 치료가 되는 게 아니어서 장기간 이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 ■ '늙고 낡은' 산불 대응 ◀ 이휘준 ▶ 이번 산불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원인으로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 임명찬 ▶ 네, 기후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직접 현장을 확인했더니 또 다른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VCR ▶ 의성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된 소방대원의 바디캠에 찍힌 영상입니다. 갑자기 돌풍이 일더니 커다란 재 덩어리가 대원들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오! 조심! 뒤에 바람! 바람! 바람!" "온다, 온다, 온다, 온다!" 이번 산불을 급속도로 번지게 만든 건 최대 초속 27m로 불어닥친 바람이었습니다. [최광균/경북 영덕군 지품면 주민] "뭐 하여튼 그날 바람이 돌풍이 엄청 불었어요. 이거는 나도 살다가 처음 보는 불이야. 완전히 미쳐서 불씨가 날아다니고…" 여기에 올해 3월은 평소보다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21일부터 엿새 동안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7.1도 높았고, 상대습도는 평년보다 7%포인트 낮았습니다. [정태헌/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그렇게 되면 산에는 거의 마른 장작입니다. 낙엽층이 한 30cm 정도 됩니다. 조그만 불씨에도 발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엄청난 속도로 빨라질 수밖에 없고 대형화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다음에는 더 강도가 세질 거라는 거죠." -----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습니다. 피해가 집중된 영남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73만 헥타르의 소나무 숲이 있습니다. 그런데 송진 속에는 테르펜 같은 휘발성 물질이 함유돼 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솔잎 자체가 거의 쉽게 말씀드리면 '휘발유다'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불이 몇백 미터를 날아간다거나 불이 삽시간에 주변 숲을 다 집어삼킨다거나 이런 어떤 피해를 가져오고. 산에서는 가장 강력한 '인화성 물질이 솔잎과 송진이다', 이렇게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 강한 바람, 기후 변화에 따른 고온건조한 날씨, 불이 잘 번지는 특징을 가진 숲. 그러나 피해를 키운 건 이런 외부 요인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사망자가 속출한 영덕으로 불이 번진 때는 25일 오후. 하루 전부터 불이 동해안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습니다. [황정석/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 (3월 24일 방송, MBC 뉴스데스크)] "바람이 초속 5m 이상 동반되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불은 마지못해 왔다고 하면, 오늘부터 목요일까지는 적극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청송, 그리고 영덕, 울진 사이 거기까지도 확산될 우려가 높다…" 그런데 산불이 넘어온 시각은 오후 5시 54분 경이었는데, 대피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는 6시 21분에 발송됐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가까운 인접 시군은 비상 태세 그리고 이미 화요일 오전에도 건조 특보에 강풍 경보가 있었는데 왜 좀 더 신속하게 연기가 날아오고 불티가 있었을 때 바로 대피 명령과 선제적인 조치를 못 했는가?" ----- 지난 2005년 산림청이 도입한 산불확산예측시스템. gps로 산불 발생 지점을 확인하고, 바람 방향과 속도·습도 같은 기상 정보를 대입하면, 산불의 확산 경로와 범위를 예측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제 역할을 못 했습니다. 영남 산불이 과거의 데이터를 뛰어넘는 대형 산불이었던 데다, 강풍으로 불길의 최전선을 촬영하는 헬기가 제때 뜨지 못했고, 통신중계기마저 불에 타며 촬영 영상 전송도 원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황정석/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 "제가 봤을 때 이번 사태는 산림청이 상당 부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왜냐, 산림청이 그동안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이라는 걸 가동했거든요. 그러면 그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가동한 이유가 뭘까요? 선제적 대응 조건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그 발령을 하나도 못 했어요." ----- 산불에 대응하는 인력과 장비도 노후화돼 있었습니다. [김영수/경북 영덕 산불전문예방진화대장] "아 네, '그루터기에 타고 있다'? 네, '용금리 산76'" 산불 신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영덕산불예방진화대. 다행히 오인 신고로 판명됐습니다. [김영수/경북 영덕 산불전문예방진화대장] "헬기로 물 작업 다 하고 남은 그루터기에 나는 거 신고해서 난리가 나가지고 천번 만번 다행이다." 이처럼 지자체가 운영하는 산불예방진화대는 산불이 발생하자마자 현장에 투입되는 초기 대응을 결정짓는 인력입니다. 그런데 대원들 차림이 이상합니다. 손에는 방염장갑이 아닌 빨간 목장갑을 꼈습니다. [경북 영덕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 예, 앞전에 겨울에 주던 거 하다가 한번 다 떨어졌고 초창기에는 조금 이제 이거보다 이제 단가도 있고 안에 털도 있고 이랬는데 그거 여러 번 쓰고 줄 당기고 그러면 금방 떨어져." 산불관리통합규정에는 진화대원에게 방화용 안전장갑과 안전화·방화복·방염텐트 등을 최대한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실제 지급된 장비는 갈퀴와 등짐펌프·방화복이 전부입니다. 더구나 전국 9천6백 명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의 평균 연령은 62세. 40대 이하는 10%에 불과하고, 대부분 60대 이상입니다. [김영수/경북 영덕 산불전문예방진화대장] " 아니 미래가 없잖아요. 30대가 여기 들어와갖고 앞으로 30년을 더 일을 해야 되는데 미래가 없잖아. 처우도 없고 복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 남들 다 보는 영화 한 편 제대로 밤에 못 보러 간다니까. 왜 여기 들어오면은 7개월간 24시간 대기인데 24시간 동안 이 전화기에 목숨 걸어야 돼요. 누가 알아주냐 이거죠."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인 데다, 산불이 잦은 11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 7개월 동안만 일하는 기간제입니다. [김후홍/경북 영덕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정식 직원은 아니더라도 그 밑에 단계 무기직 정도는 만들어줘야 일하는데 그래도 자부심이 있고 희망이 생기지. 밥은 먹고 살아야 될 거 아니야. 그렇지 그래야 젊은 사람들도 그거 보고 직업을 보고 또 젊은 사람도 들어오고 하지." ----- 산불 진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6일, 의성군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 한 대가 추락했습니다. [헬기 추락 사고 목격자 (3월 26일)] "바로 이렇게 가야 되는데 저는 이제 실제로 날아오는 거는 못 봤고, 이상하게 소리가 나서 고개를 딱 젖혔을 때 벌써 사선으로,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그 상태를 본 거죠." 강원도 소속인 박현우 기장은 의성 산불이 심각하다는 소식에 지원을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40년 경력의 73살 베테랑 기장이 이 사고로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장광자/고 박현우 기장 아내] "'늦게까지 산불을 끄느라 식사를 못 해서 늦게 식당 가서 지금 식사하는 중이다', '우리 남편 너무 수고가 많은데 어떻게 해' 그랬더니 '아니야' 네, 저 걱정할까 봐요. '아니야. 그래, 그래 여보. 어, 당신 식사했지? 어서 쉬어' 이러면서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하고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됐어요. 그게 마지막 통화가." 국토부의 노후항공기 특별관리 기준은 20년. 박 기장이 몰던 헬기는 1995년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한 노후 기종이었습니다. 현재 지자체 산불 헬기의 평균 기령은 37년에 달합니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에서도 33대는 기령이 20년을 초과했고, 30년 이상 된 헬기도 12대에 달합니다. [정태헌/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그 (산불 대응) 예산 비용이 현재의 손실보다 얼마 몇 퍼센트 되겠습니까? 극히 미미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현재 이 산불에서는 복구 엄청날 것 같습니다. 복구 비용이. 조금만이라도 (예산 확충)하면 이 복구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 100년 걸린다는데‥ ◀ 이휘준 ▶ 일단 이번 산불 피해를 입은 곳들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피해가 워낙 크다 보니 복구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지수 ▶ 네, 그래서 복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과거 산불 피해를 입었던 곳을 다녀왔습니다. 처참하게 파괴됐던 숲과 생태계는 지금 어떤 모습인지,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시겠습니다. ◀ VCR ▶ 이번 산불이 발생하기 전, 경북 지역 최악의 산불이었던 지난 2022년 3월 울진 산불. 울진에서 시작된 불은 도 경계를 넘어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습니다.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는 2만 헥타르의 산림이 훼손됐고, 주민 6천7백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전신수/경북 울진군 북면 주민 (2022년 3월 6일, MBC 뉴스데스크)] "모든 그 족보나 이런 것들이, 옛날 것들이 다 이게 지금 불타버렸어요." 3년이 흐른 지금, 산불이 휩쓸고 간 울진군의 한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뒷산은 여전히 벌거숭이로 남아있습니다. [박춘자/경북 울진군 북면 주민] "우리 산이 다 탔어요. 네, 저 너머 있는 데. 저 산 너머 있는 데요. 산이 참 많았는데, 다 탔어요." 울진군의 피해 면적은 1만 4천 헥타르. 정부와 지자체는 피해 지역의 49%는 나무를 심고, 나머지는 자연적으로 복원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무를 심기로 한 곳의 1/4만 어린나무가 실제로 심어졌습니다. 이 속도라면 산림이 복원되기까지 최소 반세기가 걸릴 전망입니다. [경북 울진군청 산림보호과 관계자] "다시 소나무림으로 복원하려면 50년 정도 걸린다고 표현하시는 게 가장 괜찮을 것 같네요. 울창한 숲이나 이런 개념으로 봤을 때 100년이고." 숲이 겉모습을 되찾았다고 해서 생태계까지 복원되는 것도 아닙니다. 1996년과 2000년 잇따라 산불 피해를 입었던 강원도 고성. 소나무 주변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이 이곳 농민들의 주요 소득원이었는데 여전히 송이버섯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습니다. 땅속 미생물이나 유기물 회복이 더디기 때문입니다. [강호상/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 "눈에 보이는 경관상으로는 제가 보기에는 30년, 40년이면 복구가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고성 산불 96년도에 소나무를 심었는데도 아직 송이가 지금 하나도 안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도 숲만큼 피폐해졌습니다. 3년 전 집을 잃은 김 모 씨는 여전히 8평 남짓한 조립식 주택에서 살고 있습니다. [경북 울진군 북면 주민] "아이고, 좁아갖고 지금. 뭐 그릇도 놓을 데가 없어서 저기 다 꺼내놓고 사용하는데. 전부 전기를 써요. 난방기고, 온수기고 전부 전기로 다 돼 있어요. 한 30 몇만 원씩 막 나와버려요."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1천6백만 원. 다시 집을 지을 여력이 안 돼 군청에서 임시로 머무르라고 지어줬던 조립식 주택을 울며 겨자 먹기로 샀습니다. 여전히 악몽을 꿉니다. [경북 울진군 북면 주민] "신경을 쓰니까 치아부터 다 작살나고, 온 건강이 다 무너지는 거야. 병원에 다니기 더 바쁜데. 병원에다가 돈 다 갖다 처박아버리고 뭐 집을 어떻게 지어요? 이 트라우마가 한두 달 만에 이게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고. 지금도 자다 보면 그 불난 화마 생각이 나는데. 시커먼 거, 시커먼 거."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벗어나기가 사실은 쉽지 않은 거죠.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계속 이분들의 어떤 심리적, 정신적인 그런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거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영남 산불 이재민도 김 씨와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옥려·김형원/경북 영덕군 영덕읍 주민] "컨테이너를 10평짜리를 준다고 그러대, 2년 동안. 2년 동안 빌려주는 거. 우리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거 또 그때 돼서, 2년 있다가 뭐 어떻게 해, 돈을 준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나이 90(살) 다 돼 가는데."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이번 영남 산불. 아직 집계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도 피해액은 1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고기동/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 (4월 5일)] "재산 피해는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여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 광고 ##당장 급한 건 마을 복구에 쓸 예산입니다. 지난 2월부터 민주당은 최대 35조 원의 추경 예산을 제안하고, 한국은행도 15조 원에서 20조 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산불이 난 뒤 정부가 제시한 건 재난·재해 대응 예산을 포함한 10조 원 대 추경이었습니다. 더구나 아직 구체적인 예산안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4월 7일)] "그런데 소식이 없어요. 대체 뭐하고 있습니까? 국민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없는 거겠죠. 모르는 거겠죠. 그냥 숫자만 쳐다보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죠." 민주당은 추경 증액 심사를 공언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을 끼워 넣으려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권영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산불피해대책마련 당정협의회, 4월 3일)] "지금 중요한 건 방향과 속도입니다. 피해 지원이 제때 꼭 필요한 곳에 빠짐없이 전달돼야 합니다. 이번 추경에 정략적 계산이 티끌만큼이라도 개입돼선 안 됩니다." 이런 가운데 산불 피해를 입은 일부 주민들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돌출행동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위협을 가한 이재민에 대해 민주당이 아픔에 공감하며 경찰에도 선처를 요청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3월 29일)] "원래 공직자는 흉도 보고 그러는 거예요. 저도 요새 다니면서 욕 많이 먹고 있습니다." SNS에는 국민의힘 텃밭인 경북 지역 이재민들을 위한 기부를 취소하겠다는 글이 잇따랐습니다. 한쪽에선 간첩이 산불을 지른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등장했습니다. [전한길/한국사 강사 (JTBC 뉴스룸 3월 28일, TV조선 유튜브 '류병수의 강펀치')] "우리나라에 간첩이 없다고 말할 수 없죠. 또 불 지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있을 것 아닙니까. 집이나 건물에 불타는 것과 달리 산이라서 워낙 넓은 지역에서 알 수 없는 곳에서 발화, 방화 되거나 또는 불이 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 할 수 있잖아요. 이거 뭐냐 혹시나 간첩도 있잖아요."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참 우리 사회가 많이 병들어 있다. 그것도 정치, 갈등, 균열이라고 하는 그 병이 너무너무 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이 사람들의 또 다른 하나의 피해의식이 만들어질 수가 있고, 나라에 대한 큰 실망, 배신감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집과 재산이 다 타버렸는데, 이제 이재민들의 속까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김차랑/경북 안동시 풍천면 주민] "우선은 몸만 피해 나가서 옷도 입은 것 말고 한 개도 없어요. 다 타버리고. 이 옷 그대로지 뭐. 한 개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강태복 경북 안동시 임하면 주민] "시간이 가니까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 진짜…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 진짜…"
스트레이트
2025-04-13
임명찬,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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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재입법하라" 화물연대 경고 파업‥공공부문 총파업 현실화?
◀ 앵커 ▶ 화물연대가 최저 운송료를 보장하는 '안전운임제' 재입법을 요구하며 오늘 경고 파업을 실시했습니다. 여기에 급식조리사 등 학교비정규직노조와, 철도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까지 공공부문에서 줄줄이 총파업이 예고됐는데, 정부가 이번에도 강경 대응을 고수할지 주목됩니다. 송재원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국회는 일해라! 안전운임제 확대하라!" 도로 위가 일터인 화물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안전운임제 재입법이 핵심 요구입니다. [김동국/화물연대 위원장] "화물연대는 경고 파업을 통해 국회와 정부에게 분명히 경고합니다. 경고 파업 이후 화물연대는 현장에서 더 큰 투쟁을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안전운임제'는 '최저임금제'처럼 화물 노동자가 받는 최소 운송료를 법으로 정하는 것으로, 2020년부터 3년간 시범 운용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자동 폐지됐습니다. 이후 화물 노동자들의 월 소득은 378만 원에서 241만 원으로 줄고, 월평균 노동시간은 264시간에서 309시간으로 늘었다며, 재도입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고정기/화물차 운전기사] "식사 거르는 건 다반사고요. 무리하게 운행을 안 하면 그 시간을 맞출 수도 없고...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이나 위험한 상황에 순간순간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죠." 화물연대는 앞서 '안전운임제' 폐지 직후인 2022년에도 총파업으로 맞섰지만,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의 압박 속에 16일 만에 빈손으로 물러섰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운임에 가이드라인은 두되 과태료 부과 등의 강제성은 없는 '표준운임제'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광고 ##또 파업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지율 하락 속에 물류대란과 강대강 대치국면이 재연되는 건 큰 부담입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노정 간의 불신이 크고 적대적인 관계에서 현재 벌어지는 파업이 매우 장기화되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대결 구도로..." 공공 부문 전체로 번지는 파업 위기도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급식 조리사와 돌봄교실 지도사가 주축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노동환경 개선과 실질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6일 하루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김유리/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직실장] "2022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본급으로 인해서 기본급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KTX와 수도권 전철을 맡는 한국철도공사 노조, 서울 지하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줄줄이 파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을 쓰는 공공부문 대부분이 임금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공공 노조들이 연쇄 총파업에 나설 경우 교통 등 공공 서비스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송재원입니다. 영상취재: 김창인 / 영상편집: 조민우
뉴스데스크
2024-12-02
송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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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유기홍·최혜영·이병훈 탈락‥민형배·이용선·김주영 등 공천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후보 공천을 위해 실시한 경선에서 현역 의원 3명이 탈락했습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늘(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차 심사 지역 13곳의 경선 개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서울관악갑에선 유기홍 의원이 박민규 민주당 대외협력위 부위원장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고, 광주동남을에선 이병훈 의원이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에게 패했습니다. 경기안성시는 윤종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혜영 비례대표 의원을 꺾었습니다. 서울양천을 이용선, 경기김포갑 김주영, 충남천안병 이정문, 경기광주갑 소병훈 의원은 모두 경선을 통과해 총선행을 확정했습니다. 광주광산을은 현역인 민형배 의원이 정재혁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과 김성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과의 3인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행을 확정했습니다. 충남보령서천에선 나소열 전 충청남도 정무부지사가 국민의힘 사무총장인 현역 장동혁 의원과 맞붙게 됐습니다. 경기고양갑은 김성회 정치연구소 와이 소장이, 강원원주갑은 원창묵 전 원주시장이, 강릉은 김중남 민주당 강원도당 탄소중립위원장이 본선행을 확정했습니다. 3인 경선이 치러졌던 경기 고양병에선 이기헌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현역인 홍정민 의원이 결선을 치르게 됐습니다.
정치
2024-02-28
김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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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천 3차 심사 결과 발표‥고민정·홍익표 등 단수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늘 24개 지역구에 대한 3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10곳은 단수공천, 14곳은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광진구을의 고민정 최고위원과 서울 서초구을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부산 사하갑에 최인호 의원, 경남 김해시갑에 민홍철 의원, 경남 김해시을 김정호 의원, 경남 양산시을 김두관 의원의 단수 공천이 확정됐습니다. 부산 연제구 이성문 전 연제구청장, 경기포천시가평군 박윤국 전 포천시장도 단수공천이 확정됐습니다. 서울 양천구갑은 황희 의원과 이나영 전 경기도 규제개혁위원회 운영위원이, 서울 양천구을은 이용선 의원과 김수영 전 양천구청장이, 서울 관악구갑은 유기홍 의원과 박민규 민주당 대외협력위 부위원장이 2인 경선을 치릅니다. 광주에선 동구남구을의 이병훈 의원과 안도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광산구을의 민형배 의원과 정재혁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이 맞붙습니다. 경기 고양시갑의 김성회·문명순 두 예비후보와 경기 고양시병의 홍정민 의원과 이기헌 전 민정비서관, 경기 안성시의 최혜영 비례대표 의원과 윤종군 안성시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경기 김포시갑의 김주영 의원과 송지원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방정책협력관, 경기 광주시갑의 소병훈 의원과 이현철 전 광주시의원, 충남 천안시병의 이정문 의원과 김연 교수의 2인 경선도 각각 확정됐습니다. 이 밖에도 강원 원주시갑, 강원 강릉시에서 2인 경선이 진행되고, 충남 보령시서천군은 나소열, 구자필, 신현성 예비후보의 3인 경선이 치러집니다.
정치
2024-02-15
신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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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자 13년 만에 감소‥도대체 원인은?
◀ 앵커 ▶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의 수가 13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노동자 대비 노조원 비율을 뜻하는 '노동조합 조직률'도 감소세로 돌아섰는데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가에 대해선 정부와 노조가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건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2022년 기준, 전국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272만 명. 2021년 293만 명에서 1년 사이 21만 명이 줄었습니다. 2010년 이후 계속돼온 증가세가 1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겁니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노조 조합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노조 조직률도 7년 만에 줄었습니다. 지난 2016년 10.3% 이후 줄곧 올랐다가 2022년 13.1%로 1.1%p 내리며 반전했습니다. 정부는 장기간 활동이 없는 노조 41곳을 해산했고, 실체가 없는 이른바 '유령 노조' 1천 478곳도 통계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플랜트건설노조와 건설산업노조에서 신고한 조합원 수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 광고 ##노동계는 해석을 달리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일용직이 많은 건설노동자 특성상 과거 중복집계된 적이 많았을 뿐, 실제 조합원 수는 큰 변동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정권교체 이후 '건설 카르텔'을 언급하는 등 노조에 강경한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노사관계학 전공)] "윤석열 정부가 작년 1년 동안에 매우 노동조합에 대해서 굉장히 적대적인 그런 정책 조치를 취하다 보니까. 정부 정책이 노조 조직 변화에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영국 일본보다는 낮고, 미국보다는 높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영국과 독일,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노조 조직률이 최근 하락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편집 : 정선우
뉴스데스크
2024-01-23
김건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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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외전 정치 맞수다] "이낙연, '김대중 정신' 얘기하지만, DJ는 찬성할까?"‥"분열은 패배"
Q.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원래 지난주 예정이었었는데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으로 시기가 조금 늦춰졌을 뿐이고, 예정대로 탈당을 선언했는데요. 민주당의 정신, 가치, 그리고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길을 나선다라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Q.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이 명분이 있다 없다 당내 엇갈린 시각이 있는데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서 앞서 민주당 의원 129명이 탈당을 만류하는 성명문을 냈습니다. 여기에 친이낙연계 안호영, 이개호, 이병훈 의원도 이름을 올렸는데 지금 민주당에서는 어떤 부분을 가장 우려하는 걸까요? Q. 총선에서 민주당을 향할 표가 분산이 되는, 그 부분을 우려하셨는데 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을 하고 어제 '원칙과 상식'의 의원들도 탈당을 하고 그래서 앞으로도 공천 과정에서 더 추가적인 탈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민주당에서는 우려하는 부분이에요. Q. 그러면 현역의원들이 만약에 더 합류를 하게 돼서 국민들이 이제 그 부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 부분은 차치를 하고, 일단은 앞으로 공천 과정이라든지 지금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 이미 정해졌다. 이런 이야기도 있는데 이런 움직임들을 통해서 더 이탈이 있고 더 이쪽 신당으로 갈 현역 의원들은 충분히 있다고 보세요? Q.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어제 탈당하겠다라고 얘기하면서 함께 할 것으로 예상이 됐던 윤영찬 의원이 바로 직전에 잔류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히면서 굉장히 뒤숭숭했습니다. 조응천 의원이 이것과 관련해서 무성한 얘기가 나오자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조응천/무소속 의원(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한 2~3일 전부터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윤영찬 의원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윤영찬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들, 그쪽 그룹의 결속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더라고요. 윤영찬 의원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남게 됐다.' 그러니까 이게 이 얘기구나. 임종석 실장 등 그 얘기도 조금 내비치기를 했습니다. 윤영찬 의원이 저희들한테 그런 문자를 보내고 저희가 뭐냐 그러고 했던 거는 그 보도(현근택 변호사 성희롱 의혹) 훨씬 전이고요." 윤영찬 의원의 잔류에 공천 경쟁자인 현근택 변호사가 성희롱성 발언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냔 해석도 나왔지만 조응천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긴데요. 두 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Q. 어제 3명의 의원의 탈당과 윤영찬 의원의 잔류, 이 이후에 지금 민주당 내 분위기는 시끌시끌한 게 사실이고요. 그래서 계파 갈등이 잦아들고 통합과 단합으로 가게 되는 어떤 계기를 좀 마련해야 할 텐데 이재명 대표가 당에 복귀하는 시점, 그래서 더 빨라질 것이다, 이런 예측도 나오고 있던데요. Q. 이재명 대표 당무에 복귀하면 첫 과제를 무엇으로 삼을까요? Q. 총선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꼭 90일이 남았고요. 신당들은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까지 우리가 이야기했던 민주당발 신당이라고 해야겠죠, 이제. 그리고 이준석, 양향자, 금태섭 등등 이들이 어떤 그림으로든 함께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는데 어떤 구도가 될까요? Q. 진보 진영의 대표 그리고 보수 진영의 당대표 이렇게 어떻게 만나겠냐. 이 질문에 대해서 지금 항상 그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 우리가 구당이 아니라 신당이기 때문에 그렇게 가르지 않는다. 그리고 합리적인 생각들을 갖고 있다면 합리적인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는 어디까지 문을 열고 우리가 어디까지든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 이런 열린 자세로 접근을 하고 있단 말입니다? Q. 이재명 대표의 피습사건에 대해 경찰이 어제 수사결과 발표했는데요. 민주당은 전면 재수사와 자료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들어보시죠. [홍익표/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명 대표 정치테러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정말 납득이 안 됩니다. 관련된 자료는 하나도 공개되지 않고 다 알고 있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유사한 정치적 테러가 없도록 만들고 사회적 경각심과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경찰 수사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되는데, 정치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경찰이 자초했습니다. 만약 선거 기간에 제2, 제3의 유사한 정치테러가 나온다면 이번 경찰 수사와 경찰에 전적으로 책임 있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분명히 경고합니다. 다시 수사 원점에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재검토하고 다시 내용을 발표하시고요. 관련된 내용을 다 공개하십시오." 민주당 입장은 경찰이 사건을 축소, 왜곡했다는 겁니다. 피의자 신원, 당적 비공개도 옳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분은 경찰 수사 결과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Q.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 경남 지역을 방문 중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여러가지 메시지를 냈는데요. 그 중에서 몇 가지 추려봤습니다. 들어보시죠.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어제)] "재판 중인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 재판 기간 동안, 늘어진 재판 기간 동안에 세비를 전액 반납하도록 할 겁니다." "제2부속실의 설치에 대해서 제가 공감한다는 말씀드렸죠.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감찰관제도에 대해서는 그 제도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입니다. 국회에서 추천하기만 하면 되는 제도지요. 지난 문재인 정권 내내 추천 안 했던 것이고요. 우리 당은 민주당과 특별감찰관의 추천에 대해서 협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재판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재판 기간 동안 받았던 세비를 모두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를 두고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고요. 홍익표 원내대표는 오늘 여기에 대해서 검찰에 대한 견제수단이 전제돼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했던데 어떻게 보셨어요? Q.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 논란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놨습니다.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관찰관의 필요성을 밝혔고 민주당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여권의 민감한 사안인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선다..이렇게 봐야 할까요? Q. 오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됐는데요. 공천관리위원장 정영환 고려대 법학교수 등 10인으로 구성됐습니다. 공관위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합류하면서 변화는 없다, 대통령실발 공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Q. 만약에 대통령실발 공천 우려가 가시화가 된다면 현역 의원들 이탈이 국민의힘에서 이어질까요? Q. 이태원 특별법 관련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명확하게 거부권을 행사한다, 안 한다를 지금 밝히고 있지 않은데 이것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할 수 있다고 보세요? 기사 본문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MBC 뉴스외전]과의 인터뷰라고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2시뉴스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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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 글로벌 기업의 두얼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한국의 고급 위스키 시장. 코로나 시기 자리잡은 홈술 문화로, MZ 세대까지 소비층이 커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수입량은 1만 6천톤, 작년보다 50% 늘었습니다. 사상 최대입니다. 초고가 위스키도 불티나게 팔립니다. 한 병에 2천만 원 하는 '발렌타인 40년' 한정판 6병은 나오자마자 다 팔렸습니다. 발렌타인을 파는 회사는 페르노리카.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입니다.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글렌리벳을 팝니다. 미국 포춘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 1500개에도 선정됐습니다. 본토 프랑스에서는 최고 고용주 상위 15%에 들었습니다. [페르노리카 본사 직원 (유튜브 'Pernod Ricard')] "우리 모두가 좋은 분위기에서, 유쾌하게 일하고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딴판입니다. 2011년 탈세로 100억원대 추징세를 부과받았습니다. 작년에는 유흥업소에 10년 동안 6백억원이 넘는 불법 리베이트를 줬다가 공정위에 적발됐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조합이 고소해 각종 부당노동행위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두 얼굴입니다.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 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유독 한국에서 악덕 기업 논란을 빚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두 얼굴 그리고 한국의 노동정책 문제를 다룹니다. 이지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페르노리카라는 회사, 사실 이름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입니까? ◀ 이지수 ▶ 세계적인 주류 기업입니다.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같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위스키와 와인 분야 전세계 2위 업체입니다. ◀ 이휘준 ▶ 해외에서는 평판이 굉장히 좋아 보입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 보이고요. ◀ 이지수 ▶ 네, 하지만 한국에서는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는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 VCR ▶ 지난해 새로 이사한 페르노리카 코리아입니다. 양주 회사답게 고급스런 바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퇴근 뒤 이용하거나 회사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창가 쪽에 피켓과 현수막으로 공간을 나눠놨습니다. 노동조합 임시 사무실입니다. 이렇게 1년 가까이 지냈습니다. [이강호/페르노리카 코리아 노조위원장] "노동조합 사무실을 회사가 폐쇄 조치해서 여기에 임시 사무실로 만들어 놓고 저희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죠." 회사는 사옥을 옮기면서 노조 사무실을 없애버렸습니다. 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회사는 재심을 신청하고 지난달에야 사무실을 내줬습니다. 10제곱미터, 3평짜리 크기입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노조 조합원] "창문도 없고 진짜 환기도 제대로 되는지는 모르겠고 그래서 과연 여기가 사무실인가 싶기도 하고요. 좀 너무 좁고." 노사 단체협약도 해지됐습니다. 지난 9월 노조원들이 교섭을 요구하며 사장을 찾아갔습니다. "노동조합 사수하자, 투쟁!" 사장이 집무실 책상에 다리를 꼬아올린 채 노조원들을 내다봅니다. 손짓도 합니다. [이강호/페르노리카 코리아 노조위원장] "왜 제가 이렇게 외치고 있는 이 순간에 대표이사님은 손으로 이렇게 더하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고 웃으면서 조롱하듯 저희를 대하십니까." 회사 측은 사장이 발을 올린 건 '의료적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장의 집무실 태도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이수진/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10월 17일)] "" [프란츠 호튼/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 "우리는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법을 준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5년 전에도 페르노리카 사장은 국회에 불려나왔습니다. 그때 사장은,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한 임원을 두둔했다는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 임원은 회식 때 고기를 먹으라며 던지거나, 씹던 껌을 주며 씹으라고도 했습니다. '부부관계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장은 욕설은 불법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임이자/당시 자유한국당 의원(국정감사, 2018년 10월 19일)] "'욕을 한다는 것은 불법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했나요? 안 했나요?" [장 끌로드 투불/당시 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 "네. 제가 회의 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영업 전무를 해임할 근거가 없다는 걸 명확히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장의 노조 와해성 발언도 문제가 됐습니다. [임이자/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국정감사, 2018년 10월 19일)] "노조 적대적 발언,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를 해고하겠다라고, 노조는 방해되는 존재다 이 얘기한 적 있습니까, 없습니까?" 사장은 즉답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추궁이 이어지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장 끌로드 투불/당시 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과거 어떤 회의에서 했을 수도 있지만, 했는지 안 했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사장은 정말 노조에 적대적인 걸까요? 2019년 회사는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직원 22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7명을 내보내겠다고 했습니다. 희망퇴직 대상 직원 78%가 노조원이었습니다. 결국 노조원 98명 등 모두 127명이 회사를 나갔습니다. 위원장이 끝까지 버티자, 회사는 대기발령을 내고 1년 동안 업무에서 배제했습니다. 이후에는 혼자 교육을 받도록 했습니다. 국회는 또 사장을 불렀습니다. [임이자/국민의힘 의원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 2021년 5월 4일)] "독방 사무실을 빌려서 온라인 교육을 무기한 시킨 적 있습니까?" [장끌로드 투불/당시 페르노리카 코리아 대표] "새로운 업무를 맡기기 위해서 교육을 시켰던 겁니다. 그가 오랫동안 영업 업무를 안 했기 때문입니다." [이강호/페르노리카 코리아 노조위원장] "인권 강국이라고 불리고 노동권 강국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 오신 프랑스인 대표이사가 이 나라에서 한국인 노동자한테 이런 조롱과 멸시와 무시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 마땅한가. 저는 그 상황 상황마다 너무 충격에 빠져서 이걸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될지 저는 난감하기만 합니다. 노동조합을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2016년 사측이 법무법인 변호사를 만난 자리. 변호사는 회사 입장이 뭔지 물어봅니다. [법무법인 변호사 - 페르노리카 코리아 당시 임직원] "극단적으로 볼 때는 아무래도 없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스타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경우에는 관리를 잘하고 현재 노조위원장 체제가 제일 낫기 때문에 관리를 하자. 이런 쪽이 한 쪽이 있고. 양쪽 다 있는데. 저희는 어느 쪽인가요?" 없애는 방안과 노조위원장 체제를 관리하는 방안. 사측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사장 뜻이라고 했습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당시 임직원] "현재 장 사장님의 입장은 '없었으면 좋겠다'예요. 기본적으로." 변호사는 그럴 경우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징계가 낫다고 말합니다. [법무법인 변호사] "징계나 이런 문제, 그런 걸 할 때는 그러니까 걸렸다 싶으면 그때 쉽게 얘기해서 이게 본때를 보여줘야 돼요. 모든 증거를 다 가지고 와서 이걸 실행한다는 걸 보여줘야지. 그다음부터는 노사관계가 정상적으로 해결이 되는 거거든요." 해고 얘기도 꺼냈습니다. 지금도 다른 회사 해고 사건을 맡고 있다고 했습니다. [법무법인 변호사] "절대로 밉보이면 안 된다고 해서 절대 약해지면 안 된다고 해서 강하게 원칙대로 해고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해고 사건을 계속 하고 있고." 법무법인은 "해당 대화는 노동조합 활동과 무관한, 개인 비리가 문제 된 직원 징계와 관련된 법률 자문"으로 "노동조합 해체나 부당노동행위와 전혀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페르노리카측도 "법무법인과 노조 파괴 방안을 논의한 적 없"고 "노동조합과 조합활동을 존중하며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고, 노조탄압이 인정된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했습니다. ◀ 이휘준 ▶ 사측이 노조를 없애려고 하면 불법 아닌가요? ◀ 이지수 ▶ 불법입니다.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거나,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 같은 불이익을 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받습니다.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이런 행태는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빚어 왔습니다. 또다른 글로벌 기업, 코스트코에서는 20대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 VCR ▶ 지난 6월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 형광 조끼를 입은 직원이 카트를 쉴새 없이 옮깁니다. 1층부터 5층 주차장을 오르내리며 낮 12시부터 일했습니다. 저녁 7시쯤, 구석에서 팔을 뻗어 스트레칭을 하더니 잠시 쭈그려 앉습니다. 다시 일어났다 차량 뒤로 몸을 숙입니다. 그러곤 일어나지 못 했습니다. 사람들이 뛰어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 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숨졌습니다. 29살 고 김동호 씨입니다. [김길성/고 김동호 씨 아버지] "너무 참담했죠. 저희 아들이 정말 건강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직장에서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인정을 받았던 그 주변 동료들한테도 인정을 받았던 상태였는데." 사망 원인은 폐 혈관이 막힌 폐색전증. 온열로 인한 과도한 탈수 때문이었습니다. 무더위에 땀을 너무 많이 흘린 겁니다. 그날 낮 최고 기온은 33도, 폭염 특보가 발령됐습니다. 하지만 냉풍기는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휴식 시간은 3시간마다 15분. 휴게실이 5층 한 곳이라 갔다 올 틈도 없었습니다. [김동준/고 김동호 씨 형 (국정감사, 10월 12일)] "동호가 사망하고 제가 직접 코스트코를 방문하면서 며칠 동안 온도를 재봤는데 방문 차량이 많은 1층과 2층의 온도는 40도가 넘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김동호 씨는 이렇게 얼마나 일한 걸까요? 토요일에 10시간 동안 4만 3천 보, 26km를 걸었습니다. 일요일에는 22km, 월요일에는 17km를 걷다 쓰러졌습니다. 사망 전날 가족들에게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잘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날도 가슴이 답답해 조퇴하려 했지만 대신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못했습니다. [김길성/고 김동호 씨 아버지] "엄마한테 ‘엄마 나 오늘 4만 3천 보 걸었어’ 하면서 거실 바닥에 이렇게 대자로 누웠다 그러더라고요." 사망 이후 코스트코는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지병을 숨긴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장례식 참석자] "장례식장에 왔어요, 사장이. 저희끼리 앉아있는데 와서 오자마자 악수하고 앉으면서 "원래 지병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이 마디가 첫마디였어요." 사장은 그런 적 없다고 했습니다. [이학영/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10월 12일)] "'노동자 빈소에 가셔서 '원래 병이 있었던 것 아니야? 지병 때문인 것 아니야?' 이런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까?" [조민수/코스트코 코리아 대표] "그런 적 없습니다." 코스트코는 CCTV를 공개해달라는 유족 요구를 50일만에 들어줬습니다. 유족들은 제대로 된 사과 한번 못들었다고 했습니다. [김길성/고 김동호 씨 아버지] "그때 입사하고 나서 너무 좋아했던 그런 표정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좀 기억이 납니다. 근데 지내다 보니까 전혀 저희가 생각했던 그런 기업 이미지하고는 반대였죠." 코스트코에는 26년 동안 노동조합도 없었습니다. 3년 전 노조가 처음 생겼지만, 아직 단체협약도 맺지 못했습니다. 휴게시간도 들쭉날쭉입니다. [이소율/코스트코 코리아 노동조합 총무부장] "바쁘다고 하면 출근하자마자 쉬게 하고 쭉 일을 시키고, 그리고 바쁘면 8시간 일하고 ‘너 쉬고 퇴근해’ 이런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화장실 못 가요." 직원들이 퇴근할 때는 가방 검사도 합니다. 물건 훔치는 걸 막겠다는 겁니다. 국내 마트들은 인권침해 논란으로 오래 전에 없앴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떨까요? 코스트코는 지난해 미국 포브스가 뽑은 우수 고용주 7위에 올랐습니다. 월마트가 저임금 노동착취의 대명사라면, 반대편에는 코스트코가 있습니다. 최저 시급은 18달러, 2만 3천 원이 넘습니다. 월마트보다 20~30% 높습니다. 일요일에는 1.5배의 휴일 수당도 줍니다. 한국에 처음 매장을 열 때만 해도 코스트코는 노동 친화적이었습니다. 유니폼 대신 운동화에 편한 청바지를 입게 하고 계산대도 2인1조로 운영했습니다.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요? 고 김동호 씨 부친이 코스트코 직원에게 받은 편지입니다. "회사가 비용을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끼고 줄였다"면서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했습니다. [김성희/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미국 본사의 풍토와는 전혀 상반된 한국의 풍토에만 맞게끔 현지화된 것인데 나쁘게 현지화된 것이다라고 볼 수 있겠죠." 부당해고와 임금체불 논란 끝에 2006년 한국에서 철수한 프랑스계 까르푸. 까르푸를 소재로 그린 웹툰 송곳에서 주인공은 묻습니다. '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 이휘준 ▶ 코스트코도 그렇고 앞에서 본 위스키 회사도 그렇고 다 한국에서 큰 돈을 벌고 있는 기업들 아닙니까? ◀ 이지수 ▶ 그렇습니다. 두 회사 모두 매년 수백억 원을 벌고 있지만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 이휘준 ▶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정부가 혜택을 많이 주잖아요? ◀ 이지수 ▶ 그렇습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인데요, 막대한 혜택을 주는 대신,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정작 혜택에 따른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고 있습니다. ◀ VCR ▶ 2019년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던 페르노리카 코리아. 정말 회사가 어려웠을까요? 아닙니다. 2019년 한 해만 반짝 적자였고, 그 뒤로는 내내 흑자입니다. 페르노리카는 위스키 열풍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 74억원, 2021년 191억원, 2022년 333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벌었습니다. 이렇게 번 돈을 어디에 썼을까요? 번 돈의 전부를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본사에 배당금으로 보냈습니다. 한국 법인에는 거의 남기지 않았습니다. 올해 기부금은 영업이익의 0.2%였습니다. [이강호/페르노리카 코리아 노조위원장] "대한민국의 세제 혜택이라든가 투자 관련된 혜택을 보고 큰 수익을 창출해서 본국으로 배당하지만, 대한민국 노동자를 이렇게 소모성으로 바라보는 인식, 대한민국 노동조합을 노동권에 대한 무시를 일관하는 어떤 상황, 이런 부분은 저희 회사의 사례로 비추어 보면 저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코스트코 한국법인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매출 5조5천억원, 영업이익은 1,941억원입니다. 영업이익률 3.5%. 경쟁기업인 이마트의 영업이익률 1.67%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런데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상시 근로자 5백명, 여성 상시 근로자 3백명 이상 사업장은 법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의무 이행률은 90%가 넘습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5년 동안 이행강제금 8억원을 내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왜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는지 정부가 소명을 요구했지만, 코스트코는 아예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7개 미이행 사업장 가운데 소명조차 안 한 기업은 코스트코가 유일합니다. [정민정/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 (6월 23일)] "코스트코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한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과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에는 해태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의 이런 행태는 한 두 개가 아닙니다.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대주주는 일본의 니토덴코라는 세계적인 화학 기업입니다. LG디스플레이에 LCD 핵심 부품인 편광판을 납품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공장에 불이 났습니다. 회사는 곧바로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직원 150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박정혜/한국옵티칼하이테크 전 직원] "적자 기업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흑자를 내는 기업이지 그러다 보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살리지 않을까’라는 생각했었는데 청산을 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좀 머리가 하얘졌죠."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국니토옵티칼. 화재로 폐업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이름만 다를 뿐, 쌍둥이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주주는 둘 다 일본 기업 니토덴코이고, 최근까지 대표도 하기와라 미치히로, 똑같은 사람입니다. 구미 회사가 폐업한 뒤에는, 평택 회사가 구미 회사 일도 일부 넘겨받았습니다. 하지만 평택 회사는 불이 난 구미 공장 직원들을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20명을 새로 뽑았습니다. 150명이 일자리를 잃은 구미 공장에서, 지금은 12명만 남아 회사에서 먹고 자며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정혜/한국옵티칼하이테크 전 직원] "여기 재건이 안 된다면 고용 승계도 가능하다고 충분히 생각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절대로 고용 승계는 없다고 하니까." 옵티칼하이테크 측은 "두 법인은 별개의 회사"라며 "고용 승계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위원회도 부당해고가 아니라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철거를 방해하고 있다며, 4억 원의 가압류를 걸었습니다. [박재정/한국옵티칼하이테크 전 직원] "전세 보증금도 가압류가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저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4천만 원이 남들은 모르겠는데 저희한테는 좀 큰돈입니다." 옵티칼하이테크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한국에서 엄청난 혜택을 받은 기업입니다. 공장 부지를 50년 동안 무상으로 빌려줬고, 세금 혜택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매출 7조7천억원, 1970억원 넘게 벌었습니다. 번 돈 대부분은 일본 본사에 배당금으로 보냈습니다. [나원준/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익이 생기면 그거를 계속 배당합니다. 이게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익이 남으면 그걸 어떻게 하냐면 본국에 주주들한테 계속 송금하는 거예요." 정부는 지금도 외국 기업들에 큰 혜택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3월 10일)]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한국에서 마음껏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특혜를 받은 외국 기업들은 정작 큰 돈을 벌고 나면, 폐업하고 노동자들을 내팽개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세은/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렇게 세금 안 내도 된다. 노동자들을 마구 부려도 된다. 원하면 아무 때나 그냥 다 싸 들고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이건 완전히 저개발국에서 하는 묻지마 투자 유치인데 이런 식의 투자 전략은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이 좀 들어요." ◀ 이휘준 ▶ 앞서 보신 기업들이 다 ESG 경영을 내걸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글로벌 기업들이잖아요. 아까 소개된 웹툰에 나오는 그 대사가 잊히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 이지수 ▶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다고 하잖아요. 글로벌 기업들이 저렇게 하는 건, 그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 이휘준 ▶ 결국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고, 노동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한국의 현실이 문제라는 뜻이군요. ◀ 이지수 ▶ 그렇습니다. 이런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VCR ▶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갖고 있는 DL이앤씨 . 지난해 재계순위 18위 DL그룹 계열 대형 건설사입니다. 이 회사 앞에서 일흔여섯 노모가 매일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영정 사진이 옆에 있습니다. 29살 고 강보경 씨입니다. [고 강보경 씨 어머니] "항상 대문만 바라보고 애가 전화가 오려나 애가 들어오려나. 이제는 그 이름만 바라보면 이름 석 자만 남기고 우리 애가 갔구나 싶은 생각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 들어요." 아들은 지난 8월 부산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하청업체 일용직으로 출근한 첫 날. 6층에서 창호를 교체하던 중이었습니다. 추락 방지용 안전고리도, 안전 그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청인 DL이엔씨도, 하청인 KCC도 모두 책임을 미루고만 있습니다. [고 강보경 씨 누나] "사람이 죽었는데 두 달이 넘게 한 사람도 '죄송하다'라고 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게 제일 화나고 어머니가 다시 어떤 회복하고 일어서시려면 누군가의 사과는 들어야 돼요." DL이앤씨 공사장에서는 최근 2년 새 8명이 숨졌습니다. 지난해 3월 서울 종로, 4월 과천, 8월 안양, 10월 경기도 광주, 올해 7월과 8월에도 죽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사망자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DL이앤씨입니다. 하지만 DL이앤씨 임직원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습니다. 마창민 대표만 단 1건에 대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정감사, 10월 12일)] 지금 조사 중인 사항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 제빵업계의 선두주자 SPC그룹. 지난해 10월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졌습니다. 회사는 사고가 난 기계만 천으로 덮고 바로 다음날 동료들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영국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고 홍보자료를 뿌렸습니다. 소비자들은 SPC그룹 브랜드 28개 목록을 SNS에 올리며, 불매 운동에 나섰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 재발방지책을 내놨습니다. 사망 사고 엿새 뒤였습니다. [허영인/SPC그룹 회장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2022년 10월 21일)]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그런데, 사과 이틀 뒤 또 사고가 났습니다. 또다른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노동자의 손가락이 잘렸습니다. 올해 7월에도 이 공장에서 사고가 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습니다. SPC그룹은 민주노총 소속 제빵사들에 대해 탈퇴공작을 한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잇따른 노동자 사망에 노조 탈퇴공작까지, 하지만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건재합니다. [오빛나라/SPC그룹 사망 노동자 변호사] "안전 예산이라든지 이런 방식에 대한 결정을 허영인 회장이 해야 되기 때문에 허영인 회장이 실질적인 책임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다음 달 1일 허영인 SPC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불러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지난 월요일 DL이앤씨 대표는 하청업체 KCC 대표와 함께 고 강보경 씨 유족들을 찾아 사과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에 합의했습니다. 사고가 난지 103일 만입니다. [정혜선/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DL이앤씨도 그렇고 SPC도 그렇고 동일한 사고가 계속 발생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것이 바로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측면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 이휘준 ▶ 아…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OECD 회원인 선진국이잖아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글로벌 기업들만 탓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지수 ▶ 그렇습니다. 노동자들의 권리 문제로만 보자면, 후진국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 이휘준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제 2년이 다 돼 가는데, 어떻습니까?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 이지수 ▶ 더디지만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또 이 법을 후퇴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 VCR ▶ 지난 11일 양대 노총 조합원 10만 명이 서울 도심으로 나왔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을 촉구했습니다. 노란봉투법. 2009년 있었던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47억원 손해배상 판결이 계기가 됐습니다. 1989년 이후 파업 등을 이유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액은 3,160억원. 그 중 95%가 노동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송입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 한진중공업 김주익 씨, 2012년 한진중공업 최강서 씨. 모두 손배 가압류 때문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아마 자기들 급여로 계산하면 3백 년인가, 모든 돈을 다 그 손배 가압류되는 거를 풀기 위해서 갚아야 될 돈으로 댄다고 한다면 그들의 생계는 말 그대로 다 손배 가압류로 그냥 다 망가지는 거죠." 이런 죽음을 막기 위해 제안된 법안이 8년만에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사용자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했지만, 손해배상 총액 제한 같은 노동계가 요구한 내용들이 빠졌습니다. 민주당이 "대통령 거부권 명분을 최소화"하자며 후퇴안을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장석우/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 "처음에 민주노총이나 아니면 노동 시민사회단체가 제시했던 안에서 정말 대폭 후퇴한 거거든요. 실질적으로는 현재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판례 법리를 그대로 입법화하는 거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 여당, 재계가 한 목소리로 거부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최고위원회의, 11월 13일)] "국민과 나라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께서 위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실 것을 건의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적용되는데, 정부가 더 유예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10월 30일)] "내년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려워하는 목소리,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일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1심 판결문 10건을 분석했더니, 한 건을 제외하고는 경영책임자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법원은 "유족과 합의"했다거나,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형량을 깎아줬습니다. 실형은 한국제강 대표이사만 유일했습니다. 형량은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1년형이었습니다. 이 법이 효과는 있었을까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는 459명. 여전히 많지만 작년보다는 51명 줄었습니다. 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혜선/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3년 동안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는데 준비하지 못하다가 지금 생각해 보니까 괜히 불안하고 두렵고 이런 마음이 드니까 이제부터 준비할 시간을 2년을 더 달라 이런 얘기인데, 사업주가 얼마나 예방하느냐 중대재해를 감축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하느냐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그런 마음을 안 가지면 2년 유예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돼요." 정부는 현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주52시간 근로도 손을 대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최장 69시간까지 허용하는 정책은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지만, 이번에 또 업종에 따라 장시간 몰아서 일하는 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성희/고용노동부 차관 (11월 13일)]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 직종에 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노동권 지수. 한국은 10년째 최하위권인 5등급입니다. 중국, 캄보디아, 인도, 필리핀과 함께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나라'로 분류됐습니다. 한국보다 낮은 5+ 등급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소말리아 처럼 최근 전쟁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11개 나라밖에 없습니다. 최하등급인 6등급은 없습니다. 노동자 10만 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4.3명, 세계 5위.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로 OECD 평균 이하.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노동자는 13.3%, OECD 평균 절반도 안 됩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현재 돌아보면 너무 많이 다치고 죽고 그리고 너무 많은 시간을 아직도 요구하고 있고 그리고 벌어서 수입도 그들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기에는 너무 팍팍한 그런 일이 있고요. 그리고 법이나 아니면 우리 행정적으로 그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존중받으며 일할 권리는 헌법이 정한 기본권입니다. 외국 기업들 탓하기 전에, 우리가 만든 후진적 노동환경부터 바꾸면 좋겠습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스트레이트
2023-11-26
이지수